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확증편향은 돌발 행동의 동기가 된다. 그래서 ‘우월한’ 내가 너를 압도한다는 동물적 습성이 누군가를 지배하기 전에, 편향적 사고를 견제해야 한다. 그래야 서로의 이익에 부합하는 균형을 이룰 수 있다. 두려움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도 못하고 올곧이 굴복하여 그의 생각을 내 생각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자발적 노예가 되는 것이다. 물론 (일시적으로), 비판하는 것보다 편한 마음일 수 있겠지만 말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공방이 온 지구를 흔들고 있다. 각국의 입장이 있겠지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자신의 행동을 수복(收復)이라 생각했을 것이며 자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푸틴은 확고한 지도력을 바탕으로 행동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전쟁이 러시아 군부의 통일된 입장이기보다는 군 통수권자의 독단적 결정이라는 평가가 있다. 그래서 전투에 참전한 자국 병사들은 특별한 동기 없이 동원된 피해자란 이야기가 나온다. 어쨌든 전쟁은 수만 명의 사상자와 난민을 양산하며 여전히 진행 중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보면서 책장에 꽂힌 <동물농장>을 다시 꺼내 읽었다. 책은 스탈린의 공산주의, 히틀러의 파시스트 독일, 프란시스코 프랑코 치하의 스페인, 미국 자본주의, 그리고 영국의 전체주의를 비판한 우화소설이다.
작품은 혁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려는 이상(理想)이 그 과정에서 인간의 존엄과 개인의 자유가 박탈됨으로 혁명의 본래 목적이 상실됨을 묘사한다. 역사적으로 러시아 혁명 당시 칼 막스가 그리던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독재가 사악한 엘리트 과두체제를 부르게 된 배경을 소재로 한다.
존스(인간)가 운영하는 메너 농장에는 인간에게 소홀한 대우를 받던 여러 가축이 살고 있고, 이들은 인간을 위해 노예처럼 일하고 있다. 어느 날 늙은 돼지 메이저가 농장주인의 압제에 대항해 새롭고 평등한 농장을 만들자며 반란을 일으킨다. 혁명은 성공하였다. 평등한 동물 공동체를 위해 교육을 시작하였고, 모두가 주인이 되는 사회를 위해 규율(7계명)을 만들었다. 공동체를 이끌 지도자도 선출하는데, 글을 알던 돼지들이 농장의 지도계급으로 나선다. 그러나 풍차 건설을 계기로 우두머리 나폴레옹과 스노볼은 권력 다툼을 하게 된다. 간교한 설득과 조작, 그리고 개들을 동원한 공포 분위기는 나폴레옹(돼지) 권력을 잡고 독재 체제를 유지하는 기반이 된다. 결국 공동의 이익을 위해 세웠던 농장의 운영 방침이 임의로 변경되고, 모든 일이 그의 측근들에 의해 결정되었다. 가축들은 과거보다 늘어난 작업량과 줄어든 배급으로 더욱 피폐한 삶을 살았고, 자유는 허물어졌다. 커지는 내부의 불만은 공포 속에 외압과 숙청으로 통제하였다. 그러나 나폴레옹과 그의 돼지 일당은 과거보다 더 사치스러운 삶을 살게 된다. 인간의 야비함을 피해 새로운 사회를 건설했지만, 농장은 과거와 다를 바 없는 독재 사회로 돌아갔고, 전보다 심한 착취에 시달리게 되었다.
이상적인 유토피아를 꿈꾸지만, 그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은 인간이다. 인간의 지도력은 권위 위에 유지된다. 비판 없이 수용된 지도자의 편향된 사고는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고 자발적 권위를 잃는다. 그러나 거짓과 폭력으로 그 힘을 다시 유지하려 한다. 이것이 역사가 증명해 주는 인간의 특성이다.
조지 오웰은 “모든 독재정권은 사기와 폭력을 지배의 수단으로 삼는다. 그러나 사기가 폭로되었을 경우에는 폭력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다.” 한다. 권력이 비판받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구성원에 의해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아무리 이상적인 사회를 꿈꾸더라도 다시 오염되고, 인간의 지배욕은 쉼 없이 되살아난다. 날카로운 권력의 칼날은 칼집 안에서 그 힘을 발휘해야 한다. 조지 오웰의 풍자는 (시대, 이념과 관계없이) 권력에 대한 견제와 비판이 왜 구성원의 중요한 의무이며, 무관심이 얼마나 무서운 화(禍)가 되는지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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