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도(六韜)는 문도(文), 무도(武韜), 용도(龍韜), 호도(虎韜), 표도(豹韜), 견도(犬韜) 등 6권 60편으로 이루어진 중국의 대표적인 병법서이다. 저자는 태공망 강상(太公望姜尙)으로 우리에겐 ‘강태공’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글은 문왕이 묻고 태공망이 답하는 문답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오늘 소개할 대목은 육도의 두 번째 파트인 무도(武韜)에 실려있는 내용이다. 모략 전술에 관한 이야기로 문왕이 태공망에게 “무력을 쓰지 않고 모략으로 적을 정벌하는 방법”에 관해 묻는다. 이에 태공망은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모략으로 적을 정벌하는 방법은 모두 열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적국의 군주가 좋아하고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도록 하여 그의 뜻을 맞춰 줍니다. 이렇게 하면 교만한 마음이 생겨 마음대로 나쁜 짓을 하게 될 것입니다.
둘째, 적국의 군주가 사랑하는 신하에게 가까이 다가가 적국의 군주와 신하를 이간질해 나라의 권위가 나눠지게 만듭니다.
셋째, 적국의 군주를 가까이 섬기는 측근들을 비밀리에 매수하여 매우 깊은 적정을 알아내는 것입니다.
넷째, 적국의 군주에게 음탕한 짓을 즐기도록 부추겨 주고 정욕을 더욱 키워 줍니다. 금은보화를 바치고 아름다운 미녀와 노닥거리게 해주어 정치를 잊게 만듭니다.
다섯째, 적국의 충신은 후하게 예우하고, 적국의 군주에게는 야박하게 예물을 보냅니다. 이렇게 하면 적국의 군주는 먼저 보낸 충성스러운 사신을 의심하고, 우리가 가까이하여 빨리 처리해 준 사신을 믿어서 다시 중용하게 될 것입니다.
여섯째, 적국의 조정에 있는 신하를 매수하고 변방의 외직에 있는 신하를 이간질합니다. 그래서 재능이 뛰어난 자는 밖으로 나와서 우리나라를 돕게 하고, 안에서는 내분을 일으키도록 합니다.
일곱째, 적국 군주의 마음을 꼼짝 못 하게 사로잡도록 엄청난 뇌물을 바치고, 곁에서 모시는 측근 신하들을 함께 매수하여 비밀리에 이익을 보장해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리하여 정치를 가벼이 여기게 만듭니다.
여덟째, 적국의 신하에게 나라의 중요한 보물을 바쳐 친교를 맺고 그것을 빌미로 모략을 꾀합니다. 그리고 이런 모략을 통해서 적국의 신하에게 또 이익이 돌아가게 하면 반드시 우리나라를 믿게 되고 우리나라는 반드시 적국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아홉째, 적국의 군주에게 훌륭하다고 추켜세워서 허영심을 품게 하고, 그가 곤란할 지경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이렇게 천하의 대세가 모두 적국에 기운 것처럼 보이게 해줍니다. 이렇게 하면 군주는 마침내 정치를 거들떠보지 않고 게으름에 빠지고 말 것입니다.
열 번째, 몸을 낮추어 적을 섬겨서 믿음을 얻고 적의 군주의 마음마저 손에 넣습니다. 그리고 모든 일을 그의 뜻에 따라 처리하여 삶과 죽음을 함께 할 사이인 것처럼 생각하게 만듭니다.
열한 번째, 교묘한 방법으로 적국의 군주를 에워싸서 가려 버립니다. 신하라면 누구나 존귀함과 부유함을 중시하고 죽음과 재난을 싫어하게 마련입니다. 이러한 심리를 이용하여 은밀히 매우 존귀하고 명예로운 자리를 보여주고, 남모르게 값진 보물을 뇌물로 적의 영웅호걸을 포섭합니다.
열두 번째, 적국에 분란을 일으키는 신하를 길러서 군주의 마음을 흐리게 하고, 빼어난 미녀와 음란한 음악을 바쳐 군주의 의지를 뒤흔들며, 품종 좋은 개나 말 따위의 애완동물을 보내어 군주의 몸을 지치게 하고, 때로는 큰 권세를 부리게 하여 자기 자만에 빠지게 합니다.
이상의 열두 가지 조건이 모두 갖추어지면 적국이 멸망할 조짐이 뚜렷이 나타날 것이고 이때 적국을 토벌하면 됩니다.
이 내용을 읽으면서 지금 우리의 정치 현실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열두 가지 증후가 상징적 의미일 수 있겠으나 국가, 조직, 단체의 멸망을 나타내는 공통의 시그널이라는 점에서 이를 간과할 수 없다.
시대가 변하더라고 인간의 욕심은 변하지 않는다. 결국 인간이 가진 태생적 약점을 공략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동일한 병법이다.
우리가 서로를 깨우고 조직된 힘을 보여야 하는 것은, 호시탐탐 우리의 권리를 노리는 공공의 적에게 대응하기 위함이다.
역시 <육도‧삼략>에는 작금에 어울리는, 그리고 필요한 내용이 가득하다.
많은 분께 일독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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