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의 한 정정한 노인이 사람들로 둘러쌓인 공회장에 서있다.
피고인으로서 본인을 변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강직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주변인들에게 말문을 연다.
"아테네 시민 여러분, 사람은 위험에 부닥쳤을 때일수록 자기가 스스로 택하여 서게 된 위치거나, 혹은 윗사람의 명령에 의해 배치된 자리이건, 그 자리를 지키면서 위험을 무릅쓰고 수치를 면해야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진리이기 때문입니다.
(중략)
어쨌든 죽음을 두려워한다는 것은 지혜가 없으면서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죽음을 알지 못하면서도 알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르면서도 아는 듯이 생각하는 것은 비난을 받아 마땅한 무지요 수치라고 생각합니다."
소크라테스의 죄목은
악을 선인냥 젊은이들에게 가르치며,
그들을 유혹하여 나쁜 길로 인도하고
기존 국가의 신들을 믿지 않고 새로운 신을 끌어들인 것이었다.
이에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변론하며 그 오류를 바로 잡고자 했다.
소크라테스는 이러한 누명을 쓰게 된 이유가 본인이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이를 시기한 주변인들의 미움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말했다.
‘본인이 가장 현명하다’는 자기 믿음에 의심을 품고 자기 보다 더욱 현명하다고 생각되는 정치인, 시인, 공예가들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고 깨닫는다. 소크라테스 자신이 각 전문분야에 아무것도 모르는 자이긴 하지만,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아는 점에서 이들보다 더 현명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사형이라는 구형에 결코 국법의 부당함을 질책하거나 목숨을 구걸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그의 구명을 위해 친구들이 나서지만 소크라테스를 이를 거절하고 조용히 죽음을 선택했다.
‘무지의 지’를 내면 깊이 인식하고 솔직히 인정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생전 스티브잡스는 소크라테스와 이런 대화를 나눌 수만 있다면, 애플의 전 기술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전해진다.
이 놀라운 인식이 철학사의 중요한 시발점이 되었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곱씹어볼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고요한 마음에 파문이 일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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