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후감

그림은 위로다 - 이소영 / 명화가 주는 감동!

by 박종인입니다. 2023. 10. 22.
728x90

 

그림에 담긴 이야기를 해석하면서 느끼는 감정,

그 감정이 나의 경험에 투영되어 그림의 의도가 내 마음에 와닿는 때,

비로소 그림은 나의 위로가 된다.

 

그래서 그림은 어렵다. 보는 이의 입장에서 어떠한 설명 없이 화가의 진의를 이해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눈높이에 맞는 해설이 필요하다.

 

책을 읽는 내내, 한 점의 그림이 잔상으로 남는다.

 

「 친구의 초상 」  구본웅 ,  국립현대미술관

친구의 초상은 영혼의 단짝을 그린 그림이다.

 

구본웅(1906~1953)은 부유하고 진보적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구자혁은 창문사라는 출판사를 운영하였고 숙부 구자옥은 조선기독교청년회연합회의 유력 인사로 활동하였다. 그러나 일찍이 병으로 어머니를 여의고, 세 살 무렵 유모의 실수로 낙상해 척추 장애를 가지게 되었다.

 

이후 16세가 돼서야 불편한 몸으로 신명보통학교를 졸업하고 경신중학교에 들어가 미술반 활동을 시작하였다. 고희동, 이종우, 김복진 화백에게서 서양화와 조각을 배우고 일본의 미술학교를 거쳐 다양한 이력을 쌓았다. 일본의 손꼽히는 전람회에서 입선한 경험과 당시 유명 화풍의 기대주로 평가받았던 구본웅은, 신명보통학교 시절부터 청소년기를 함께 보내며 서로의 꿈을 이해하고 격려해주는 꿈 친구를 만나게 된다.

 

그 친구의 이름은 김해경,

김해경은 우리에게 날개오감도의 작가로 잘 알려진 이상의 본명이다.

 

저자가 인용한 글을 통해서 구본웅과 김해경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었다.

 

작은 키에 둥근 안경을 끼고 땅에 끌리는 커다란 외투를 입고 영국 신사들이나 쓰는 중산모를 쓴 본웅이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좋았다. 낙타처럼 툭 튀어나온 등의 혹은 내 폐에서 자라고 있는 폐균 덩어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외형적인 불구나 내 속의 병이나 다를 바가 없다는 느낌, 동병상련의 정에 이끌렸다. 그렇지만 그는 전혀 불구를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불구가 아니었으면 화가가 되지 못했을 거라는 그의 말은 나를 부끄럽게 했다. 불구이기 때문에 세상의 강요를 받지 않아 자유롭다는 그는 그림 속에서 자유를 만끽했다.”

(112~113)

 

당시 해경이 운영하던 제비 다방에는 본웅의 <나부와 정물>, <친구의 초상>, 그리고 본인이 그린 <자화상>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고 한다. 이는 작가인 해경이 그림에도 소질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친구는 두 개의 몸에 깃든 하나의 영혼이다라 한다. 아마도 본웅과 해경은 이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이었을 것이다.

 

가는 길은 다르지만 서로의 사상을 이해하고 그 꿈을 응원하는 사이,

 

서로를 존경하는 관계,

 

책에 소개된 이들의 관계를 알고 나니, 그림 속 주인공의 냉소적 표정과 비뚤어진 모자가 눈에 보인다. 장애인으로 느꼈을 차별과 원망 위로 소외된 자신을 차별 없이 대해 준 해경의 강직한 모습을 발견하였다.

 

그림 한 점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느꼈다. 아마 저자의 설명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경험이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 책에는 36개의 소재가 있다. 하루에 하나씩 읽고 그림에 담긴 이야기를 음미해보자. 절대 서두르지 말고,

 

그림에 대한 나름의 해석을 찾기 위해서라도 저자가 설명하는 대중적 해석을 읽을 필요가 있다.

 

책 한 권 읽고 미술을 논하기가 참으로 민망하지만, 그림의 문외한인 내가 느낄 수 있는 감동이라면 책을 읽는 모두가 넉넉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독자로서 느낀 감동을 꼭 전하고 싶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