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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나쁜 사마리아인들(The myth of free trade and the secret history of capitalism) – 장하준지음,

by 박종인입니다. 2020.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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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성서 누가복음 10장을 보면 어떤 율법교사가 예수를 시험하기 위해 한 가지 질문을 한다. 영생을 얻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그의 물음에 예수는 길가에서 강도를 만난 한 사람의 이야기를 해준다. 제사장과 레위인은 이 광경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만 한 사마리아인만은 그를 돌봐 목숨을 건져내는 사건을 소개하면서 누구의 행위가 영생을 얻을 만큼 선하냐는 반문을 한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이란, 성경에 소개된 사마리아인의 선한 이미지를 가지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나라)을 돕는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본인의 이익과 탐욕만을 일삼는 자(나라)들을 비판하는 용어이다.

 

저자 장하준교수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뮈르달 상, 레온티예프 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경제학자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저서로는 <사다리 걷어차기>, <개혁의 덫>, <쾌도난마 한국 경제>, <국가의 역할>,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등이 있다.

 

각 장의 내용들을 간추려 보면

 

<여섯살 먹은 내 아들은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

저자에게는 6살 된 아들, 진규가 있다. 아이는 지금 과잉보호를 받고 있으며 좀 더 생산적인 인간이 될 수 있도록 경쟁에 노출시켜야 한다. 아이가 경쟁에 더 많이, 더 빨리 노출될수록 미래에 아이의 발전에는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고 더 강한 정신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반어적 표현을 한다. 개발도상국들을 빗대어 하는 이야기로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전까지는 보호정책 및 보조금을 비롯한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서 국제 경쟁으로부터 격리되는 기간이 필요함을 주장한다.

 

<핀란드 사람과 코끼리>에서는 개발도상국가의 외국인 투자와 관련하여 일정부분의 규제를 전제로 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개발도상국가에 필요한 부분이며 장기적 발전 전략의 일환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외국인투자 규제를 막으려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시도는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에 방해가 됨을 설명한다.

 

<인간이 인간을 착취한다>에서는 국영기업의 민영화문제를 다루고 있다. 민영화가 최고선이 아님을 주장하면서 다양한 국영기업의 성공사례를 설명한다. 개발도상국가들의 필요산업에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는 흰고양이이건 검은고양이이건 쥐를 잘 잡는 실용적인 태도를 선택해야 함을 설명한다. 또한 공기업은 자본주의의 폐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본주의적 발전의 시동을 걸기 위해 사용되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1997년에 만난 윈도98>에서는 지적소유권과 관련하여 개발도상국이 부담해야 할 가혹한 규정과 특허 관련 비용이 너무나 큰 부담으로 작용해 큰 틀에서의 균형을 저해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를 ‘소금’에 비유(지적소유권의 보호강도)하면서 적당량의 사용은 음식의 맛을 살리지만 섭취량이 늘어난다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고 말한다. 지적소유권의 독점 때문에 빚어지는 손실이 새로운 지식이 가져오는 이익을 넘어서지 않는 균형이 필요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적소유권의 보호 강도의 약화가 필요함을 주장한다.

 

<미션 임파서블>,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개발도상국가들의 ‘세입을 초과한 지출’을 지나치게 단순화하여 비난하는 태도를 취한다. 개발국들은 경제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투자를 위한 차입’이 필요하다. 단순히 재정건정성만을 강조하며 ‘번만큼만 쓰라’는 논리로 개발국가를 압박하는 것은 옳지 않다. 10대는 교육을 받고 제대로 된 직장을 찾을 필요가 있다. 10대 청소년이 다 큰 어른인 것처럼 행동하며 저축을 늘리겠다고 학교를 그만두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닌 것이다.

 

이 외에도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다시 읽기>에서 이야기한 세계화의 의의, <다니엘디포의 이중생활>에서는 지금의 부자국가들이 부를 쟁취한 방법을, <자이레 대 인도네시아>에서는 부패하고 비민주적인 나라를 대해야 하는 태도를, <게으른 일본인과 도둑질 잘하는 독일인>에서는 경제발전과 민족, 문화에 대한 쟁점들을 다룬다.

 

인간의 욕심이 자본주의 근간을 이루는 경쟁의 주요 동력임을 알기에 기득권자들의 권위를 인정하고 존중한다. 그러나 마치 선한 조력자가 된 것처럼 말은 하면서 개발도상국가들의 숨통을 쥐는 이중적 행위는 분명히 옳지 않은 일이다. 옆집 사는 6살 난 어린 아이에게 ‘너 정도 나이이면 돈 벌이를 해봐야지, 그래야 어른이 되면 자립할 수 있어’라는 이야기가, 함께 살아가야할 이웃에게 할 조언인지는 깊이 생각해 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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