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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아버지 정약용의 인생강의 - 정약용, 오세진편역 /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

by 박종인입니다. 2020.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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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정약용의 인생강의
국내도서
저자 : 정약용 / 오세진역
출판 : 홍익출판사 2020.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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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은 정조대왕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세상이 어수선할 때 정치적인 반대파들에게 공격을 당해 억울하게 유배형에 처해지고 가문이 졸지에 폐족이 된 불운의 학자이자 아버지였다. 이 글은 다산이 유배지에서 자식들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기반으로 오세진 선생이 편역 한 글이다.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있고 각 장의 뜻깊은 내용을 간추려 보고자 한다.

 

1. 집안을 일으키는 방법은 공부뿐이다.

 

폐족이 된 집안의 사람으로서 제대로 처신하는 방법은 무엇이겠느냐? 오직 공부뿐이다. 공부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가장 품격 있고 우아한 일이지만 아무나 그 참맛을 아는 것은 아니다. 부와 권력을 가진 집안의 자제에게는 공부의 참맛이 허락되지 않는다. 또한 시골의 가난한 천제에게 공부의 심오한 경지가 쉽게 허락되는 것도 아니다. 어려서부터 견물을 넓히고 커서는 온갖 어려움을 겪은 너희들 같은 사람만이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있는 법이다.

 

다산은 독서를 한 후에 그것을 토대로 실천하는 게 아니라 생활 속에서 실천한 후에 독서를 해야만 효과를 온전히 이루어낼 수 있다고 보았다. 실천을 통해 배움에 대한 진정성을 세우고 그 다음에 독서를 할 때에만 비로소 깊이 있는 독서를 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

 

2. 자식들에게 경제생활을 이야기하다.

 

다산이 자녀들에게 강조하였던 근검은 마치 비옥한 논밭보다 좋은 것이고 평생 써도 끝이 없는 재산이었다. 이란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고, 아침에 할 수 있는 일을 저녁으로 미루지 말고, 맑은 날에 해야 할 일을 비오는 날까지 끌고 가지 않는 것이다.

 

이란 본질에 충실함을 말한다. 고운 비단으로 만든 옷은 입다가 해어지면 볼품이 없어지지만 투박하고 값싼 옷은 해어지더라도 크게 나빠지는 것이 없다. 따라서 한 벌의 옷을 만들 때는 그것을 얼마나 오래 입을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재화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남에게 베푸는 것이다. 그러면 도둑에게 빼앗길 염려도 없고, 화재로 소실될 걱정도 없으며 소나 말이 운반하는 고생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자기가 죽은 후에도 꽃다운 명성을 가져갈 수 있으니 세상에 이보다 더 큰 이익은 어디 있겠는가, 재물은 매기와 같아 잡으려면 손에서 빠져나가는 것이다.

 

다산이 벼슬살이를 할 때는 많은 이들이 찾아와 그를 살피더니 폐족이 되고 가족을 돌볼 사람이 없어지니 주변의 관심과 호의가 끊어짐을 느낀다. 선생은 그의 자녀들이 남들이 베푸는 호의를 기대하지 말고 여력이 된다면 호의를 베풀고 살아가길 희망했다. 다만 지금은 호의를 베풀 여력이 없음을 아쉬워하며 내심 도움을 받으려는 자녀들의 헛된 욕심을 비우라 충고한다. 그러면 차츰 마음이 편해지고 기운도 완화해져서 하늘을 원망하고 사람을 탓하는 병도 없어질 것임을 전한다.

 

3. 남에게 도움을 주지 않았다면 바라지도 마라

 

늙은 아비는 세상 경험이 많고, 또한 어려운 일을 두루 겪었기 때문에 인정에 대해 알만큼은 안다. 부모자식 관계나 형제 관계의 도리에서 소홀한 사람은 가까이해서는 안 되고 함부로 신뢰해서도 안 된다. 그럼 사람은 비록 나를 대할 때는 충심을 다하고 굉장히 민첩하게 행동하면서 열과 성을 다한다 해도 절대로 가까이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나중에 은혜를 저버리고 도리를 잊고 아침에는 따뜻했다가 저녁이 되어 차갑게 돌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진면목을 보려면 먼저 그 사람이 가정에서 하는 행실을 관찰해야 한다. 만약 그 사람의 옳지 못한 면을 발견하면 돌이켜 내 자신부터 반성해봐야 한다. 나 또한 그런 잘못이 없는지를 걱정하여 철두철미하게 고쳐나가는 공부를 해야 한다.

 

다산은 그의 형으로부터 도량이 작다는 충고를 듣는데 정약용 역시 그의 아내에게 도량의 작음을 흠잡았다.. 이렇듯 도량이 작은 부모 밑에서 태어난 자식들의 도량이 높고 넓을 수는 없겠지만 관대한 마음을 가지길 바라는 마음의 글을 전한다.

 

4. 제사상을 차리기보다 나의 책을 읽어 다오

 

반드시 먼저 중국의 경전들을 공부하여 기초를 다지고 역사서를 공부하여 정치의 성공과 실패 원인을 분석하여 어떻게 하면 나라가 잘 다스려지고 어떻게 하면 질서가 무너지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또한 실용적인 학문을 익히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하고 경제에 관한 옛사람의 글도 기꺼이 읽어봐야 한다. 나라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이롭게 하면서 만물을 기르는 것이 되겠다는 마음가짐을 항상 가져야 한다. 그런 후에야 비로소 독서하는 군자로 거듭날 수 있다.

 

만약 포목 몇 자, 돈 몇 푼 때문에 잠깐 사이에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 호연지기가 쭈그러들어 결국 사라지고 만다. 이것은 마치 생사의 갈림길과 같으니 너희들은 이 점을 매우 주의해야 한다. 다음으로 말을 조심해야 한다. 전체가 완벽하더라도 구멍 하나가 새면 깨진 항아리와 같다. 백 마디 말이 모두 신뢰가 가더라도 단지 한마디 말에 뜻밖의 거짓이 있으면 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너희들은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 말이 지나치게 과장된 사람은 남이 믿어주지 않는다. 가난한 사람은 더욱 말을 아껴야 한다.

 

아버지 정약용이 자녀들에게 보내는 편지글은 모두 사랑으로 가득하다. 예나 지금이나 부모의 염려는 끝이 없어 자녀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글을 읽는 내내 다산도 대의를 논하는 시대의 선생이기 전에 역시 부모라는 생각을 해본다. 가장 좋은 것을 전해주려는 부모의 간절함이 글 곳곳에 녹아져 있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정말 겨울이 올 것 같다.

따뜻한 커피와 손 편지가 어울리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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