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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광야 - 이육사 / 목 놓아 부르리라!

by 박종인입니다. 2024.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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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명 이원록, 1904년 경북 안동 출생으로 예안 보문의숙에서 신학문을 배우고 대구 교남학교에서 잠시 수학하였다. 이후 중국 북경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1925년 독립운동단체 의열단에 가입, 1926년 가을, 장진홍의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으로 3년형을 받고 투옥된다. 그때 받은 수인번호가 264번이어서 호를 육사(陸史)로 택했다고 전해진다.

 

가끔 꿈이 생생히 떠오르는 아침이 있다.

보통 이런 일은 무언가를 궁리를 할 때 나타난다. 꿈에서라도 이루고 싶은 간절함 때문일 것이다.

 

여기 간절함을 대표하는 작품, 이육사의 시가 있다.

 

 

청포도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주절이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두렴

 

 

절정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진 그 우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감아 생각해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보다.

 

 

광야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나리고

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내가 들개에게 길을 비켜줄 수 있는 겸양을 보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정면으로 달려드는 표범을 겁내서는 한 발자욱이라도 물러서지 않으려는 내 길을 사랑할 뿐이오. 그렇소이다. 내 길을 사랑하는 마음 그것은 내 자신에 희생을 요구하는 노력이오. 이래서 나는 내 기백을 키우고 길러서 금강심(金剛心)에서 나오는 내 시를 쓸지 언정 유언은 쓰지 않겠소.” (79, 수필 계절의 오행)

 

이육사의 글에는 강한 의지가 있다.

 

이육사가 살아가던 시절엔 독립이 시대정신이었을 것이다. 속국의 설움을 겪어보지 못한 내가 감히 판단할 수 없지만 아마도 지금의 우리가 육사의 시대를 살았더라도 비슷한 태도를 가졌을 것이다.

 

왜냐하면 독립에 대한 강한 의지와 절대적 희망은 작금의 시대에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비록 그 양태가 다르더라도 각자가 추구해야할 독립은 여전히 존재한다.

 

크고 작은 삶의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는 강한 의지, 독립을 이뤄 자신과 주변을 돌보려는 책임감, 이보다 더 큰 대의가 어디 있겠는가?

 

가끔 삶이 고되어 버티기 어려울 땐 우리보다 먼저, 더 힘들게 버텨낸 선배들의 글에 기대어 쉼을 가지자.

 

고갈된 삶의 배터리가 다시 차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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