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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 고미숙 / 산다는 건, 생각과 말과 발의 삼중주!!

by 박종인입니다. 2023.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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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오늘만을 살 수 있다라는 대명제하에 숙고는 시작되었다.

 

내일을 살기 위한 계획으로, 지금 대부분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는, 온갖 색연필로 다이어리를 작성하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으로 전투태세를 갖춘다. 그리고 여유로워야 할 지금을 헌납하고 있다.

 

추석 연휴임에도 의뢰인 없는 보고서를 작성하며 불안감을 달래는 내 모습은 분명 오늘이 지닌 가치를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낼 귀중한 시간을 이렇게 가볍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확실히 덜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가졌던 강박은 여전히 오늘을 괴롭힌다.

 

힘든 수험생활이 끝나면 취직 배틀이 시작되고, 결혼이란 허들이 생긴다. 30평짜리 아파트에 캠핑을 다녀올 자동차는 있어야 한다. 태어날 자녀들을 위해 교육자금을 예치해야 하고 은퇴 후 삶을 위해 충분한 연금을 확보해야 한다. 뭐 이런 걱정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 바로 돈이다. 충분한 돈을 버는 것이었다.

 

그래서 몸은 쉼 없이 움직였고 마음은 분주했다. 의욕이 앞선 목표로는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했다.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강퍅한 생각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를 만들었다.

 

내일로부터 탈출하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것인 줄 미처 몰랐다.

 

돈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인식론적 태도! 그게 바로 백수의 생명 주권이다. 청년들이 이 원칙만 잘 수호해도 세상의 부조리와 모순은 상당 부분 타파될 것이다.” (전자책 84)

 

그래서 난 백수를 꿈꾼다.

 

우리 시대 청년들이 우울한 건 단지 백수라서가 아니다. 백수라는 상황에 지레 겁을 먹고 자신을 꽁꽁 가두어 버린 탓이다. 진솔하게 자신을 내보이지도 못하고 타자와 제대로 마주치지도 못한다. 한편으론 세상을 두려워하고, 한편으론 세상을 경멸한다. 노동의 소외, 화폐의 망상이 만들어 낸 질곡이다.” (전자책 92)

 

백수가 된다는 것은, 나에 대한 기대감을 거둬들이는 계기이다. 세상이 나에게 바라는 기대를 내려놓게 하고, 온전히 나로 살 수 있는 출구를 제공하는 것이다. 경제적 염려가 생각을 가로막겠지만, 분명 지금까지도 잘 먹고 잘살았는데 무엇을 걱정한단 말인가,

 

소유는 멈추는 법을 알지 못한다. 아무리 많이 가져도 채워지지 않는다. 아울러 자기가 하는 노동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 사람들은 뭔가에 골몰하고 싶어진다. 돈 때문이라는 건 어쩌면 핑계일지도 모른다. 불안과 공허함을 외면하고 싶은 욕망의 발로라고 보는 게 적절하다. 이게 바로 소외다.” (전자책 55)

 

작가의 통찰에 의하면, 이 모든 소외로부터 소외되는 방법은 과잉된 자의식의 분쇄라 말한다. 인간은 우주의 유일한 존재로 태어났지만, 자신이 상상하는 것처럼, 작정하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슈퍼 울트라 파워 캡숑은 아니다. 이를 깨닫고 인정함으로써 자유는 시작된다.

 

소크라테스 이래 배움의 핵심은 자기 자신을 아는 것, 궁극적으로 자신의 무지를 아는 것이다. 그 무지에서 두려움과 충동이 싹트는 법이다. (중략) 죽음이 누구나 겪는 보편적인 코스인데 왜 이렇게 두려울까? 모르기 때문이다. 공자, 부처, 노자 등 인류의 위대한 멘토들은 생로병사의 무상한 이치를 터득함으로써 두려움에서 벗어났다. 그들이 누린 자유는 여기에서 비롯한다.” (전자책 261~262)

 

백수는 전문직이다. 어느 영역보다 메타인지가 요구되는 직업, 과욕의 본능을 내려놓고 오늘에 충실할 수 있는 직업, 유머와 위트로 타인에게 여유를 선사할 수 있는 직업, 생각의 굴레에서 벗어나 행동으로 실천하는 직업,

 

백수를 꿈꾸는 모든 이에게 전하고 싶다.

 

과잉된 자의식을 해체하고 가벼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라! 우정과 의리를 생존전략으로 삼고, 슬기로운 백수 생활을 즐기라! “산다는 건 생각과 말과 발의 삼중주임을 기억하라!

 

소유에서 자유로, 고립에서 공감으로, 물질에서 정신으로, 노동에서 활동으로,

 

이러한 사고의 전환이 인간의 존엄성을 세우고, 시간의 주권을 회복할 방법임을 잊지 말고 기억하자.

 

(. 이제 자판을 멈추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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