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책, 액세서리, 가구, 조리도구, 우리는 수많은 풍요 속에 빈곤을 느끼며 살아간다. 물건, 사람, 관계 등 다양한 유형의 것들을 수집하며 소유하고, 때론 그것 때문에 버거워하며 하루하루를 버텨간다. 그런데도 다음날이면 또다시 무엇인가를 소(유)비하기 위해 다시 마켓을 서성인다.
평소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단순성(Simplicity)의 내용이라 빠른 속도로 책장을 넘겼다. 그러다가 ‘관계에도 무소유가 필요하다’란 대목에서 오랜 시간 멈추게 되었다.
지금의 일을 하기 전에 나보다 서너 살 많은 형님과 함께 사업을 하였다. 동종업계에서 알게 분인데 흔히 얘기하는 마초의 상남자였다. 함께 일하기 전에는 참을 수 있었던 것들이, 일을 시작하면서 점점 어려움으로 와 닿았다.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하나의 목적을 위해 ‘의’, ‘기’를 투합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하루하루를 서로 맞지 않는 요철임에도 버티고 극복해보려 노력하였다. 지나고 생각해 보니, 그분의 시각에서 내 모습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겠다고 생각했다.
약 1년 후, 나는 그분과 작별을 고했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결정은 매우 옳았다고 생각한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내 마음을 곪게 하고 있다면 우리는 단호하게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저자의 말에 가장 동의하는 부분이 바로 ‘관계의 단순화’이다. 약자의 생존 현실을 모르는 속없는 소리가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깨달은 것 중 가장 옳은 통찰이라 생각한다.
원만한 관계를 위해 서로 다름을 무시당하고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것은 배려도 관용도 아니다. 수십 명의 지인보다 한 명의 친구가 나은 것은 이처럼 나를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관계를 단순화하기 위한 작가의 조언(책 149~152쪽)
“친구가 많을수록 더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쓸데없는 말을 너무 많이 듣고, 우리가 원하지 않는 일을 너무 많이 한다. 이런 일을 지금 당장 멈추자. 다른 사람이 실망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살아온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를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
“자존감이 부족하다는 것은 내가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따라 결정을 내렸다는 의미다. 친구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직감을 등대라 생각하고 항상 그곳에 길이 있다고 믿자. 아무리 약해도 직감에 빛이 있으니, 우리가 할 일은 직감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내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과 친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친구가 아주 많을 수는 있다. 하지만 자신과 다른 사람의 관계를 망치지 않는 범위에서 그들에게 할애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이면 안도감을 느끼게 되고 우선순위에 소중한 시간을 쓰게 된다.”
“관계를 정리하기가 힘들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미 없는 것에 매달리는 것보다 낫다. 좋았던 시절에 감사하고, 친구 관계가 끝나도 그 기억은 영원히 남는다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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