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일이다.
마당을 두고 서로 다툼을 벌이는 개와 고양이를 중재하기 위해 어린 고양이를 안고 견공 곁으로 다가갔다.
간혹 방송에서 이 두 위인의 사이좋은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나도 어렵지 않게 이 둘을 화해시키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큰 착각이었다.
새끼 고양이는 개를 보자마자 발톱과 털을 세우면서 방어 태세를 갖추었다. 이를 무시하고 견공 겉으로 좀 더 가까이 데려갔더니 결국 안고 있던 내 손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찰나에 든 생각이었다.
두려움은 생존의 근간이며 이를 받아들이기 위해 지혜의 조력이 필요하단 것을,
오늘 소개할 법구경은 다양한 두려움에 대처하는 지혜의 말씀으로, 인도의 승려 다르마트라타(Dharmatrata)가 부처님의 45년간 설법을 모아 엮은 불교 경전이다.
팔리어 원문 담마파다(Dhammapada)에서 담마는 ‘진리, 법, 가르침’을 뜻하고 파다는 ‘말, 길’을 뜻한다.
책은 두 갈래, 정성, 마음, 꽃, 어리석은 사람, 지혜로운 사람, 성스러운 사람, 천 가지, 악, 폭력, 늙음, 자신, 세상, 깨달은 이, 기쁨, 즐거움, 분노, 더러움, 올바른 사람, 길, 여러 가지, 지옥, 코끼리, 갈망, 수행자, 브라만 등 26장의 주제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인상 깊었던 3개의 구절을 인용해 보려 한다.
천천위적 일부승지 미약자승 위전중상
(千千爲敵 一夫勝之 未若自勝 爲戰中上)
어느 한 사람이 전쟁터에 나가
백만 명과 싸워 이긴다고 해도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가장 뛰어난 승자이리라.
(책 77쪽, 법구경 제8장 103절)
자기심위사 불수타위사 자기위사자 획진지인법
自己心爲師 不隨他爲師 自己爲師者 獲眞智人法
자신의 스승은 자기밖에 없는데
그 누가 스승이 될 수 있겠는가.
자신을 바르게 다스리는 사람은
참다운 스승을 만날 수 있으리라.
(책 115쪽, 법구경 제12장 160절)
인상훼방 자고지금 기훼다언 우훼눌인 역훼중화 세무불훼
人相毁謗 自古至今 旣毁多言 又毁訥忍 亦毁中和 世無不毁
조용히 있으면 비난을 받게 되고
말을 많이 해도 비난을 받게 되며
적당히 말해도 비난을 받게 되니
세상에 비난받지 않는 이는 없다.
아뚤라여, 이것은 옛날부터 있었지
오늘날 갑자기 생긴 일이 아니리라.
(책 157쪽, 법구경 제17장 227절)
삶이 헛되지 않은 것은 보람과 쓸모가 남기 때문이다.
당장 쓰라림은 두려움으로 각인되겠지만 이는 곧 무뎌져 흐린 기억 속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멋진 훈장으로 상흔을 남긴다.
고양이는 다시 돌아왔다.
손등의 상처가 아물 때쯤, 다시 한번 장갑을 끼고 이들을 화해시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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