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전,
친구와 함께 떠난 ‘무작정 여행’이 생각난다.
금전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시절, 굳은 의지를 부여잡고 일주일간 막노동을 하여 준비한 돈으로 무작정 떠난 여행.
국토를 횡단하여 도착한 강원도 어귀에서 히치하이크를 하며 만난 여러 명의 사람들.
그 중엔 라면을 끓여주신 목사님도 계셨고, 일박을 제공해 주신 술꾼 선장님도 계셨다.
지금은 기억도 희미해져 그때 그림이 그려지지 않지만, 마지막 여행지인 제주 표선에서 바람에 날려진 텐트사건은 흐린 기억속의 추억으로 남아 있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 책을 펼치기 전부터 나만의 이유를 정리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글을 쓰는 지금에도 정확히 정리하기가 어렵다.
심리적 고통을 느끼면서 작가의 답을 훔쳐보기로 결심했다.
‘추방과 멀미’ 챕터를 보면서 약간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지금의 중국을 중공(중화인민공화국)이라고 불렀다. 운동권 학생을 대상으로 공산주의의 진면목을 경험하고 오란 취지에서 보내준 중공여행에, 안기부 직원과 경찰공무원이 동행한다.
여행경비는 대기업의 국가발전기금 정도로 보여 지고,
여행 중 베이징대학의 학생을 만나게 되고, 그와 나눈 신선한 대화(자본주의를 향한 젋은 중공 지식인들의 욕망)들을 통해 작가는 삶의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과거의 추억으로부터 돌아왔을 때는 비자 때문에 중국으로부터 추방당한 작가의 모습만이 남아 있다.
그런데, 이렇게 다이나믹한 하루에서 돌아온 작가가 멀미를 멈춘 듯 편안해졌다는 마지막 끝맺음이 여행의 이유를 찾는데 약간의 힌트를 주었다.
이 외에도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여행’, ‘그림자를 판 사나이’, ‘노바디의 여행’을 통해서 대다수의 여행자가 느꼈지만 표현하기 힘들었던 감정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여행의 시작은 언제나 불안하다.
꼼꼼히 준비하고 출발하지만 여행지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은 예측하기가 어렵다.
일련의 사건들을 몸소 해결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내 테두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게 된다. (짧은 여행이었던, 긴 여행이었던)
또한 여행지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은 미래의 에피소드가 된다. 시간이 지나 그 에피소드들을 꺼내 볼 때면 내 삶의 가치가 높아지는 기분이 든다.
작가는 이 책에서 여행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어둠이 빛의 부재라면, 여행은 일상의 부재다."
책을 읽는 내내 여행의 이유에 대해 무엇이라 적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이렇게 마무리를 하면 어떨까?
여행은 현재의 소중함을 확인하는 계획된 고행이다.
아주 즐겁게 설계된 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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