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창작과 비평, 2018가을 통권 181호)
장류진 작가의 글 <일의 기쁨과 슬픔>은,
대박을 꿈꾸는 한국 스타트업들의 하루를 가감없이, 아주 현실적으로 그려낸 극사실주의 소설로 인정받고 있다.
전체의 줄거리는 이렇다.
우동마켓의 대표 데이빗(박대식)은 직원 안나(김안나)에게 회사 사이트에 너무나 많은 상품과 글을 올리는 열성회원 거북이알(이지혜)을 만나 조금 자제해줄 것을 부탁하라고 지시한다.
거북이알을 만나게 된 안나는 그녀가 같은 판교테크노밸리에 있는 유비카드의 혜택기획팀 차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의아해 한다.
그녀들의 (점심시간) 대화를 통해서 안나는 거북이알이 유비카드 회장의 지시로 러시아 아티스트를 섭외하는 일을 맞게 되고 그 마무리단계에서 회장의 눈밖에 나, 결국 월급을 카드포인트로 받게 된 사연을 듣게 된다.
거북이알은 그 카드포인트로 각종물품을 구매하고 이를 되팔아 돈을 마련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서로의 대화에 흥미를 느껴갈 때 즈음 거북이알은 자신의 스마트폰 사진첩에 저장된 사진을 안나에게 보여주며, 기르고 있는 세 마리 거북이 이름을 알려준다.
첫째 ‘람보(르기니)’, 둘째 ‘마쎄(라티)’, 막내 ‘페라(리)’.
안나는 거북이알과 헤어지기 직전 그녀가 가지고 있던 레고세트를 추가로 구매한다.
회사로 돌아온 안나는 회사 옥상에서 열정페이의 상징이 된 개발업자 케빈에게 거북이알에게서 구매한 레고세트를 선물한다.
안나는 오늘의 업무를 마감하면서 몇 달 전 예매해 두었던 리사이틀을 위해 오늘 받은 월급으로 홍콩행 왕복티켓을 결제한다.
오전 아홉시,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스크럼 시간이다....스크럼이라면 이 모든 과정이 길어도 십오분 이내로 끝나야 했다. 하지만 우리 대표는 스크럼을 아침 조회처럼 생각하고 있으니 심히 문제였다.
제니퍼는 디자이너인데 한국 사람이다....굳이 영어 이름을 지어서 쓰는 이유는.....동등하고 수평한 업무환경을 만들자는 취지라고 했다....하지만 다들 대표나 이사가 이야기 할때는 “저번에 데이빗께서 요청하신”이러고 앉아 있었다.
대표가 케빈에게 내민 카드는 ‘개발적으로 하고 싶은 거 다 하게 해주겠다.’였다고. 겨우 그런 말로 설득을 한 것도 신기했지만, 고작 그런 말로 설득이 된다는 것도 놀라웠다. 그래서 케빈은 지금 ‘개발적으로’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있나 모르겠다. 매일 나오는 버그 잡기 바쁜 것 같은데
사시는 동안 적게 일하시고 많이 버세요
작가는
데이빗을 통해서 권위롭고 싶지만 좋은 창업주로도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케빈에게서는 개발자의 자유로운 개발 환경을 요구하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에 적응해 가는 과정을,
안나와 거북이알을 통해서는 직장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회사의 성공보다는 본인들의 일과 삶의 밸런스라는 것을 솔직하게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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