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신에게 100% 솔직할 수 있을까?
경험상 이는 매우 힘든 일이다. 생의 마지막이 될 수 있음을 직감하지 않고는 솔직한 자신과 대면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생각해봐도 견줄만한 예가 없어 적절히 표현할 수 없지만 나에게 벌거벗은 자신과 직면한다는 것은, “죽어도 좋습니다!”를 외칠 용기와 훈련이 필요한 행위이다.
생의 마지막을 상상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바로 ‘유서’이다.
유서를 처음 써 본 것은 군 시절이었다. 당시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군에 비상경계령이 발령되고 전방부대에는 전쟁 발발을 대비해 각 병과에 맞는 작전계획과 행동 수칙이 하달 되었다. 날 선 대검과 실탄이 지급되었고, 행정반에서는 급히 쓴 유서와 머리카락을 수거하였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경험이지만 이때가 죽음을 직면하고 나에게 솔직했던 첫 경험이었다.
이후 학교에서 ‘죽음학’을 배울 때, 그리고 독후감을 쓰는 지금, 유서를 작성해 보았다.
오늘 소개할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에는 자신을 위로하는 다양한 글쓰기 방법을 열거한다. 이 중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한 제11장 <미리 쓰는 유언 편지>의 몇 문장을 소개한다.
“당신의 유산은 바로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 있는 그대로의 당신 자신이 바로 유산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의 나를 바라본다면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주고 싶은 진정한 유산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그렇기에 진심이 담긴 유언 편지를 쓸 수 있는 것이다.” (책 152쪽)
“당신은 무슨 말을 가족에게 남기고 싶은가? 아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충고가 있을 것이다. 부부 사이에 평생 동안 전하지 못한 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사실이 있다. 정성들여 유언 편지를 쓰다 보면, 오히려 이 편지가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것임을 알게 된다.” (책 155쪽)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당신이 적어놓는 것들에 관해 어떤 비판도 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실현 가능성을 따지며 비판하지 마라. 마음속에 풍향계가 어떤 방향으로 돌아가든 그것이 바로 오늘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라.” (책 157쪽)
“가장 중요한 문제는 유언 편지에 포함시킬 내용을 정하는 일이다. 무슨 내용으로 여백을 채울까? 이 질문에 앞서 당신이 먼저 알아야 할 일은, 이것이 가족들에게 남기는 선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 164쪽)
유언장 작성은 대상이 있는 글이며 자신의 진심을 담는 작업이다. 내가 없는 세상에 남겨질 메시지이며 삶을 통해 깨달은 이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달하고픈 욕망이다.
그래서 가장 솔직한 글이며, 감출 수밖에 없었던 내면의 일부와 재회할 기회이다.
이렇게 솔직한 자신과 마주하면 스스로 용서하고 위로할 용기를 갖는다. 어떠한 삶을 살아왔건, 지금까지 잘 견뎌온 자신을 위로하고 일으켜 세울 사람이 오로지 자신임을 깨닫는다. 결국 내게 남아 있는 시간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인식할 계기가 된다.
“글쓰기의 진정한 목표는 자신의 내면과 직접 대면하는 일이다. 거기서부터 자기 배려는 시작되고, 이로써 본격적인 치유의 길로 접어든다.” (책 150쪽)
저자의 주장에 적극 동감한다.
혹시 지금 당신의 가슴과 머리에 떠오르는 단어가 ‘위로’라면, 즉시 자기 내면과 필담을 나눠보라. 방법을 모르겠다면, ‘미리 써 보는 유언 편지’를 활용해 보시라.
이는 자신과 만나는 방법 중 단연 최고봉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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