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이란 상대방이 있는 당사자가 서로에게 권리와 의무의 행사를 약속하는 그것을 말한다. 지금까지 난 계약의 핵심이 ‘권리’ 행사의 약정이라 생각하였다. 이는 계약이 나의 권리를 행사하고 보장받을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이고 강력한 합의임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의 계약 개념이 ‘권리’에 방점이 있었다면 새로이 정립하게 된 개념에서는 ‘의무의 이행’에 집중하게 된 점이다. 그동안 내가 간과했던 것은 계약의 목적이 (나의 권리행사에 집중된 나머지) 그 반대급부인 ‘권리에 따른 의무의 실행’임을 간과하고 있었다. 분명히 계약이란 권리와 의무가 한 세트로 움직이는 약속임에도 완벽한 계약의 완성을 방해하는 옳지 않은 사고였다.
계약관계에서 의무는 단지 관념적인 영역이 아닌 상대의 이익을 보증해야 한다는 급부의 영역이다. 나의 의무는 상대방의 권리이다. 내가 권리를 바라보는 태도처럼 상대방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공평한 계약이란 서로의 이익과 책임이 균등함을 의미한다. 이 모든 전제 위에 우리는 계약의 당사자로서 무리를 이루고 사회적 계약자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의지로 집단을 이루더라도 권리와 책임이 균등할 수 없는 것은 어떤 외모와 능력으로 어느 집안에서 태어났는지가 서로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날 때부터 본인이 타고나는 천부적인 능력이나 자질과 같은 태생적이고 자연적 운이 좋은 사람과 좋은 부모나 가정을 만나 사회적 지위 등의 혜택을 보게 되는 사회적 운이 좋은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 출발점이 앞서니 말이다.
이러한 원초적 불균등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사회와 국가는 사회적 운의 조절을 시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출발점이 다르더라도 최소한의 교육받을 권리와 병원에서 치료받을 권리는 ‘운’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모두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도 그 질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생존과 성공의 최소한을 공적인 영역에 둠으로써 원초적 불균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정의롭기’ 위한 인간의 욕구는 원초적 불균등의 난제를 사고의 세계로 끌고 와 고민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동력을 제공한다. 각자가 서 있는 위치에서 정의롭게 살고 싶은 것은 나보다 힘이 센 상대방으로부터 나의 빵을 빼앗기고 싶지 않은 생존의 의지일 것이다. 상대적 약자라고 여기는 많은 이의 이러한 생각과 행동이 규칙을 만들고 권한을 위임함으로 사회적 계약을 체결하고 서로가 권리와 의무의 당사자가 되는 것이다.
정의란 무엇일까?
모두에게 같은 출발점을 제공하는 평등일까?
아니면 출발은 다르지만, 과정의 공정을 보증하는 절차의 제공일까?
그 무엇을 선택하든 간에 중요한 것은 이것이 우리 서로의 계약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계약은 상대의 권리를 보증하는 나의 의무임과 동시에 권리임을 기억해야 한다. 어떤 일방의 의사로 치우치는 결과가 발생하면 무리는 계약불이행에 따른 책임을 묻게 될 것이다. 이렇게 계약은 수정과 반복을 통해 정의로운 곳으로 향할 것이다.
책은 존 롤스의 정의론을 너무나 쉽게 설명해 놓은 해설서이다. (참고로 저자 황경식 님은 존 롤스의 지도를 받은 제자라고 한다) 사실 이 책은 존 롤스의 정의론을 읽을 엄두나 나지 않아 많은 분의 서평을 보고 선택하게 되었다. 쉽게 읽을 수 있지만, 천천히 곱씹고 정의로움에 대해 생각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생각의 파문이 읽는 이의 마음을 소용돌이치게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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