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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282

호미 - 박완서 / 봄이 왔다. 일요일 점심, 장모님께서 배달 음식을 담았던 일회용 플라스틱 그릇에 봄 쑥과 돌나물을 수북이 담아 오셨다. 예전 같으면 ‘감사합니다!’하고 냉장고로 직행했을 재료들을 오늘은 바로 된장 한 숟가락을 풀어 봄 향기 가득한 쑥국을 끓였고, 초장에 참기름을 조금 넣고 돌나물을 무쳐 흰 쌀밥과 함께 최상의 궁합을 이룬 호강을 누렸다. 어릴 적, 쑥이며 냉이, 뭐 이런 봄나물들은 지천으로 널려 있어 언제든 캐 먹을 수 있는 흔한 것이었다. 간혹 많은 양이 필요할 때면 허리춤에 호미를 쑤셔 넣고 낡은 포대와 함께 할머니를 따라 나셨던 기억이 새록새록 한다. 봄, 흙, 꽃, 나무, 할머니, 이런 단어를 떠올리면, 박완서 작가의 가 생각난다. 는 산문집이다. 작품은 ‘글’임에도 ‘말’처럼 다가온다. 현대의 단어를 사용함.. 2022. 4. 10.
동물농장 - 조지 오웰 지음, 안경환 옮김 /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욱 평등하다. 인간의 확증편향은 돌발 행동의 동기가 된다. 그래서 ‘우월한’ 내가 너를 압도한다는 동물적 습성이 누군가를 지배하기 전에, 편향적 사고를 견제해야 한다. 그래야 서로의 이익에 부합하는 균형을 이룰 수 있다. 두려움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도 못하고 올곧이 굴복하여 그의 생각을 내 생각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자발적 노예가 되는 것이다. 물론 (일시적으로), 비판하는 것보다 편한 마음일 수 있겠지만 말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공방이 온 지구를 흔들고 있다. 각국의 입장이 있겠지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자신의 행동을 수복(收復)이라 생각했을 것이며 자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푸틴은 확고한 지도력을 바탕으로 행동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전쟁이 러시아 군부의 통일된 입장이기보다는 군 통수권자의 독.. 2022. 4. 3.
오십에 읽는 논어 - 최종엽 / 이제 인생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다. 책을 읽고 머릿속에 맴도는 단어가 있으니, 바로 ‘간절함’이다. 10대부터 나를 괴롭히던 이 단어가 여전히 몸부림치는 것은, 무엇인가 해소되지 않는 갈증이 남아서일 것이다. 나는 50대쯤이면 마음 편히 세상을 즐길 줄 알았다. 그래서 젊은 날에 고생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20대에는 미숙했고, 30대는 치열하였으며, 40대는 뭔가 이룰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50대를 맞이하는 지금에는 다시 10대로 돌아간 듯하다. 그동안 무엇인가 열심히 했는데 남은 것이 없다. 우리 사회에서 50은, 살아온 세월이 있어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지만, 정서적으로, 경제적으로 힘들고 외롭다. 실직, 이직, 부도, 조기 은퇴, 명예퇴직, 건강, 자녀 진학, 배우자와의 관계, 이혼, 부모님의 건강 뭐 하나 긍정적인 것이.. 2022. 3. 27.
탕자, 돌아오다 - 앙드레 지드 / 너는 다시 돌아오지 말아야 한다. 자아가 성립되고 가치관이 서면 인간은 기존의 가치를 벗어나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기를 열망한다. 그것이 과거의 것과 같을지라도 자신의 선택임을 인지함으로 자립의 욕구에 부응한다. 그러나 자신의 선택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생존하기 버거운 환경에 이르거나 자괴감에 빠질 경우, 주류의 행태에 순응하여 소외된 감정에서 벗어나고픈 본능이 발동한다. 그래서 나를 증명하려는 노력이 한계에 다다르면 벌거벗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되고 더는 물러날 수 없는 끝단에 도달해서야 강퍅해진 마음과 한없이 나약해진 몰골을 바라보며 실패를 인정하게 된다. 부모의 간섭을 떠나 자신의 인생을 살아보려던 한 청년도 춥고 배고픈 현실에 부딪혀서야 자신이 탕자임을 알게 된다.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은 단순히 감정적인 결단이 아니라 용기.. 2022. 3. 20.
