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독고’는 장정 2명은 거뜬히 상대할 수 있는 덩치 큰 중년 남성이다. 지금은 서울역 인근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과거의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알코올 중독자이다. 편의점 주인 ‘엄영숙 여사’와의 만남은 그녀가 잃어버린 파우치를 찾아주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독고는 엄 여사의 편의점에 든 불량배에게서 그녀를 구하며 일자리를 얻게 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알코올성 치매를 앓고 있던 독고는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명석한 사람이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성장의 계기를 제공하며 편의점을 이용하는 손님들에게도 좋은 친구가 되어 그들의 고민을 함께한다.
편의점을 찾는 여러 인물에게 독고의 투박한 위로는 강퍅한 경계를 풀게 하는 마중물이 된다. 어떤 이에게는 옥수수 수염차로, 어떤 이에게는 삼각김밥으로, 어떤 이에게는 원 플러스 원 초콜릿으로, 독고는 그들에게 다가간다.
독고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준 엄 여사에게도 골칫덩이 아들 민식이 있다. 배울 만큼 배우고 가질 만큼 가졌던 민식은 준비 없는 사업 시도로 모든 것을 잃고 가정조차 깨졌음에도 여전히 한탕의 성공을 바라는 위인이었다. 민식은 아버지의 유산으로 산 편의점을 팔아서 자신의 사업자금을 조달하려고 하지만 독고가 온 이후로 매출이 조금씩 늘어 팔 명분을 찾기 어려워졌다.
민식은 편의점 매각에 걸림돌이 되던 독고를 내보내기 위해 그의 과거를 캐내려 한다. 이를 위해 경찰 출신 흥신소 업자 곽 씨를 고용하고 계약금을 지급한다. 곽 씨는 미행을 통해 독고가 과거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어렴풋이 짐작하게 되지만 오래지 않아 발각되고 만다. 곽 씨는 독고에게 전후 사정을 모두 설명하고 독고 역시 곽 씨에게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한다. 독고는 자신의 과거를 정리하기 위해 떠나기로 하고 자신의 점원 자리를 곽 씨에게 제안한다.
곽 씨와 독고의 대화이다.
“자네는 가족이 있나?”
쓸쓸한 눈빛이었다.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가족들에게 평생 모질게 굴었네. 너무 후회가 돼. 이제 만나더라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
나는 질문에 대답하려 애썼다. 나 자신에 대한 질문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는데, 그래서일까 무어라 말이 터지질 않았다. 내가 씁쓸한 표정으로 아무 말 못 하자 그는 괜한 말을 했다는 듯 손사래를 치고 컵라면 그릇과 함께 몸을 돌렸다.
“손님한테 하듯…. 하세요.”
불쑥 튀어나온 말에 그가 나를 돌아보았다.
“손님한테…. 친절하게 하시던데…. 가족한테도…. 손님한테 하듯 하세요. 그럼…. 될 겁니다.” (책 251쪽)
독고는 미래가 불안한 고시생(시현)에게 포스단말기 사용법을 유튜브에 올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권유하는 아빠였고, 아들 고심으로 하루가 고달픈 동료(선숙)에게는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아들에게 속마음을 전해보라고 말해주는 남편이었다. 까탈스러운 작가(인경)를 위해 산해진미 도시락을 챙겨 놓는 오빠였으며, 추운 겨울 컵라면과 소주 한잔으로 고된 하루를 달래는 영업사원(경만)에게 온풍기를 가져다주는 이웃이었다.
노숙자였던 독고는 많은 이에게 따뜻함을 전하는 존재가 되었다. 이렇게 불편한 편의점에 펴지는 기류는 독고의 ‘후회’에서 시작하는데 그가 어떤 인물이었는지는 책 마무리에 소개된다.
ALWAYS는 손님 몇밖에 없는 허름하고 불편한 편의점이기만 그곳을 찾는 단골들에게는 각박한 세상에서 하루의 고단함을 달랠 수 있는 편안한 쉼터였다. 나(당신)에게도 단골손님으로 찾을 수 있는 그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따스한 이야기로 가득 찬, 한 권의 책에서 넉넉한 쉼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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