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무엇을 기다리는가?
건강을 위한 운동, 통찰을 위한 독서, 자립을 위한 돈벌이
이는 시간 사용의 경중은 있지만 반복되는 나의 일상이다.
살아가는 이유를 행복이란 이름으로 뭉뚱그려 왔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좇으며, 무엇을 기대하고 살고 있는지, 모호함이 당연한 듯 살아왔다.
이번 주에 읽은 책,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독창적 형식 탓에 언젠가 읽어보자는 다짐이 가득했던 희곡으로 인간이 가지는 ‘기다림’과 그 ‘대상’의 감정을 부조리적(논리적이지 못하며 인과관계도 없는)으로 연출한 작품이다.
모호한 희망을 대하는 개인적 나처럼,
작품의 등장인물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도 그런 인물이다.
내일이면 만날 수 있는 고도(Godot)를 기다리지만, 다시 오늘이 되면 내일을 기약하는 만남과 그가 누구인지, 왜 그를 만나려 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막연한 기다림의 대상, 정체성이 모호한 존재, 그러나 기다려야 할 그 무엇!
인물의 창작자조차 그가 누구인지를 모른다고 하지만 독자 모두는 공감하는 기다림의 대상!
그 대상이 오늘의 주인공 고도이다.
우리 대부분은 자기만의 고도를 기다린다. 각자의 기대에 따라 다르게 표현될 뿐, 모든 이에게 고도가 있음은 분명하다.
대본을 읽는 내내 답답함을 금치 못했다. 왜 이들은(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 무슨 미련이 남아서 자리를 박차지 못할까? 반복되는 불가역적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두 인물의 (결국 누군지도 모르는 고도를 기다리겠다는) 모습이 지금의 나와 같음에 맘이 저린다.
희망은 작은 바람의 모습으로 싹을 틔운다. 그러나 수많은 작은 바람이 진정 내가 바라는 희망으로 자라나지는 않는다. 그러기에 막연한 바람이 희망이 되기 위해선 이를 마음의 심연으로 끌고 와 필사적으로 고민하고 정의하여 나의 사전에 옮기는 작업이 필요하다. 바라는 바의 실상을 정의하고 이의 실현을 위해 가지는 노력과 기다림은 유의미한 가치를 가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고도가 누구인지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으며 기다림의 대상이 있음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큰 만족일 수 있다. 그러나 베케트가 전하는 메시지가 보편적 버릇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것이라면 고도가 누구인지 파악하려는 노력은 매우 중요할 것이다.
나는 행복하기를 소원한다.
나에게 주어진 유한한 시간을 건강한 모습으로 살고 싶다. 언젠가 죽음과 조우하게 될 때 어떠한 비굴함도 없이 그를 맞이하고 싶다.
나는 자립함으로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고 싶다.
나 역시 고도를 기다린다.
그러나 막연한 기다림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을 읽게 될 독자 모두가 자신만의 고도를 맞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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