불편한 편의점 - 김호연 / 나에게도 단골손님으로 찾을 수 있는 그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노숙인 ‘독고’는 장정 2명은 거뜬히 상대할 수 있는 덩치 큰 중년 남성이다. 지금은 서울역 인근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과거의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알코올 중독자이다. 편의점 주인 ‘엄영숙 여사’와의 만남은 그녀가 잃어버린 파우치를 찾아주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독고는 엄 여사의 편의점에 든 불량배에게서 그녀를 구하며 일자리를 얻게 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알코올성 치매를 앓고 있던 독고는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명석한 사람이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성장의 계기를 제공하며 편의점을 이용하는 손님들에게도 좋은 친구가 되어 그들의 고민을 함께한다. 편의점을 찾는 여러 인물에게 독고의 투박한 위로는 강퍅한 경계를 풀게 하는 마중물이 된다. 어떤 이에게는 옥.. 2022. 3. 13.
지리의 힘 - 팀 마샬 지음, 김미선 옮김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진짜 이유는?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면서 마음 아픈 많은 장면을 보게 되었다. 무고한 시민을 살상하는 전쟁은 무엇으로든 용인할 수 없는 참극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침략 행위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해석에 각국의 입장을 이해해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두 나라의 지정학적 입장을 살펴보다가 금주에 읽게 된 을 만나게 되었다. 책은 중국, 미국, 서유럽, 러시아, 한국, 일본,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 인도, 북극의 지리적, 정치적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 중 우크라이나 침공의 주인공인 된 러시아의 지정학적 상황을 간략히 요약(인용)해 보도록 하겠다. 부동항(不凍港)의 부재 우랄산맥을 기준으로 서쪽은 유럽에 속하며 동쪽으론 넓은 시베리아 평야를 끼고 있는 러시아는 천연자원의 보고이며 문화.. 2022. 3. 6.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김지수 스승은 나침반과 같아서 방향을 잃고 헤맬 때 옳은 길을 제시하며 또한 이정표와 같아서 돌아갈 수 있도록 흔적을 남긴다. 스승은 버팀목과 같아서 내가 좌절할 때 그 존재만으로도 다시 설 수 있는 용기를 북돋운다. 그래서 그들의 은혜는 하늘처럼 높고 바다처럼 깊은가 보다. 나에게도 이런 스승이 있다. 소년 시절부터 날 믿고 끝없이 응원해준 부모 같은 선생님과 무한한 호기심에 사숙(私淑)의 대상이 된 이어령 선생님이다. 금주에 읽게 된 책, 은 저자 김지수 님과 이어령 선생님의 인터뷰를 담은 이야기이다. 마치 을 연상케 하는 책으로 암으로 투병하시면서도 남겨진 세대에게 전할 유물 같은 메시지를 저자의 귀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책을 다 읽은 어제, 선생님의 영면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아직 듣지 못한 이야기가.. 2022. 2. 27.
고도를 기다리며 - 사뮈엘 베케트 지음, 오증자 옮김 / 당신의 고도는 무엇인가? 당신은 무엇을 기다리는가? 건강을 위한 운동, 통찰을 위한 독서, 자립을 위한 돈벌이 이는 시간 사용의 경중은 있지만 반복되는 나의 일상이다. 살아가는 이유를 행복이란 이름으로 뭉뚱그려 왔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좇으며, 무엇을 기대하고 살고 있는지, 모호함이 당연한 듯 살아왔다. 이번 주에 읽은 책, 사뮈엘 베케트의 는 독창적 형식 탓에 언젠가 읽어보자는 다짐이 가득했던 희곡으로 인간이 가지는 ‘기다림’과 그 ‘대상’의 감정을 부조리적(논리적이지 못하며 인과관계도 없는)으로 연출한 작품이다. 모호한 희망을 대하는 개인적 나처럼, 작품의 등장인물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도 그런 인물이다. 내일이면 만날 수 있는 고도(Godot)를 기다리지만, 다시 오늘이 되면 내일을 기약하는 만남과 그가 누구인지, 왜 그.. 2022. 2. 23.
