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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3

79 가슴 시리도록 차가운 회색빛 담벼락 위에 우리 심장의 더운 피를 뽑아 쓴 숫자, 79. ​ 행복동을 날던 그 까마귀는 어느덧 우리 집 머리 위에서 내 죽음을 기다리는 듯 그 자리를 맴돌고 있다. ​ 추위의 쓰라림을 모르던 나의 흰 손가락 사이로 이젠, 다정한 친구가 되어버린 집 잃은 생쥐 한 마리가 쉴 곳을 찾아 헤매고 있다. ​ 시동을 걸고 출발을 기다리는 타이탄 트럭 위에는 그동안 정성스레 모아논 그릇이며, 철학 책이며, 옷가지 등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 잠시 후 작별할 주인 없는 나의 집은 왜 그렇게 따듯했는지? 고등학교 때 의미 없이 지나쳤던 국어시간이 내 막막한 가슴을 울린다. ​ 그래도 난 이 79번이라는 공간에서 존재의 가치를 배웠다. 남들이 말하는 사랑과 행복을 느꼈다. ​ 날이 저문다... 2023. 10. 3.
화두 파문 나는 누구인가? 나는 수천수만 개의 껍데기를 가진 본질(本質)이다. ​ 울림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나는 무(無)에서 왔다. ​ 고요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나는 만족(滿足) 하고 싶다. ​ (27세의 어느 날) 2023. 10. 3.
That is 진리는 나를 찾아 떠날 때 찾을 수 있는 절대반지입니다. ​ 사랑은 받음으로써 배로 줄 수 있는 마중물이고요, 자비는 나에게 참된 득(得)이 무엇인지 인식할 때 베풀 수 있는 여유로움입니다. ​ 이해는 당신과 내가 동등한 인격임을 인정할 때 행할 수 있는 악수이며, 대화는 들을 준비가 되면 나눌 수 있는 의사 표현입니다. ​ 만족은 무소유를 통해 극대화 되는 감정이고요, 건강은 잃기 전엔 알기 힘든 자신감입니다. ​ 믿음은 두려움을 극복할 때 내 마음 돌판에 새겨지는 두 글자이며 충성은 무릎 꿇어도 눈물 나지 않을 때 할 수 있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 웃음은 지금 제가 당신께 드리고 싶은 선물입니다. ​ (1999.08.11. 원주의 어느 산에서) 2023. 10.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