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정월 초하루 아침,
평상시 보다 조금 일찍 눈이 떠져 따뜻한 커피와 함께 잠시 책상에 앉았다.
눈앞에 꽉 짜여진 스케줄러가 보였다.
문득 든 생각이,
“한 번뿐인 인생인데, 잘 살고 있는 걸까?“
고개를 돌려 오래된 법정스님의 책을 찾아보았다.
<무소유>는 35편의 수필을 모아 만든 법정스님의 수필집이다.
저자인 법정스님은 1932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목포에서 자란 분으로 본명은 박재철이다.
전남대학교 상과대학 3년을 수료했으며 22세에 통영 미래사에서 효봉스님을 은사스님으로 모시고 출가하였다.
법정스님은 1976년 처음 발간한 <무소유>를 비롯해 <산방한담>, <버리고 떠나기>, <나그네 길에서>, <산에는 꽃이 피네>, <아름다운 마무리> 등 30여 권의 책을 낸 수필작가이다.
2010년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되는 모든 책을 출간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시고 79세의 나이로 입적하셨다.
스님의 글은 짧고 간단하며 명료하다.
난해한 불학(佛學)의 전문용어 보다는 대중이 사용하는 일상의 언어를 통해 글속으로 사람을 끌어 들인다. 그리고 깊은 통찰의 경험을 나눔으로써 그것에 동참하게 한다.
간디의 어록으로 시작하는 <무소유>편에서는 난초 두 분(盆)을 얻어 정성스레 키우는 일화가 나온다. 난초를 키우는 즐거움에서 시작했지만 결국 난초에 집착하는 본인의 모습을 바라보게 된 스님은 이 녀석들을 다른 스님에게 떠나보내며 비울 때 채워질 수 있는 무소유의 역리(逆理)를 설명한다.
어느 날 산사에 도둑이 들어 살림살이를 도난당한다. 당장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청계천 시계방에 들렀는데, 그곳에서 도난당한 탁상시계를 발견하곤 당황하지만 이내 그놈을 돈 천원에 사가지고 나온다. <탁상시계 이야기>편에 나오는 일화이다. 사실이라 하기에는 너무 소설 같은 이야기이다. 이 짧은 글속에서도 용서의 의미를 통찰할 수 있다.
<미리 쓰는 유서>편에서는 중학시절 몸이 불편한 엿장수에게 엿을 빼돌린 일화를 설명하면서 사람이 가지는 허물과 자책 그리고 참회를 이야기 한다. 바람이 있다면 죽은 뒤 ‘어린 왕자’가 사는 별나라에 가고 싶다는 스님의 순수한 희망은 작은 번뇌조차 비울 때야 마음의 평화가 채워질 수 있음을 느끼게 한다.
사람은 필요에 의해 물건을 갖게 되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을 쓰게 된다. 역사는 이러한 필요를 채우는 과정일 것이며, 필요한 것을 채우려는 마음은 인간의 본능일 것이다. 다만, 필요한 것을 넘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는 것을 위한 고민은 욕심일 것이며, 번뇌의 시작이다.
좀 더 열심히 일하고, 좀 더 열심히 운동하고, 좀 더 열심히 즐기려는 나의 계획이 어느 땐가 무거운 짐으로 다가올 때 법정스님의 통찰을 기억하려 한다.
새해 벽두부터 스님께 좋은 선물을 받았다.
지금쯤 ‘어린 왕자’의 별나라에 계실 스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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