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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데미안(DEMIAN) - 헤르만 헤세(Herman Karl Hesse) / 껍질을 깨고

by 박종인입니다. 2020.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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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후반, 부모 품을 떠나 경기도에 위치한 기숙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이곳은 미션스쿨이었고 6년의 학창생활 동안 신이 주신 전신갑주(全身甲冑)의 보호 속에서 이성(理性)의 고통 없이 신성(神聖)의 껍질 속에서 평화로운 삶을 보냈다.

졸업 후 학교의 테두리를 벗어나자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내가 배워 알던 세상은 없었다.

 

오늘의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 역시 열 살의 어린 나이에 두 개의 세계를 경험하게 되었다. 싱클레어는 라틴어 학교에 다니는 다복한 집안의 도련님이었다. 그러나 주변의 친구들은 그렇지 않았다. 싱클레어가 거짓으로 꾸며낸 무용담을 약점 삼아 괴롭히는 친구(프란츠 크로머)는 어린 싱클레어에게는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때 싱클레어의 구원자가 등장한다. 얼마 전 라틴어학교로 전학 온 친구(막스 데미안)인데 성숙하고 어른스러웠으며 대화로 크로머를 이겨냈으니 단번에 싱클레어의 호감을 살 수 있었다. 이 후 둘은 비밀을 떨어놓을 수 있을 만큼 친하게 되고 성경에 나오는 ‘카인과 아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싱클레어는 카인이 아벨보다 더욱 훌륭한 인간일 수 있으며 예수가 십자가에서 돌아가실 때 그 옆에 있던 두 도둑 중 예수를 부정한 도둑이 더욱 자유의지를 가진 의리 남(男)일 것이라는 데미안의 이교도적 발언에 큰 충격을 받고 혼돈의 시간이 시작된다.

 

새로운 기숙학교로 진학한 싱클레어는 혼돈과 고통의 원인이 데미안이라고 원망하며 본인이 경험해 보지 못한 다른 세계를 살아간다. 그즈음 싱클레어는 이성에 눈을 뜨고 자신만의 베아트리체를 만나 점점 평정심을 되찾고 평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

어느 날 책갈피에 꽂힌 종이쪽지 하나를 발견하는데, 거기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친구 데미안의 편지이다. 얼마 전 우연히 만난 데미안의 옛 주소로 싱클레어 자신이 그림 한 장을 보낸 적이 있었다. 그에 대한 답장이 분명했다.

 

‘아브락사스’

오늘날의 언어로 풀어 이야기하자면 ‘신성’과 그에 대응하는 ‘이성’, ‘과학’의 결합을 상징하는 신적 존재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젊은 보조 교사(폴렌)의 설명이었다.

데미안의 쪽지 한 장은 다시 한 번 싱클레어의 머릿속을 휘젓는다.

싱클레어는 고통 속에 만난 신학자 출신 오르간 연주자(피스토리우스)와의 대화를 통해 이성과 내면의 세계에 스스로 귀 기울이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또한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보는듯한 동급생(크나우어)의 고민을 들어주는 인도자의 역할을 멋지게 수행한다.

 

싱클레어의 자아는 아브락사스라는 길잡이를 통해 어느 정도 완성된 단계로 나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싱클레어 본인이 간절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싱클레어는 데미안과 재회하고 그의 어머니(에바 부인)를 만나게 된다. 자신의 내면에서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형상을 드디어 찾은 것이다. 베아트리체와 아브락사스의 단계를 거쳐 드디어 찾은 에바 부인을 통해 사람이 무엇인가를 간절히 원한다면 그것은 이루어진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싱클레어는 이렇게 성공적으로 자아를 키워갔으나 전쟁이라는 불가피한 상황을 맞이하면서 현실을 잊는 그대로 직시하고 데미안과 함께 전쟁에 참전하게 된다. 전투 중 싱클레어는 포탄에 맞아 정신을 잃게 되는데 깨어나 보니 그의 옆에는 데미안이 앉아 있었다.

“프란츠 크로머, 기억나니?”

데미안은 추억어린 질문과 함께 엄마(에바 부인)가 부탁한 키스를 남기며 작별을 고한다.

 

1919년 헤세의 나이 42대에 발표한 작품이다.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신과 인간에 대한 갈등, 그 선택의 두려움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나의 이십대, 그 단단한 껍질을 깨고 세상으로 나왔음을 자랑했건만,

나의 사십대, 스스로 껍데기 속으로 들어가려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헤세의 고통이 나에게 약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도하면서, 글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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