존 롤스 정의론 - 황경식 /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원칙 계약이란 상대방이 있는 당사자가 서로에게 권리와 의무의 행사를 약속하는 그것을 말한다. 지금까지 난 계약의 핵심이 ‘권리’ 행사의 약정이라 생각하였다. 이는 계약이 나의 권리를 행사하고 보장받을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이고 강력한 합의임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의 계약 개념이 ‘권리’에 방점이 있었다면 새로이 정립하게 된 개념에서는 ‘의무의 이행’에 집중하게 된 점이다. 그동안 내가 간과했던 것은 계약의 목적이 (나의 권리행사에 집중된 나머지) 그 반대급부인 ‘권리에 따른 의무의 실행’임을 간과하고 있었다. 분명히 계약이란 권리와 의무가 한 세트로 움직이는 약속임에도 완벽한 계약의 완성을 방해하는 옳지 않은 사고였다. 계약관계에서 의무는 단지 관념적인 영역이 아닌 상대의 이익을 보증해야 한다는 급부의.. 2022. 2. 11.
행복의 정복 – 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 행복은 이처럼 탈환해야 하는 정복의 대상이다. 마치 백년 전쟁을 치르듯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은 심신을 지치게 한다. 압승의 전략 없이 화려한 전술만 난무한 전장에서 잠시 고지를 탈환하지만, 다시 내어주고 마는 신세를 반복하고 있다. 내가 다시 러셀의 행복론을 찾게 된 건, 권위 있는 지성인의 의견을 듣기 위함이다. 나름의 기준보다 권위에 의지하는 것이 불편하지만, 오만과 편견을 내려놓고 열린 마음으로 그의 글을 대하고 싶다. 러셀은 정복(Conquest)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글의 전체적 분위기를 전달하였다. 마치 전쟁으로 불행의 땅을 정복하고 해피랜드로 만드는 과정이랄까? 책은 주제에 맞게 불행의 원인을 파악하는 1장과 행복의 조건을 제시하는 2장으로 구성되었다. 각 장에서 제시한 내용을 꼭지로 요약해 보면 아래와 같다. “청교도주의 시대가 만들어.. 2022. 2. 7.
엘리어트 파동이론 - 로버트 R. 프렉터 주니어, A,J. 프로스트, 찰스 J, 김태운 옮김 / 5번의 동인파동과 3번의 조정파동 주식을 시작하고 많은 귀동냥을 했다. 특별히 크게 얻고 잃음 없이 십수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근래 들어 투자와 트레이딩의 구별을 인식한 후 투자는 저평가된 종목을 매입해서 시간의 공을 들이고, 트레이딩은 챠트를 통해 예측과 대응으로 응전하고 있다. 오늘은 트레이딩의 기본서이자 참고서로 활용하고 있는 책을 소개해 본다. 이 책은 챠트의 독해력을 키우는데 이견이 없는 필독서임을 확신한다. 책의 전체 내용을 관통하는 하나의 원리를 나의 언어로 정리해 보련다. 주가의 흐름은 근본적으로 물가의 상승과 화폐가치의 하락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우상향한다고 알고 있다. 엘리어트는 우상향하는 그래프에도 일정의 규칙을 가진 파동이 존재함을 확인하였고 그 파동은 자기유사적(Self-Similar) 패턴으로 반복됨을 발견하였다... 2022. 1. 30.
디지털 신세계 메타버스를 선점하라 – 자오궈동, 이환환, 쉬위엔중 지음, 정주은 옮김, 김정이 감수 / 신대륙에 깃발을 꽂는 마음으로, 메타버스란 메타와 유니버스의 합성어로 가상의 디지털 공간을 뛰어넘는 우월적 상의 개념으로 사람의 생리적 필요를 만족시키는 현실 세계와 정신적 필요를 만족시키는 가상세계가 합쳐져 하나를 이루는 초월적 세계를 말한다. “현실 세계에서는 사회 변두리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루저’일지라도 오아시스에서는 당당히 슈퍼 영웅이 될 수도 있고 아무리 아득한 꿈이라도 이뤄낼 수 있다.” (책 60쪽) 역사적으로, 중앙집권화된 권력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거래를 원하는 기본적 권리, 기득권을 깨고 공정한 출발을 바라는 상식적 바람, 상상하는 모든 것(허황한 꿈조차)을 이룰 수 있는 세계, 이 모든 것을 바라는 인류의 꿈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져 왔다. 거래 기록을 공개, 분산하여 데이터 뭉치로 만들고 이를 연결하는 .. 2022. 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