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엄마가 대화할 때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고 자주 깜빡깜빡한다고 말씀하신다. 예사롭지 않게 여겼고 엄마 연세에 오는 단순한 건망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전, 병원을 다녀오신 엄마가 치매 초기 진단을 받으셨다고 하자 그때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 딴엔 큰 병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시라 너스레를 놓았지만, 엄마 얼굴에 드리운 근심은 감춰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특별한 가족력이 없던 상태라 치매에 관해선 큰 걱정이 없었다. 그러나 우리도 예외일 순 없기에 적극적인 준비가 필요함을 인식하였다. 곧바로 ‘치매’와 관련된 여러 책자를 살펴보았고 치매를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는 착한 책이 있어 후기로 소개해 본다.
독자들이 궁금할 만한 주요 내용 중 ‘치매 전문가가 전하는 FAQ’에서 몇 개를 골라 인용해 본다.
치매란?
“치매는 ‘정신이 없어진 것’이라는 의미를 지닌 라틴어에서 비롯된 용어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를 ‘지적장애’라고 부르는 반면, 치매는 특별한 문제 없이 잘 살아오던 분이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뇌 기능이 손상되면서 예전에 비해 기억력이나 판단력 같은 지적 능력이 감퇴하고, 일상생활을 하는 데 상당한 지장이 생기면 그걸 총칭해서 ‘치매’라고 부릅니다.” (책 24쪽)
치매를 유발하는 원인 질환은 무엇입니까?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 질환은 상당히 다양합니다. 일반적으로 70여 가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알츠하이머병이 약 3분의 2 이상을 차지합니다. 그래서 ‘가장 흔한 치매의 원인 질환’ 그러면 ‘알츠하이머병’ 이렇게들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혈관 문제 등 매우 다양한 원인 질환으로 인해 치매라는 상태가 일어나게 됩니다.” (책 37쪽)
치매의 주요 증상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치매 환자가 보이는 대표적인 증상은 기억력장애, 언어장애, 판단력장애와 같은 인지장애 증상입니다. 인지기능, 즉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거죠. 지적인 능력과는 상관없이 망상을 한다든지 환청이나 환시를 보기도 합니다. 때로는 매우 우울해한다거나 굉장히 난폭한 행동을 하고, 잠을 안 자고 막 돌아다니는 분들도 있죠. 이처럼 문제 행동을 일으키거나 정신적으로 이상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총칭해서 정신행동 증상이라고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인지장애 증상과 정신행동 증상이 치매 환자의 대표적인 증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인지장애 증상의 경우 원래대로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이 아직 없습니다.” (책 51쪽)
정신행동 증상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인지장애와 더불어 치매의 대표적인 증상이 정신행동 증상입니다. 특히 환각이나 망상, 난폭 행동, 수면장애 등은 환자를 돌보는 가족이나 보호자를 가장 힘들게 하는 증상입니다. 정신행동 증상은 밤에 잠을 안 자고, 소리를 지르거나 가족들을 모두 깨우고 다니고, 배우자가 바람을 피우지 않았나 의심하는 등의 망상적인 증상을 보입니다. 이를 많은 분이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알고 계시지만 약물 치료와 환자가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됐는지 조사해서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을 잘 조정해주면 개선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책 107쪽)
환자 보호자나 가족의 고통은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정말 많이 지쳤을 때는 주변에서 작은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으면 힘이 훨씬 덜 듭니다. 또한 주변에 나를 대신해서 환자를 돌볼 사람이 있어 ‘손을 나눌 수 있다’면 조금이나마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치매지원센터나 공공기관을 통해 지원을 받으면 고통을 이겨내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책 127쪽)
치매 환자를 돌보는 일은 마라톤이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일은 마라톤과 같다는 것을 늘 기억해야 합니다. 마라톤은 처음부터 전력 질주하면 지쳐서 중도에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유를 갖고 길게 갈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책 209쪽)
독후감을 작성하는 지금, 무거운 마음을 가볍게 전달할 수가 없다. 보통의 노년층이 갖게 될 머릿속 지우개가 내 부모에겐 없으리라 희망했지만, 현실에서 그놈을 맞이하게 되니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감기가 그렇듯, 본인도 모르게 맞이하는 것이 노인성 치매라 한다. 치매와 함께 어떻게 ‘유병장수’ 하는지 지금부터 공부해야겠다. ‘긴 병에 효자 없다’라는 말이 효자가 아닌 나에게 계속 거슬리는 관용구가 되길 바란다.
부모의 형상대로 우리도 노인이 된다. 치매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어르신들과 그 가족들에게 차고 넘치는 행운이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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