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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4

단순한 열정 - 아니 에르노 지음, 최정수 옮김 / 글은 어떻게 써야 할까? 글은 어떻게 써야 할까? 누군가 읽을 것이라는 기대로 생각의 기록을 남기는 것이라면 읽는 이를 위한 배려가 담겨야 그 목적을 달성하기 쉬울 것이다. 반면에 나만의 기억 저장소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면 기억의 왜곡, 각색된 감정 표현, 과도한 형식화 등의 자기 검열에서 벗어나도 무방할 것이다.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로는 글을 쓰지 않겠다.’ 소설의 저자 아니 에르노의 다짐이다. 소설에 허구를 들여오는 것이 무슨 허물일까마는 글의 재료로 자신의 생산물을 사용하여 기성품이 가지는 감칠맛 대신 투박한 본연의 맛을 내려는 결기가 부러우면서도 존경스럽다. 소설 은 유부남을 사랑한 한 여인의 감정 흐름을 기록하였다. 책을 펼 때만 해도 반윤리적 질서를 원초적 본능으로 극복하려는 통속적 설득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 2022. 11. 13.
하얼빈 - 김훈 / 세상에 맨몸으로 맞선 청년들의 망설임과 고뇌, 그리고 투신 어떤 말로 글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여기저기 흩어진 글감을 모아 보지만 마음속 감정의 충돌로 오랜 시간을 빈 화면과 씨름하고 있다. 며칠 전 어느 당 국회의원의 발언을 접하고, 들고 있던 밥숟가락을 던질뻔했다.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 역류하는 위산을 주체할 수가 없다. 이 위인의 망언을 두둔하는 특정 언론의 행태는 더욱 가관이다. 가지고 배운 자들이 답습하였던 식민 사관은 해묵은 무좀균처럼 여전히 우리 사회에 번식하고 있다. 가진 자들은 부의 원천이 가지지 못한 자로부터임을 인정하지 못하며 배운 자들은 그 깊이가 미천하여 현상을 바르게 보지 못한다. 빼앗긴 나라의 독립을 되찾기 위해 우리의 선조는 목숨을 바쳤고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를.. 2022. 10. 23.
여행의 이유 - 김영하 / 현재의소중함을 확인하는 계획된 고행 27년 전, 친구와 함께 떠난 ‘무작정 여행’이 생각난다. 금전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시절, 굳은 의지를 부여잡고 일주일간 막노동을 하여 준비한 돈으로 무작정 떠난 여행.국토를 횡단하여 도착한 강원도 어귀에서 히치하이크를 하며 만난 여러 명의 사람들.그 중엔 라면을 끓여주신 목사님도 계셨고, 일박을 제공해 주신 술꾼 선장님도 계셨다. 지금은 기억도 희미해져 그때 그림이 그려지지 않지만, 마지막 여행지인 제주 표선에서 바람에 날려진 텐트사건은 흐린 기억속의 추억으로 남아 있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무엇일까?이 책을 펼치기 전부터 나만의 이유를 정리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글을 쓰는 지금에도 정확히 정리하기가 어렵다. 심리적 고통을 느끼면서 작가의 답을 훔쳐보기로 결심했다.​‘추방과 멀미’ 챕터를 보면서 약간의.. 2020. 6. 18.
걷는 사람.하정우 - 하정우 / 나만의 둘레길 작년부터 ‘걷기’의 매력에 빠져 관련 책자를 찾던 중 하정우작가의 에세이 를 알게 되어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보았다. ​책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걷는 사람, 하정우의 걷기 에피소드(577프로젝트, 걸어서 출퇴근, 하와이 트레킹, 10만보 걷기 등)와 그 외 배우 하정우, 영화감독 하정우, 화가 하정우, 요리사 하정우, 인간 하정우의 이야기를 담은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 있다. ​전체 이야기 중 무엇보다, 나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4박6일간의 하와이 트레킹이다. ‘초현실적 빛깔의 하와이 석양을 모자처럼 얹고 걸어가는’ 작가의 이야기는 글을 읽는 나 역시 ‘나만의 둘레길’을 가지고 싶은 욕구를 불러 잃으킨다. 막연한 여행지의 동경이 아닌, 본인만의 휴식방법을 찾은 트레커의 즐거움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 2020. 6.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