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잠에서 깨면 먼저 하는 일이 물 한잔을 마시고 화장실로 가서 밤사이에 쌓여진 몸 안의 잔여물들을 비우는 일이다. 양치질을 하고 고양이 세수와 함께 정신을 차린다. 간혹 건강을 생각한답시고 홍삼농축액이나 요구르트를 마시기도 하는데 규칙적인 아침 식사는 오래전 습관으로 남아있다.
업무는 손품을 파는 분석 작업으로 시작하여 발품을 파는 현장 답사로 마무리된다. 긴장했던 마음을 풀고 저녁 식탁에 와 앉는 시간은 보통 7시 전후로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순간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몰려오는 졸음과 싸우다 인근 걷기 코스로 무거운 몸을 움직인다. 땀에 젖은 몸을 씻고 하루를 잘 버텨준 내 무릎에 감사할 때면 훌쩍 자정을 넘긴다.
이렇게 큰 노력 없이 나의 하루는 반복된다.
하루를 계획하고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정신줄을 잡아보지만 대부분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라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무의식의 반응으로 오늘도 잘(?)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무엇인가 부족하다. 본능과 시간의 흐름에 나를 맡기고 살아지면 될 것인데 내가 원하고, 계획하고, 꿈꾸던 삶이 아닌 것 같은 막연한 허기를 느낀다. 이는 분명히 부족함을 느끼는 나의 의식 때문일 것인데, 의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의 내려 본 적이 없다.
이기적 유전자의 활동으로 인류에게 축적된 진화는 무의식 세계로 흡수되어 마치 본능처럼, 습관처럼, 당연한 행동으로 표현된다. 감각적 유희와 물질적 소비에 집중한다. 남보다 우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존의식이 기본 감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허전함을 느끼는 것은 다른 차원의 욕망이 있어서가 아닐까? 나는 저자 문성림이 소개하는 2차 의식에서 그 실마리를 찾았다. 의식은 본능을 일으키는 기본적(1차) 의식과 본능을 뛰어넘어 새로움을 창조할 수 있는 고차원적(2차) 의식으로 구분된다.
예를 들어 보자.
(만일) 몸이 약해서 항상 짜증이 나고 가까운 이에게 화를 내며 사람들이 나를 싫어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잠시 스스로를 바라보면서 솔직한 대화를 나눠보자. 친절히 질문해 보는 것이다. 나와의 대화이니 한 톨의 거짓 없이 사실을 관찰해 보는 것이다.
관찰의 결과로 나온 사실이 “건강이 안 좋은 나”라면, 그 동안 건강관리를 위해 했던 일이 무엇인지 깊이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어떠한 결과든 그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지금의 건강상태는 지금까지의 삶의 태도가 가져온 결과임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어떻게 하면 건강하고 튼튼한 몸을 가질 수 있는지 제한(limit)없는 상상을 해 보는 것이다. 현실은 상상의 범위를 넘어설 수 없다. 상상은 자유다. 어디까지 상상할 수 있느냐가 나의 미래의 모습을 만든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맘껏 상상했다면, 몽상과 망상을 걷어내고 실행 계획을 세운다. 계획의 실행 확률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수립하는 것이다. 맹인이라도 이 줄만 잡고 가면 어떠한 상황이 닥쳐도 목표지점에 도달 할 수 있도록 미세하게 수립하는 것이다.
목표지점에 멋지게 도달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실행 방법이 필요하다. 약한 몸을 건강하게 만들려면 자신에게 맡는 적절한 음식, 효과적인 운동 처방, 질병 치료, 꾸준히 반복할 수 있는 환경 등 다양한 정보가 요구된다. 역시 필요한 것은 학습이다.
마지막 단계로, 남들이 만들어 놓은 결과물을 힌트로 나만의 창조물을 만드는 것이다. 편안한 수면과 규칙적인 기상을 위해 아침 모닝콜 카페를 만든다던지, 매일 저녁 걷기 모임에 참석하여 함께 걷는다던지,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운동스케줄을 피드해서 공감을 얻던지, 다양한 방법을 찾아 나만의 창조물을 만드는 것이다.
이상의 6가지 방법을 통해서 2차 의식을 불러들여야 한다. 타인에게 집중된 본능적 시선을 내 안으로 옮길 수 있도록 창조적인 반복이 필요하다. 이것이 습관이 된다면 천천히 무의식 세계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무의식화된 노력은 한 차원 높은 의식의 결과를 선사할 것이며 그 동안 느꼈던 허기에서 탈출하여 포만감을 느낄 것이다.
의식 수준의 향상은 새로운 행복의 기준이 되고 있다.
본능적으로 살아가는 것은 절대 폄하의 대상이 아니다. 단지, 다르게 살고 싶다면, 잔잔한 마음에 파문이 일고, 자신의 삶이 쳇바퀴 굴러가듯 하다면, ‘의식’을 활용해서 자신이 창조한 세상에서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저자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남편과 동행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저자의 글은 깊은 사고와 논증이 버무려진 숙성된 음식 같다. 찰나의 깨달음 보다 고행의 기간을 견딘 깊은 맛이 느껴진다. 이 책은 참고문헌을 찾아보게 만드는 뒤끝 있는 글이고 양자물리학의 개념을 확인하게 하는 안내서(Lead book)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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