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힘을 몸소 느낀 후, 살아가려면, 아니 살아가는 이유가 돈이 되어버린 나는 비겁하게도 돈과 직접 대면하여 싸워본 적이 없음을 고백한다.
왜 돈을 벌어야 할까?
돈을 버는 이유가 겨울나기를 위해 수확한 곡식을 창고에 쌓아두는 이유와 같다면 만사 제치고 해야 할 첫 번째 행동이다. 창고에 먹거리가 없어 추운 날씨에 옆집을 서성인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가장 경험하기 싫은 두려움이다.
그런데, 옆집 창고를 보니 내 것보다 커 보인다. 주변에서 들리는 얘기는 요즘 보통 크기가 저 정도는 간다는 것이다. 마을에서 내 창고가 제일 작게 느껴진다.
창고를 지은 이유는 추운 겨울을 안전하게 지내고 다가올 봄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옆집보다는 조금 큰, 최소한 같은 크기라도 짓는 것이다. 창고에 무엇을 쌓아둘 것인가는 오래전에 잊힌 이야기이다. 그저 옆집보다 좀 더 큰 창고라면, 그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이제 창고는 열등감과 상실감을 극복하는 도구가 되었다.
돈이 수단에서 목적으로 그 몸값이 격상된 후,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돈을 주는 사람’에게 맞춰졌다. 우리가 가진 자기결정권을 스스로 포기하며 주어진 환경에 순응한다. 어느 누가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고 싶겠냐마는 절망적인 불안함을 어찌하겠는가?
저자의 글에서 나름의 힌트를 얻어 보았다.
우리의 생활을 즐기면서 가족의 미래를 보장하는 데 필요한 금액이 얼마인지 구체적 수치로 확인해 보는 것이다. 그러면 10년, 3년, 1년, 1달에 필요한 돈이 예측될 것이고 그 돈을 벌어낼 계획의 초안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이때 반드시 기억할 것은 우리의 자기결정권을 사수하겠다는 결의다. 옆집의 창고가 크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이즈음에서 상실감의 근본적 연결고리를 끊지 않는다면 가난은 도적같이 밀어닥쳐 삶의 굴레가 될 것이다. (무척이나 간단한 방법이지만 아마도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실행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사람은 신념에 따라 행동한다. 그리고 그 신념은 곧 자기 자신이 되고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지를 결정한다. 돈은 이러한 자기중심적 경향을 더 강력하게 만든다.” (책 84쪽)
모순되지만, 돈은 앗아간 우리의 존엄을 되돌리기도 한다. 인간은 존재만으로도 가치 있는 존재이며 각자 우주의 주인공임을 인식한다면, 돈을 삶의 도구로 사용할 준비가 된 것이다. 우리가 번 돈으로 무엇을 살지는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이다. 일시적 만족을 위한 사는 물건보다는 경험을 사는 것에 돈을 쓰라는 명언은 다음의 인용구에서 잘 설명하고 있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물건을 사기보단 경험을 사라. 경험은 시간을 꽃으로 만들어 우리가 그것을 음미할 수 있게 함으로써 더 크고 지속적인 행복을 만든다. 한 사람의 인생은 무엇을 가졌느냐가 아닌 무엇을 했느냐로 정의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책 216쪽)
오늘 내가 상기한 결론은, 우리의 사고가 ‘자기중심적’ 일 때 상실감이나 열등감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비교의 시선을 타인에게서 어제의 나로 가져올 필요가 있다. 돈은 물리적인 도구일 뿐이다. 돈을 ‘감정을 담는 그릇’으로 사용하는 것은 우리의 생각과 태도에 달려있다. 돈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친구로 삼고 주체적인 삶의 도구로 사용하지 않겠는가?
자, 이제 결정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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