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국어사전에 의하면, 겸손이란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가 있음’을 의미한다.
내가 정의하는 겸손은 무엇이며 그 태도를 지니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 생각의 주제이다.
정리해 보건대, 세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는 듯하다.
첫째, 겸손의 미덕을 통해 상대방에게 믿음을 주고 무언가를 얻으려 할 때,
자기의 의사를 전달하기에 겸손만큼 유용한 방법도 없을 것이다. 예의 바르고 겸손한 태도로 상대의 호감을 사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여 신뢰를 얻게 되면 상호 호혜의 원칙에 따라 상대에게 부드럽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고, 예상보다 쉽게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
둘째, 첫 번째와 비슷할 수 있는데, 목적 자체가 무언가를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족을 원할 때,
겸손을 통해 자신의 바람을 관철하는 것이 아니라 겸손한 태도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일종의 우월감으로 자기만족을 즐기는 유형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상에서 겸손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며 보통은 그 인계점이 있기에 겸손한 태도를 꾸준히 유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겸손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만족 또는 상대에게 원하는 무언가가 얻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셋째, 대결 양상을 피하려 할 때,
상대가 있는 관계에서는 의사 전달 시 다양한 형태의 감정이 오간다. 좋은 관계를 위해 의도적으로 대결 구도를 피하려 할 때, 자주 겸손을 활용한다. 우리는 서로 다른 존재이기에 바라는 바가 다를 수 있고, 실제로 상당의 경우에 다름으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이 있다. 이때 표출되는 갈등은 당연한 현상이지만 이를 불편해한 나머지 ‘좋은 게 좋은 거야’, ‘지는 게 이기는 거야’ 등으로 자신의 진심을 포장하고 겸손의 미덕을 발휘한 것으로 불편한 감정을 덮는다.
책에 소개된 일화에 따르면, 관우는 자신의 충, 의를 칭찬하려는 조조에게 장비의 용맹함만 못하다며 겸손을 활용한다. 저자는 관우의 이러한 태도를 베이컨의 말을 빌려 ‘겸손은 자신을 뽐내기 위한 꼼수일 뿐이다’라고 설명한다. (책 127쪽) 즉, 관우의 겸손은 자신을 더욱 드러내려는 전략적 행동이라는 것이다.
“오만은 진실인 경우가 많지만, 겸손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자신의 장점이나 특기, 우수한 업적 또는 다른 이들이 선망하는 성과를 과소평가하는 진짜 이유는 바로 자신의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다.” (책 128쪽)
겸손의 동력과 이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에겐 자기만족과 갈등 회피의 측면이 더 강한 것 같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겸손한 것이, 진정성이 모자란 술수로 여겨지는 걸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갈등 회피의 도구로, 겸손을 택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 것이, 큰 소득이었다. ‘대결의 용기’가 필요한 시점에 시의적절한 화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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