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고통의 산물이라 들은 적이 있다. 시(詩)는 작가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져 글 속에 함축되면 아무리 난해한 언어라도 비슷한 유(有)경험의 독자들은 글에 공감하고 작가의 세계로 참여하게 되는 것 같다.
오늘 읽어 본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은 서로 다른 시인들의 시 78편을 엮은 ‘종합선물세트’이다. 78편의 시가 소개되고 류시화 시인의 해설과 함께 각 시인들의 대한 간단한 소개로 책은 구성된다.
그 중 인상깊이 다가온 몇 편을 소개해 본다.
오늘 책의 제목이 된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이란 글귀를 발췌하여 세상에 소개한 알프레드 디 수자(Alfred de Souza)는 아래의 인용구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오랫동안 나는 이제 곧 진정한 삶이 시작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내 앞에는 언제나 온갖 방해물들과 급하게 해치워야 할 사소한 일들이 있었다. 마무리되지 않은 일과 갚아야 할 빚이 있었다. 이런 것들을 모두 끝내고 나면 진정한 삶이 펼쳐질 것이라고 나는 믿었다. 그러나 결국 나는 깨닫게 되었다. 그런 방해물들과 사소한 일들이 바로 내 삶이었다는 것을’
이 깨달음은 짧고 간결한 명령으로 우리에게 다시한번 소개된다.
춤추라, 아무것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나는 누구인가>는 나치에 항거하던 행동주의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가 베를린 감옥에서 숨을 거두기 전에 쓴 시라고 한다. 타인 혹은 자신 스스로가 바라보는 자아에 대한 고민과 힘든 감옥 생활 속에서도 평온을 지키려는 숭고한 노력이 끝내 신께 귀의(歸依) 하고픈 바람으로 그려진다.
인도 캘거타의 마더 테레사 본부 벽에 붙어 있다는 시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왠지 익숙한 느낌의 글이다. ‘네 형편과 마음을 내가 잘 알아, 그래도 용기를 가지고 행동해봐, 언제나 부족해 보일지라도 네가 가진 최고의 것으로 세상과 나누어봐’ 시인이 독자에게 전달하고픈 이야기가 이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데이비드 그리피스의 <힘과 용기의 차이>에서는 힘과 용기의 필요한 시기가 언제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 중에서도 ‘사랑하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 사랑받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시구(詩句)는 진심으로 공감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마지막 류시화 시인의 해설 부분에서는 어린 시절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가 지금의 본인을 만들었다는 회고와 상처받은 자기 자신에게 손을 내밀고 문 앞에 도착한 자기 자신을 맞이하라는 권고를 싣는다. 시는 이렇게 내민 손과 같아서 치료의 힘을 가지고 있으며 시는 단어들이 아니라 추위를 녹이는 불이며 길 잃은 자를 안내하는 밧줄인 동시에 배고픈 자를 위한 빵이라고 표현한다. 이렇게 서로를 위해 함께 상처를 나눌 때 영혼의 상처는 치유되며 류시화 시인이 이 책을 엮은 이유라고 말한다.
70여 편의 시를 읽으면서 삶이란 그냥 이렇게 살아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인생은 즐겁고 신나기도 하지만 때론 힘들고 서러운 과정 자체일 것이다.
그때그때 주고받은 상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치유하려는 동행의 시간들은 ‘힘듦에도 불구하고’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음이 분명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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