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여유롭게 책을 읽었다. 형광펜으로 줄을 쳐가며 3번을 읽었다.
‘한적한 마을에 작은 책방’은 책 읽기를 좋아하는 나에게도 현재 진행형인 꿈이며 동경의 대상이다. 하여 무엇이 책방 주인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그 매력을 찾고 싶었다.
작가 임후남은 2018년 도시 생활을 접고 용인의 한적한 마을로 이주하여 시골 책방을 창업한 중년의 여성이다. 과거 잡지기자와 편집장을 역임한 그녀는 여러 권의 시집과 산문집을 출간하기도 하였다.
작가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바로 구글에서 그녀를 찾아보았고 화면 첫 줄에 뜨는 2021년 용인일보 기사를 발견하였다. <동네 책방의 만능 엔터테이너, 임후남 작가를 만나다>란 제목의 기사였다. 이 글을 끝까지 읽어보니 그녀가 초지일관 가졌던 꿈이 ‘신간 읽는 할머니’였음을 알 수 있었다. 정말로 책과 사람을 사랑하는 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쓴 <내 꿈은 신간 읽는 책방 할머니>는 그녀의 꿈에 대한 성적표이기도 하다. 책은 65개의 일화로 이루어진 산문집이다.
글은 평이해서 가독성이 좋았고 깊이 있는 문장에선 울림도 있었다. 무엇보다 꿈과 현실의 불협화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나 역시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
글을 읽다 보니, 문득 ‘선생(先生)’의 의미가 떠올랐다. 작금은 나이 듦의 가치가 꼰대란 표현으로 격하되기도 하지만 내일을 알 수 없는 우리에게 먼저 살아본 이들의 목소리는 인생의 이정표임이 분명하다.
작가는 책 읽기와 글쓰기가 좋아서 용인의 한적한 마을에 터를 잡았다. 그리고 그곳을 아지트 삼아 작은 음악회, 책 읽기 모임, 송년회 등 그동안 상상하고 희망하였던 많은 것을 실천하고 있다.
독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그녀는 생계의 틀을 초월하지 못하고 힘겨워하는 범인(凡人)이었고 현실의 부조리를 초연이 극복하는 비범한 위인이었다.
나를 애정하는 선생(先生)일수록 현실을 직시하라 권한다. 그래서 우리는 일찍이 꿈을 포기한다. 미리 살아본 이들의 조언이란 게 각 시대의 상황을 겪고 얻은 상흔이기에 후대에 전하는 메시지가 회피적인 것은 일단 받아들일 만하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도전해야 하는 것은 ‘꿈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모든 길에는 책이 있었다. 많은 책들이 스스로 징검다리가 되어 나를 한 발 한 발 끌고 여기까지 온 것이다.” (책 160쪽)
작가의 ‘신간 읽는 책방 할머니가 되겠다’는 다짐은 꿈을 현실로 만들겠다는 자기 주문과 같다.
함께 하고픈 사람과 어울려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콘텐츠로 인간답게 먹고사는 삶,
그러기 위해서라도 도전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것이 작가의 성적표가 남긴 교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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