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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다행히도 죽지 않았습니다 - 김예지(코피루왁) / 포기하지 마세요,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by 박종인입니다. 2020.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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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은 어디에서 올까?

(최소한 나에게) 이놈은 빡빡한 계획을 달성하지 못한 경우나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무기력해질 때 찾아오는 감정이다. 불안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감정이지만 오랜 시간 계속해서 느끼게 된다면 이는 장애로 해석되기도 한다. 나도 다양한 유형의 불안을 가지고 있다. 그중 경제적으로 느끼는 불안감은 살고자 하는 본능적 방어기제를 뛰어넘어 더욱 나쁜 상황을 상상케 하고 결국 깊은 우울감에서 허우적거리게 한다. 다행히도 이제는 이것이 진정 나에게 벌어질 사실이 아니라 단순한 감정의 기복이라는 것을 안다.

 

책에 소개되는 사회 불안 장애의 특징은 사회 불안 장애는 불안 장애 중 하나로, 사회 불안이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사회적인 상황을 두려워하고 이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낯선 사람들이 자신을 유심히 보는 것 같이 느끼거나 심지어 다른 사람들과 마주칠 것 같은 사회적 상황까지도 비현실적으로 강력히 두려워한다 “고 설명한다. (네이버 심리학 용어사전)

 

저자 김예지는 코피루왁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는 한 영화의 주인공이 아무 원두나 드립으로 내려도 코피루왁이라는 주문을 외우고 드립을 내리면 맛있어진다는 이야기에서 따온 말로 무엇이든 자신의 염원을 담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저자는 현재 청소 노동자이자,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 <저 청소일 하는데요>의 저자이기도 하다.

 

어느 비 오는 저녁, 아파트 옥상에서 아래를 바라보는 있는 저자의 모습으로 책은 시작된다. 죽고 싶지 않았던 그녀가 침대에 누워 한 생각은 그러나 살고 싶지도 않아였다.

 

대학에 입학한 여느 학생들처럼 08학번 김예지도 동아리에 가입하고 여러 모임에서도 잘 어울렸다. 그러나 차츰 찾아온 낯설고 어색한 기분은 그녀를 불편하게 하였다. 계속되는 연극 같은 삶은 그녀를 힘들게 하였고 그녀는 점점 폐쇄적으로 변해갔다. 탈출구를 모색했던 그녀는 스스로 병원을 찾아 심리치료를 시작하였다. 약도 열심히 챙겨 먹고 인지 행동 치료도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녀의 첫 치료는 별다른 효과 없이 막을 내렸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입사한 그녀는 작은 실수와 마찰에도 예민해졌고 결국 불안은 그녀를 회사 내에서도 스스로를 고립시키기 시작했다. 그녀는 사회 불안 장애라는 병을 앓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불안 증상이 비이상적이란 걸 알고 있지만 속수무책으로 불안에 공격당했다. 사회성이 모자라고 소심한 사람으로 비치는 자신의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며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생존을 위해 알바를 시작하였다. 그녀는 불안감을 이겨내고 잘 해보고 싶은 마음에 적극적인 행동으로 동료들을 대했다. 그러나 그것이 화근이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쾌활하게 봤고 그들에게 자신의 본모습을 들킬까 하는 불안은 더욱 커져만 갔다. 결국 2개월 만에 또다시 사표를 던졌다.

 

 

엄마의 도움으로 모녀가 함께 청소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의 불안은 잠들지 않았다. 불안의 원인을 파악하고 맞서 싸우기 보다는 회피를 선택했던 것이다. 수많은 회피가 차곡차고 쌓이면서 그녀는 무능력해졌다. 한없이 초라해졌다. 마치 하늘의 저주가 자신에게 내린 듯했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상처를 냈다. 모두와의 연락을 단절했다. 세상에서 이렇게 불행한 사람은 본인 뿐이라고 생각했다. 친구들과의 이야기도 버거웠고 만남을 이어가는 것도 힘들었다. 이런 그녀를 이해 못해주는 친구들이 미웠다. 적막하고 아득했다. 툭하면 울었고 툭하면 화를 냈다. 이런 날 나아준 엄마를 원망하기도 했다. 그녀는 실패로 끝난 수많은 자살을 시도하였다.

