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내면에 지킬과 하이드가 있음을 의식적으로 구분해 보고 싶었다.
이성은 하이드의 출연을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다. 탁구공처럼 어디로 뛸지 모르는게 감정이기에 이성은 감정이 스스로를 왜곡하지 않도록 곳곳에서 작용한다. 간혹 겹겹이 쌓여 처리하지 못했던 불안의 잔여물이 스스로를 불태우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인정욕구를 무시하는 말과 행동이 이성의 고삐를 놓게 한다. 이럴 때면 영락없이 하이드를 만난다.
하이드의 등장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지만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하이드를 목격한 상대는 나를 재해석하고 각인한다. 가까웠던 관계일수록 공포는 배가 되고 나 역시 그동안의 공들여 쌓았던 자존감을 단칼에 날려버린다.
모순되게도, 하이드의 출연을 반대하지만 두려움이 필요하다 싶을 때면 주저 없이 그를 호출한다. 처음으로 그를 대면한 상대는 엄청난 충격과 공포에 빠진다. 나는 그를 적절히 이용한다. 마치 상처에 소금을 뿌리듯 천천히, 섬세하게 공격하며 공포에 질려가는 상대의 표정을 즐긴다. 겹겹이 쌓였던 체증이 내릴 때까지 잔인하게 반복한다.
이성을 되찾아 다시 지킬로 돌아왔을 때는, 모든 것은 끝났다. 하이드가 즐겼던 공포 그 이상으로 지킬에게는 상흔이 남는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하이드의 잦은 출연이 동일 대상에게 점점 파괴력을 잃어간다는 것이다. 역치가 늘어난 것이다. 나의 하이드는 상대에게 더 이상 치명적 공포가 아니다.
하이드는 생각보다 겁쟁이 임을 확인했다. 지킬 만큼 진검승부의 자세를 취하지 못한다. 자신의 존재감을 상실할까봐 전전긍긍하는 캐릭터랄까, 아무튼 하이든은 가지지 못한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언제나 노심초사다. 긴장한 고슴도치 마냥 언제나 날 선 가시로 방어에만 골몰한다.
“나는 이중적인 사람이긴 하지만 결코 위선자는 아니었다. 나의 양면은 둘 다 매우 진지했다. 자제심을 팽개치고 부끄러움 속으로 뛰어드는 나는, 대낮의 밝은 빛 속에서 지식을 쌓거나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나와 다를 바 없었다. 둘 다 나 자신이었다.” (책 103쪽)
계속된 질문 속에서 얻게 된 해답은,
지킬과 하이드가 한 몸이라는 사실......, 이는
결국 하이드의 폭력은 나 자신의 고통이 된다는 것,
쉽게 잊히지 않는 교훈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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