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물 흐르듯 살라고 배웠다. 정확히 누구라 할 순 없지만 아마도 어른에게서, 동료에게서, 자녀에게서 느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어렵지 않게 순리(順理)가 인생을 인도하는 골짜기임을 알고 있다.
그런데, 순리가 생존과 번식을 위한 진화의 산물이며 때로는 의도와 다른 결과를 초래한다면 이를 역행할 수 있을까?
금주에 읽은 책, <역행자>에서는 순리에 역행하는 사람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95퍼센트의 인간은 타고난 운명 그대로 평범하게 살아간다. 이들은 순리자(順理者)라 하자. 5퍼센트의 인간은 정해진 운명을 거스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능력으로 인생의 자유를 얻고 경제적 자유를 누린다. 정해진 운명을 거역하는 자, 나는 이들을 역행자(逆行者)라 부른다.” (책 8쪽)
저자는 ‘경제적 자유’에 방점을 찍는다. 무일푼의 흙수저에서 경제적 자유를 이룬 실천가로서, 지금의 위치까지 도달할 수 있었던 이유를 대부분이 선택하는 길을 역행했기 때문이라 이야기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저자는 자의식의 과잉을 인식하고 자신이 바라는 이상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기본단계를 서술한다. 이후 진화된 과거의 본능이 지금의 우리에게 어떻게 악영향을 끼쳤는지 설명하며 저자가 확립한 경제적 자유의 알고리즘을 그려준다.
난 7단계 모델 중 1단계 ‘자의식 해체’에서 오랜 시간을 서성였다. 우선, 자의식과 관련된 저자의 이야기 중 인상 깊었던 문장을 옮겨 본다.
“그동안 내가 끊임없이 화가 난 건 스스로를 대단한 사람이라고 착각했기 때문이었다. 지한이와 일을 하면서 3,000만 원의 순수익을 냈지만 650만 원밖에 못 가져간 것, 다른 동업자와 일하면서 모든 재산을 잃고 사업체를 빼앗긴 것은 불운 때문이 아니었다. 그들의 문제도 아니었다. 그저 내 그릇이 작았기 때문에 물을 부어도 흘러넘쳤던 것뿐이었다.” (책 69~70쪽)
“대부분 사람이 인생에서 완전한 자유를 얻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과잉 자의식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성공한 사람이 옆에 있어도, 아무리 좋은 책을 눈앞에 두어도, 방법을 떠 먹여줘도 소용없다. 대다수는 자의식을 보호하기 위해 온갖 방어기제로 일생일대의 정보를 쳐낸다.” (책 79쪽)
“신은 사람들에게 수많은 ‘일생일대의 기회’를 주지만, 자의식의 방해로 모든 기회를 날려버린다. ‘난 돈이 없어도 행복해’라고 끊임없이 자위하지만, 항상 어떻게 돈을 벌지 걱정하며, 자신을 고용한 윗사람이 능력에 맞는 월급을 주지 않는다고 욕하며, 밥을 사 먹을 때마다 가격표를 보면서 걱정한다. 인정해라. 그래야 그다음부터 발전이 일어난다.” (책 82쪽)
“여기서 중요한 점은 ‘얼마를 벌었냐’가 아니다. 자의식을 해체해야 비로소 심리적으로 안정될 수 있으며, 반복하는 실패를 성공으로 전환할 수 있다. 스스로 멍청하다는 걸 인정하자. 스스로 못났다는 걸 인정하자. 질투하는 대상보다 못하다는 걸 인정하자. 그다음에 발전이 있다. 자의식으로 자아의 상처를 피해서는 절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책 94쪽)
지금의 나는 강퍅하기 그지없어 어떠한 논리로도 쉽게 마음이 열리지 않는다. 그러나 돈을 하대하는 자의식과 넘치는 돈을 바라는 정체성이 혼란할 때면 온갖 이유로 외면하였던 심연에 또다시 빠지게 된다.
마치, 종교적 회개(悔改)처럼 나의 신념이 헛되었음을, 나의 방향이 잘못되었음을, 나 자신을 투명하게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이, 그토록 내가 바라는 ‘경제적 자유’의 첫걸음이라는 주장에 고민이 깊어진다.
첫 단계부터 만만치 않다. 귓가에 많은 소리가 들린다. 자기계발서 한 권의 이야기를 가지고 유난 떤다고, 각양각색이며 만인만색인게 인생인 것을, 어찌 돈을 목표로 삼냐고, 순리대로 살라고,
이 책을 읽게 될 독자분들도 함께 넘어야 할 첫 고비가 아닐까 싶다. 충분한 숙고의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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