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인들과 저녁 식사를 할 때였다.
무슨 얘기 끝에, 나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고 조심스러운 말투지만 분명 그들은 나를 평가하고 있었다. 난 그들의 평가를 겸손히(?) 받아들이면서도 저녁 시간 내내 멋쩍은 웃음으로 속마음을 감추고 있었다.
‘내가 진짜 그들이 말하는 그런 사람일까?’
마음에 소용돌이가 일었다. 과거 같으면, 불편한 마음에 벌써 앓아누웠겠지만, 요즘은 하루 정도 씨름하고 나면 원래의 나로 돌아온다.
타인의 말 놀음에 내 마음이 움직인다는 게, 참 자존감 낮은 태도지만 ‘관계’라는 인간의 한계 때문에 느껴지는 감정의 기복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를 핑계로 쓸데없는 자기 비하에까지 이르면 매우 곤란하다.
왜냐?
말은 생각보다 진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말은 즉흥적이고 감정적이다. 그러므로 이런 말에 놀아나 자신을 스스로 괴롭힌다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럼에도 상한 마음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그럴 땐 역지사지의 방법을 써보는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지질한 모습을 탈피하고 너무나 잘나가는 사람이 되었다거나, 나보다 못하던 녀석이 저명한 인물이 되어 주변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또 그런 상대에게 어떤 말로 당신의 감정을 표현하겠는가?
그때 내뱉을 말의 모양새가 어떠할지 상상해 보자. 타인의 감정을 배려하여 상처받지 않을 단어만을 골라 조심스러운 말투로 짜증 난 마음을 포장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타인을 평가할 만큼 대단한 존재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주 평가자가 된다. 남 얘기를 하고 싶어 죽을 지경이다. 간혹 있지도 않았던 사실을 만들어가며 각색의 감칠맛을 더한다. 몇 사람 입만 건너면 없던 일도 생길 판이다.
따라서 우리에겐 누군가의 바라지 않는 평가로부터 나를 지킬 확실한 방법이 필요하다.
오늘 소개할 <내 삶을 지키는 바운더리>에서는 그 답을 ‘선 긋기’라 말한다.
“당신의 천국은 다른 사람에게 지옥일 수 있고, 당신의 지옥이 다른 사람에게는 즐거운 천국일 수 있습니다. 당신이 비통할 때도 다른 사람의 기쁨을 인정할 수 있고, 당신이 기쁠 때도 타인의 비통함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이해하고 다른 사람의 다름과 차이를 받아들이면 관계의 경계선을 잘 지켜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 타인의 인정을 강요하지 않고, 우리의 감정과 관점을 억압하지도 않으며, 다른 사람이 본인의 감정과 관점을 왜곡시키도록 압박하지도 않게 됩니다.” (책 278쪽)
모든 문제는 선을 넘으면서 시작된다.
반드시 착한 사람일 필요는 없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한없이 착해 보이고 싶다. 모든 이의 관심이 나에게 집중되고 내 말 한마디에 무게가 실리는 사람, 나 역시 그런 사람이고 싶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지불해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무엇보다, 그럴싸한 포장으로 진짜 내 모습을 감추어야 한다. 상대에게 내 진심을 감추고 가식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상대는 가식을 믿고 행동할 것이다.
선을 긋자.
처음엔 힘들겠지만, 반복하다 보면 매우 편안해진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선 긋기는 미안함을 느낄 행동이 아니다. 무심결에 내뱉은 공격으로부터 나를 지킬 근본적 방책이며 남을 탓하지 않을 자립적 행동이다.
인간관계가 인생을 망치기 전에 적절한 선을 그어라!
'독후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변의 법칙 - 모건 하우절 지음, 이수경 옮김 / 사소한 것과 거대한 결과 (3) | 2024.03.17 |
---|---|
법구경 - 김지수 엮음 / 모든 것은 되돌아온다. 바람을 향해 흩뿌린 먼지처럼, (0) | 2024.03.10 |
육도·삼략 – 태공망, 황석공 지음 유동환 옮김 / 무력을 쓰지 않고 모략으로 적을 정벌하는 방법 (2) | 2024.02.25 |
세상에서 가장 긴 행복 탐구 보고서 – 로버트 월딩거, 마크 슐츠 지음, 박선령 옮김 / 행복은 '관심'이다. (2) | 2024.02.18 |
일생의 독서계획 - 클립톤 파디먼 지음, 김주영 옮김 /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4) | 2024.02.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