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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2 - 천위안 지음, 정주은 옮김 / 과도한 칭찬과 인정은 양날의 검이다

by 박종인입니다. 2023.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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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에 걸쳐 퇴거 현장에서 철거작업을 하였다. 아침 일찍 현장에 도착하여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에 여러 가지 안전 사항을 숙지한다. 첫날은 함께 일하는 선임에게 작업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배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일머리를 잡고 해보라는 말씀에 나름 필요에 따라 작업을 진행하였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근육이완제 없이도 잠이 들 만큼 요령이 생겼다. 오랜 세월 토목 현장에서 일해오신 A 어르신의 칭찬과 격려로 제법 현장 일꾼의 면모를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A의 과한 칭찬 때문이었을까, 나는 내 실력이 진짜 좋은 줄 알고 지시받지 않은 일도 내 뜻대로 진행했고 그로 인해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였다. 한 번에 할 수 있는 일을 두세 번 반복해야 했고, A가 개인적 일로 나오지 못할 때면 작업자들에게 업무지시를 하지 못해 당황하기도 했다. 급기야 컨테이너를 옮기는 작업에서는 와이어를 결속하는 상단 고리의 부식 정도를 확인하지 못하고 일을 진행하다가 고리가 떠지는 바람에 3m 상공에서 컨테이너가 추락하였다. 천만다행으로 인명사고는 없었으나 컨테이너 아래 사람이 있었다면 생각하기도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칭찬의 강력한 힘을 믿는 나지만 과도한 칭찬에 도취하여 나의 실력을 오신하게 된다면 나와 내 주변의 큰 피해를 줄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책에도 이런 에피소드가 나온다. 유비가 서천을 공략하는 3년 동안 관우는 형주를 지키며 출전의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형제들 모두가 공을 세우는데 자신만 조직의 중심에서 멀어져 외면당하는 느낌을 받는다. 제갈량은 소외된 관우가 공을 세울 목적으로 형주를 비우고 서천으로 올 것을 염려하여 관우의 능력을 치하하는 지략을 쓴다.

제가 듣자 하니 장군께서 마맹기와 무예를 겨루고자 하신다기에 이렇게 몇 자 적어 보냅니다. 제가 헤아려보건대 마맹기가 비록 남달리 뛰어난 무예와 용맹을 지녔다고 하나 경포와 팽월 무리와 같을 뿐입니다. 익덕과 겨루면 서로 앞을 다툴 만큼은 되겠지만 미염공(수염이 수려했던 관우의 존호)과 같은 절륜한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지금 장군께서는 형주를 맡아 지키고 계시니 그 책임이 무겁다 아니 할 수 없습니다. 만약 장군께서 서천으로 오셨다가 형주를 잃게 되면 그 죄가 얼마나 무겁겠습니까? 부디 스스로 무겁게 여기시고 깊이 헤아려 움직이시기 바랍니다.” (73)

 

제갈량은 처음으로 관우를 한껏 띄워줬다. 관우는 매우 흡족하여 다시는 서천에 가겠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러나 제갈량의 이러한 행동이 관우의 오만방자함을 키우는 꼴이 되었고 결국 관우의 자만과 고집이 형주를 잃게 만든다.

 

자신감, 자존감, 자만심, 이는 본인에 대한 신뢰를 나타내는 단어들이다. 보통 자신에 대한 믿음이 외부(타인)의 칭찬과 격려를 통해 확대되어 그 칭찬에 걸맞은 사람임을 입증하려는 심리의 형태이다.

 

절제된 자신감은 스스로를 가치 있는 존재로 만들고, 자신의 가치관으로 세상을 살아가도록 이끈다. 그러나 분에 넘치는 지나친 자신감은 독단적인 행동을 유발해 이성의 시야를 가린다. 이는 지혜롭지 못한 지식처럼 옳지 못한 결과를 남긴다.

 

지략의 아이콘, 제갈량 역시 발밑의 웅덩이를 피하려다 협곡에 빠지는 우를 범했다. 그는 관우가 고집스러운 인물임을 알았음에도 당장 상황을 피하고자 관우의 오만함을 자극했다.

 

역사는 자만이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약점임을 알려준다. 그러기에 반복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피할 수 있도록 자신을 독려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 자신에 대한 근본적 믿음을 져버려서도 안 된다.

 

칭찬이 지닌 양날의 검을 사용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아마도 더 많은 경험과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때까지 지치지 말고, 정진할 수 있으면 좋겠다. (컨테이너 사고에도 모두 무사할 수 있어 다시 한번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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