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와의 대화에서 불만이 느껴질 때, 나는 약간 비꼬는 어조로 ‘너의 000 한 주장을 이해하지 못해서 미안해’라고 대응한다. 보통의 경우 내 대답에 의미를 알아듣고 말을 조심하게 되지만, 간혹 안하무인(眼下無人) 격으로 나올 때는 대화를 끝내거나 자리를 피한다.
그러나 상대가 피할 수 없는 사이일 땐 되도록 (내 처지에서 바라본) 타인의 잘못보다는 지금 상처받은 내 감정을 표현하려 노력한다. 때론 공격적으로 응수하여 상대의 가슴에 비수를 꽂고 싶지만 사실 그럴만한 용기가 없다.
이번 주에 읽은 책 <한밤중의 심리학 수업>에도 비슷한 고민이 담겨있다.
사람들은 왜 불만이 있는데도 드러내지 않는 걸까?
첫째, 자신의 생각이 합리적인지 확신이 없어서다.
둘째, 불만을 드러낸 후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서다.
셋째, 어떻게 불만을 드러내야 할지 방식을 몰라서다.
넷째, 누구의 탓인지 몰라서이다.
분명 불만스러운 게 있는데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편이 정말로 더 나은 걸까?
저자는 “꼭 말해야 하는 문제라고 판단될 때는 자신의 의사를 드러내길 바라며, 타인이 제기한 불만도 겸허히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한다.
저자의 분석이 정곡을 찌른다. 합리, 효율, 적정 뭐 이런 단어가 내 감정을 검열하기 시작하면 벌써 주눅이 든다. 용기를 내어 불만을 표현하면 모난 돌 마냥 유별난 놈으로 치부된다.
자기 생각을 요목조목 조리 있게 잘 표현하는 사람을 보면 경이롭다. 감정과 생각을 정직하게, 하지만 무례하지 않게 표현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만의 표현이 중요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의 감정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무엇이 나보다 중요하며, 내 감정보다 소중하겠는가?
불가항력(不可抗力)이란 변명으로 불편한 감정을 덮는 것은 스스로 비겁한 약자가 되는 것이다. 설사 표현이 서툴러 분위기를 망치더라도 정중히 사과하면 된다. 공존의 전제는 스스로 서는 자립에 있다. 내가 있어야 당신이 있고, 우리가 있는 것이다.
“입을 꾹 닫는 것은 어쩌면 비겁한 행동이 될 수 있다.”라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며 다른 사람에게 내 진짜 생각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용기를 내야겠다.
모두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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