호미 - 박완서 / 봄이 왔다.
일요일 점심, 장모님께서 배달 음식을 담았던 일회용 플라스틱 그릇에 봄 쑥과 돌나물을 수북이 담아 오셨다. 예전 같으면 ‘감사합니다!’하고 냉장고로 직행했을 재료들을 오늘은 바로 된장 한 숟가락을 풀어 봄 향기 가득한 쑥국을 끓였고, 초장에 참기름을 조금 넣고 돌나물을 무쳐 흰 쌀밥과 함께 최상의 궁합을 이룬 호강을 누렸다. 어릴 적, 쑥이며 냉이, 뭐 이런 봄나물들은 지천으로 널려 있어 언제든 캐 먹을 수 있는 흔한 것이었다. 간혹 많은 양이 필요할 때면 허리춤에 호미를 쑤셔 넣고 낡은 포대와 함께 할머니를 따라 나셨던 기억이 새록새록 한다. 봄, 흙, 꽃, 나무, 할머니, 이런 단어를 떠올리면, 박완서 작가의 가 생각난다. 는 산문집이다. 작품은 ‘글’임에도 ‘말’처럼 다가온다. 현대의 단어를 사용함..
2022. 4. 10.
오십에 읽는 논어 - 최종엽 / 이제 인생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다.
책을 읽고 머릿속에 맴도는 단어가 있으니, 바로 ‘간절함’이다. 10대부터 나를 괴롭히던 이 단어가 여전히 몸부림치는 것은, 무엇인가 해소되지 않는 갈증이 남아서일 것이다. 나는 50대쯤이면 마음 편히 세상을 즐길 줄 알았다. 그래서 젊은 날에 고생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20대에는 미숙했고, 30대는 치열하였으며, 40대는 뭔가 이룰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50대를 맞이하는 지금에는 다시 10대로 돌아간 듯하다. 그동안 무엇인가 열심히 했는데 남은 것이 없다. 우리 사회에서 50은, 살아온 세월이 있어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지만, 정서적으로, 경제적으로 힘들고 외롭다. 실직, 이직, 부도, 조기 은퇴, 명예퇴직, 건강, 자녀 진학, 배우자와의 관계, 이혼, 부모님의 건강 뭐 하나 긍정적인 것이..
2022. 3. 27.
지리의 힘 - 팀 마샬 지음, 김미선 옮김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진짜 이유는?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면서 마음 아픈 많은 장면을 보게 되었다. 무고한 시민을 살상하는 전쟁은 무엇으로든 용인할 수 없는 참극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침략 행위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해석에 각국의 입장을 이해해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두 나라의 지정학적 입장을 살펴보다가 금주에 읽게 된 을 만나게 되었다. 책은 중국, 미국, 서유럽, 러시아, 한국, 일본,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 인도, 북극의 지리적, 정치적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 중 우크라이나 침공의 주인공인 된 러시아의 지정학적 상황을 간략히 요약(인용)해 보도록 하겠다. 부동항(不凍港)의 부재 우랄산맥을 기준으로 서쪽은 유럽에 속하며 동쪽으론 넓은 시베리아 평야를 끼고 있는 러시아는 천연자원의 보고이며 문화..
2022. 3. 6.
고도를 기다리며 - 사뮈엘 베케트 지음, 오증자 옮김 / 당신의 고도는 무엇인가?
당신은 무엇을 기다리는가? 건강을 위한 운동, 통찰을 위한 독서, 자립을 위한 돈벌이 이는 시간 사용의 경중은 있지만 반복되는 나의 일상이다. 살아가는 이유를 행복이란 이름으로 뭉뚱그려 왔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좇으며, 무엇을 기대하고 살고 있는지, 모호함이 당연한 듯 살아왔다. 이번 주에 읽은 책, 사뮈엘 베케트의 는 독창적 형식 탓에 언젠가 읽어보자는 다짐이 가득했던 희곡으로 인간이 가지는 ‘기다림’과 그 ‘대상’의 감정을 부조리적(논리적이지 못하며 인과관계도 없는)으로 연출한 작품이다. 모호한 희망을 대하는 개인적 나처럼, 작품의 등장인물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도 그런 인물이다. 내일이면 만날 수 있는 고도(Godot)를 기다리지만, 다시 오늘이 되면 내일을 기약하는 만남과 그가 누구인지, 왜 그..
2022. 2. 23.
디지털 신세계 메타버스를 선점하라 – 자오궈동, 이환환, 쉬위엔중 지음, 정주은 옮김, 김정이 감수 / 신대륙에 깃발을 꽂는 마음으로,
메타버스란 메타와 유니버스의 합성어로 가상의 디지털 공간을 뛰어넘는 우월적 상의 개념으로 사람의 생리적 필요를 만족시키는 현실 세계와 정신적 필요를 만족시키는 가상세계가 합쳐져 하나를 이루는 초월적 세계를 말한다. “현실 세계에서는 사회 변두리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루저’일지라도 오아시스에서는 당당히 슈퍼 영웅이 될 수도 있고 아무리 아득한 꿈이라도 이뤄낼 수 있다.” (책 60쪽) 역사적으로, 중앙집권화된 권력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거래를 원하는 기본적 권리, 기득권을 깨고 공정한 출발을 바라는 상식적 바람, 상상하는 모든 것(허황한 꿈조차)을 이룰 수 있는 세계, 이 모든 것을 바라는 인류의 꿈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져 왔다. 거래 기록을 공개, 분산하여 데이터 뭉치로 만들고 이를 연결하는 ..
2022. 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