 

끝이지 않는 절망 속에서도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를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어머니의 도움으로 다시 심리 상담 센터에 방문하게 된다. 선생님과의 상담은 좋았다. 한 줄기 빛이 쏟아졌다.

사소하고 긴밀한 이야기를 시작했고, 질문을 하기도, 지지를 받기도, 고쳐보기도 했다. 내 감정을 똑바로 이해하고, 아닌 것은 아니라 표현하고, 부정적 감정의 원인을 찾고, 상대방도 완벽한 사람이 아님을 이해하려 노력하였다. 상담을 하면서 점점 그녀는 살아났다.

 

 

상담을 끝낸 후, 그녀는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새로운 연애를 했고, 그림도 그렸다. 안정된 괘도에 진입한 듯 했다. 그러면서도 불안했다. 다시 돌아갈까 봐, 하지만 맘을 다잡고 선생님과의 대화를 상기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기분이 다운되고 눈물이 났다. 상담을 끝내고 혼자 맞은 불안들은 차츰차츰 또 그녀를 좀먹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여전히 바보 같았고 혼자서 이겨내지 못한단 상실감이 무겁게 다가왔다. 찰나의 기쁨은 불꽃처럼 사그라들었고 우울감은 다시 그녀를 찾아왔다.

 

여러 방법을 검색하다가 알게 된 한 다큐멘터리(A Social Anxiety Documentary)를 통해 사회공포증이 질병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 방송은 세로토닌 억제제(SSRI)를 통해 과민한 불안 증상을 줄이고 인지 행동 치료를 통해 불안했던 예전 상황에서 점차 긍정적 경험을 하며 사회적 기능을 되찾는 내용이었다. 그녀는 심리학적 측면과 생물학적 측면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치료를 시작했다. 그 동안 많은 병원과 상담을 거치면서 그녀에게 필요한 부분만 체득하는 법을 알게 되어 그들로 인해 상처 받는 일은 점차 줄어들었다.

그녀는 오랫동안 사회공포증을 앓아왔다. 그로 인해 심한 우울증도 겪었다. 많은 병원을 방문했지만 확실한 진단도 친절한 설명도 없었다. 혼자서 열심히 알아본다 해도 한계가 있었고 정확히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여러 가지 자료와 책으로 공부하면서 그녀의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려 노력하였다. 모든 질병이 그렇듯 자신이 앓고 있는 질병을 가장 잘 알고 공부해야 한다. 그래야 방법을 찾고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당연히 그 방법 중에는 수많은 실패가 존재하고 좌절도 할 것이다.

 

그녀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극복했고 그 과정 속에 좋은 경험들도 많이 생겼다. 그녀의 저서 <저 청소일 하는데요>를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새로운 환경에 더욱 노출되었다. 강연 기회를 가지게 되었고, 남들 앞에 서 이야기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긍정적인 경험이 쌓이면서 자신감과 용기가 생겼다.

 

 

긴 터널을 지날 땐 지금 같은 행복의 시간을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왔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만화로 그리기 시작했다. 이 꿉꿉하고 어두운 이야기를 전하는 이유는 예전에 그녀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그리고 그들이 혼자가 아님을 말하고 싶어서란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에게 희망이 절망이 되지 않는다는 걸 말하고, 그리고 동질감과 공감으로 그들의 소외된 기분을 위로하고 싶어서란다. 다행이다. 죽지 않아서, 다행이다. 살아 있어서,

 

나 역시 심한 우울증을 앓아본 적이 있다. 세상 모두는 나의 적이며, 혼자 남겨진 외로움, 나를 뺀 모든 이는 행복해 보이고, 차라리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라며 잠든 날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지속된 불안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마음의 감기 정도로 여기면 안 된다. 의학적 처방과 심리적 상담이 필요한 질병이다.

 

이 책은 지속된 불안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보다 위로가 필요한 분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되리라 본다. 시대의 질병으로도 불리는 불안 장애가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되고 많은 치료법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오늘도 용기 내어 살아가는 (나를 포함한) 모든 불안너들에게 파이팅을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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