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보호 아래,
먹고 사는 문제를 모르던 시절,
방학 숙제로 읽고 독후감을 제출했던 기억이 있다.
‘높이 날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심어 준 책, <갈매기의 꿈>이다.
기존의 질서에 도전하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자들의 성서가 된 <갈매기의 꿈>은 1970년 전직 비행사이던 리처드 바크에 의해 발표되었다. 글의 주인공처럼 책의 탄생도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열여덟 군데의 출판사들로부터 출간을 거절당하다가 간신히 뉴욕의 한 출판사를 만나 세상에 소개되었지만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오만한 작품으로 평가 받아 종교계와 문학계의 외면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에도 출간 몇 해만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판매 기록을 뛰어넘는 세계적 작품이 되었다.
줄거리를 요약해보면,
오로지 사냥과 무리의 생존을 위해서만 비행을 하고 무리에서 벗어나기를 두려워하는 갈매기들 중 비행의 이유가 다른 한 마리가가 나타났다.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 그 놈의 이름이다.
조나단은 먹을 때보다 좀 더 높고 빠르게 날아올라 배우고, 발견하고, 자유로워질 때가 너무 행복했다. 깃털의 미세한 움직임에 따라 자유로운 비행을 경험하게 된 조나단은 무리로부터 경고를 받게 되지만 그의 열정을 멈출 순 없었다. 결국 갈매기족의 존엄성과 전통을 파괴한 죄로 ‘멀리 떨어진 절벽’으로 추방당한다.
멀리 떨어진 절벽에는 조나단과 같은 갈매기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새로운 비행을 배우며, 더 높고 빠르게 날기 위해 노력하는 무리였다. 이 무리에 합류한 조나단은 스승인 설리반과 치앙을 만나게 된다. 스승의 가르침에 날로 기술이 늘어나는 조나단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어느덧 스승의 반열에 오른 조나단은 그의 생각이 옳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을 추방했던 그곳에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조나단에게는 지난 시절 자신을 보는듯한 제자, 플레처 린드 시걸이 있었다. 플레처는 비행에 있어서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제자였다. 그는 강하고 가벼웠으며 공중에서 민첩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나는 법을 배우고자 하는 강한 열정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조나단은 그의 제자들과 함께 자신을 추방했던 무리로 돌아간다. 하늘의 편대비행을 바라보는 갈매기무리들은 자신들의 눈을 의심하게 된다. 갈매기가 매처럼 나는 것을 처음 본 것이다.
이 사건이 있은 후 기존무리의 젊은 갈매기들이 조나단을 찾아와 비행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한다.
이즈음 조나단은 제자 플레처에게 새로운 무리의 스승이 될 것을 당부한다. 선생님이 될 준비가 안 되었다는 플레처에게 우리 모두는 다른 새들보다 특별하거나 재능을 뛰어나지 않은 존재이며, 단지 진정 하늘을 날고 싶은 욕망을 열심히 실천하면 된다고 가르친다. 이렇게 제자와의 마지막 수업이 된 비행을 끝으로 조나단은 허공의 먼지처럼 사라지며 이야기는 끝난다.
<갈매기의 꿈>은 의존보다는 자유를, 순응보다는 진정한 삶을 향한 껍질 깨기를, 인간 모두는 위대함의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는 메세지를 담고 있다.
어릴 적 높이 날아야 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멀리 보기 위해서였다.
힘들어도 높이 날아야 했다. 최소한 먹이만을 위해 살지 않겠다는 교훈을 가슴속에 간직하며 한껏 노력했다.
그러나 불혹을 훌쩍 넘겨 다시 만난 조나단은 멀리 보기 위해 높이 난 것이 아니라 그저 나는 것을 사랑했던 것 같다.
이제는 무리의 관습과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농익은 열정을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
지금 이 순간,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만났다면, 뼈와 깃털만 남더라도 바람을 가르는 힘찬 날갯짓을 해야 한다.
나의 경험처럼, 이 책을 읽는 모두가 또 다른 조나단과 조우(遭遇)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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