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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강화도 - 노희정 / 시가 선사한 망중한!!

by 박종인입니다. 2023.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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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어버이날에 강화의 유명한 찻집을 찾았다. 전통차를 주로 파는 곳인데 화가의 개인전도 감상할 수 있는 고즈넉한 맛집이었다. 이곳에서 시집 한 권과 엄마에게 선물할 이쁜 컵을 구매하였다.

 

집에 돌아와 오늘 구매한 노희정 작가의 시집 <강화도>를 읽었다.

 

시집은 갑곶돈대, 강화대교, 고려궁지, 고려산, 부근리 고인돌, 광성보, 교동도, 덕진진, 동막 해수욕장, 마니산 참성단, 백련사, 손돌목 돈대, 보문사, 선원사지, 심은미술관, 용흥궁, 육필문학관, 이규보묘, 전등사, 정수사, 청련사, 초지진 등 강화의 유명한 장소가 담고 있는 이야기를 싣고 있다.

 

2편의 시를 소개해 본다.

 

나녀상

 

죄가 무겁다

사랑의 죄가 너무 무겁다

배신의 몫

목상(木像)으로 만들어져 쭈그리고 있는 여인이여

노트르담의 꼽추보다 더 처절한 사랑이여

사나이(목수) 가슴 울린 죄

여인을 멀리 하지 못한 남정네의 정

악연을 끝내

부처님도 어쩌지 못하고

죽어서도 죽지 못할 목상으로 남으니

풍경소리 대신

여인의 한 소리

갯물 따라 들리니

그 한 소리 또한 부처님의 뜻이려니

 

나녀상(벌거벗은 여인) : 전등사 대웅전 추녀 밑의 나신상으로 목수와 바람난 주모가 목수의 돈을 훔쳐 달아나 복수의 뜻으로 조각해 놓은 목상. (68)

 

임금님의 첫사랑철종

 

앵두꽃 그늘에 앉아 앵두 빛 사랑을 나누는 연인

농부 강화도령 원범과 양순이 두 연인의 사랑이야기

 

원범과 양순이의 풋풋한 첫사랑이 한참 꽃망울을 피우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철종이라는 왕의 이름으로 거듭나는 원범

둘의 인연의 시절은 속절없이 앵두 떨어지듯 떨어지고

그들의 이별은 염하강 건너 한양으로 끌려가고

순수한 연인의 마음들은 갈가리 찢긴 그물 되어

한 번 빠지면 다시는 나올 수 없는 갯고랑에서 허우적인다

다가갈 수 없는 그리움

만날 수 없는 안타까움

질경이 같은 그리움의 길에 양순이는 피살되고

원범 철종은 상사병에 시름하다 북망산 따라 갔는데

첫사랑은 지독히 무서운 거라

앵두꽃 떨어지며 붉은 피눈물 흘리는 것은 양순이의 혼이요

임금님이 된 원범의 첫사랑

오랜 세월 흘러도 변함없이

해마다 강화도 땅 위 앵두꽃으로 환생한다

 

철종 : 어릴 적 이름이 원범이었으며 전계대원군의 아들로, 어린 시절 강화에 유배되어 농부로 지내다가 훗날 왕이 되었다. (104)

 

강화도에 얽힌 이야기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용흥궁(조선의 별궁)과 강화산성, 53개의 돈대, 80톤에 달하는 고인돌, 신미양요를 버텼던 초지진 등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역사의 보고, 강화도.

 

여름을 준비하는 오월에, 시와 함께 망중한(忙中閑)을 누릴 수 있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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