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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지리의 힘 - 팀 마샬 지음, 김미선 옮김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진짜 이유는?

by 박종인입니다. 2022.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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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면서 마음 아픈 많은 장면을 보게 되었다. 무고한 시민을 살상하는 전쟁은 무엇으로든 용인할 수 없는 참극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침략 행위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해석에 각국의 입장을 이해해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두 나라의 지정학적 입장을 살펴보다가 금주에 읽게 된 <지리의 힘>을 만나게 되었다.

 

책은 중국, 미국, 서유럽, 러시아, 한국, 일본,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 인도, 북극의 지리적, 정치적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 중 우크라이나 침공의 주인공인 된 러시아의 지정학적 상황을 간략히 요약(인용)해 보도록 하겠다.

 

 

부동항(不凍港)의 부재

우랄산맥을 기준으로 서쪽은 유럽에 속하며 동쪽으론 넓은 시베리아 평야를 끼고 있는 러시아는 천연자원의 보고이며 문화, 예술, 군사의 강대국이다. 그러나 일 년 내내 얼지 않는 부동항이 없는 지리적 열세로 각종 교역의 단점을 가진 국가이기도 하다.

 

무르만스크 같은 북극해 항구는 한 해에 몇 달씩은 얼어붙어 있다. 태평양과 맞닿아 있는 가장 큰 항구인 블라디보스토크조차 한 해에 4개월은 얼음에 갇히는 상황이다. 이는 교역의 중단을 의미한다. 군사작전에 방해가 되며, 운송비의 증가를 가져온다. 이처럼 따뜻한 물이 흐르는 해상 교통로를 여는 숙원은 2백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러시아가 완전히 이루지 못한, 그래서 여전히 버릴 수 없는 열망이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체제의 붕괴를 가져온 악수였지만 인도양으로 닿으려는 염원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대양으로 바로 접근할 수 있는 부동항의 부재는 늘 러시아에는 아킬레스건이었다.

 

완충지의 확보

러시아 인근으로 중립 성향을 띤 국가로는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을 꼽을 수 있다. 이 나라들에는 러시아나 서방과 손을 잡을 명분이 별로 없다. 에너지를 자급자족하고 있으며 안보나 무역을 위해 굳이 어느 편의 신세를 질 일이 없기 때문이다. 친러시아 진영에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벨로루시, 아르메니아를 넣을 수 있다. 이 나라들의 경제는 동우크라이나처럼 러시아와 상당 부분 맺어져 있다. 친서방 성향의 국가들로는 지난 시절 바르샤바조약 체제의 일원이었다가 현재는 나토나 유럽연합에 가입한 나라들이다. 폴란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체코공화국, 불가리아, 헝가리, 스로바키아, 알바니아, 루마니아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나라들 외에 조지아, 우크라이나, 몰도바를 더할 수 있는데 이들은 서방의 양대 기구에 가입을 원하면서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러시아와의 지리적 인접성 때문에 이 세 나라 가운데 한 나라만 나토에 가입하더라도 즉시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의 지리적 상황은 동쪽으로 러시아와 접하고 있으며 서쪽으로 유럽연합이나 나토에 가입한 친서방국가와 인접하고 있다. 소련의 해체 후에도 우크라이나 동쪽 일부는 여전히 친러시아계 사람들이 살고 있다. 러시아로서 나토나 유럽연합은 러시아를 제재하는 위협적 국가들이며 러시아 서쪽의 진입문과 같은 우크라이나가 양대 기구에 가입한다는 것은 레드 라인을 넘는 행위였다. 2014년 우크라이나의 친서방파를 주축으로 한 반러시아 파벌이 우크라이나 정권을 장악했고 푸틴은 부동항인 세바스토폴항을 확보하기 위해 크림반도를 합병하게 된다.

 

크림반도

크림반도는 1954년 우크라이나 소비에트 공화국에 양도하기 전까지는 2백 년 동안 러시아의 지배 아래 있었다. 그러나 독립한 우크라이나가 반러시아 정책을 폄에 따라 러시아 민족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을 기반으로 크림반도를 침공하게 된다. 러시아 민족 보호를 명분으로 삼았지만 유일한 부동항을 확보하기 위한 행동임을 누구나 알 수 있었다.

 

러시아에서 세바스토폴은 단 하나밖에 없는 진정한 부동항이다. 그렇지만 흑해를 나서서 지중해로 진출하려면 1936년 몽트뢰 협정으로 보스포루스 해협의 관리를 위임받은 나토 회원국 터키의 간섭을 받을 수밖에 없다. 러시아 군함들은 그 해협을 항해할 수는 있지만 제한된 인원만이 가능하며 분쟁 시에는 이마저도 허용되지 않는다. 혹시 러시아 군함이 보스포루스를 통과했다 하더라도 지중해에 도달하려면 에게해도 건너야 한다. 마찬가지로 대서양에 도달하려면 지브롤터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거나 인도양으로 나가려면 수에즈 운하로 내려가는 것까지 허락받아야 하는 규정이 여전히 유효하다.

 

러시아는 이처럼 자국의 정책과 입장에 반대하는 서방국가를 견제하고 물류와 국방의 지리적 요충지를 확보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반대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나토 사이에서 자국의 이익과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실리적 외교를 해야 하는 지리적 열세의 국가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반인도적 행위로 강력히 규탄하면서도 지리적 특성이 가지는 한계라는 점을 인정하게 된다. 사시사철 얼어붙지 않는 항구를 가지려는 소망이 몰고 온 결과가 전쟁이라는 점은 힘이 지배하는 세계사의 민낯을 본 기분이다.

 

아무쪼록, 이번 침략으로 발생할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피해가 최소화되길 기도하며 우리에게도 반면교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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