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1순위 여행 희망지.
지도를 펴서 독일 드레스덴, 체코 프라하, 오스트리아 빈,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를 살펴보고 있다. 인근 국가인 폴란드, 이탈리아, 프랑스를 떠올리며 가보지 못한 곳을 상상한다.
기행문이란 문학 장르가 있음에도 글을 통해 여행지를 상상하는 것은, 왠지 어색함이 남는다. 그럼에도 가볼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책에서 다룬 여행지는 드레스덴, 프라하, 빈, 부다페스트 4곳이다. 여러 방송 매체에서 다뤄 일상적이라 느낄 수 있겠지만 유시민 작가의 설명을 곁들여 보면 그곳들의 숨은 매력을 찾게 된다.
깊은 인상을 남긴 풍경과 설명을 인용해 본다.
“훈데르트바서하우스는 시정부가 지은 공영 임대주택이다. 외벽에 3원색을 칠한 이 집은 안토니 가우디가 설계한 바르셀로나의 ‘카사 밀라’처럼 직선이 없었다. 그가 설계한 교회와 호텔 등 다른 건물의 디자인도 다 그랬다. 그러나 두 사람이 지은 집은 용도가 달랐다. 가우디는 돈 많은 부동산업자의 의뢰를 받고 호화 연립주택을 지었고 훈데르트바서는 공영 임대주택을 설계했다.” (책 88쪽, 빈)
“강변의 구두는 유대인들의 가슴 미어지는 참극과 헝가리 사람들의 지워버리고 싶은 범죄행위를 되살린다. 거기서 유대인을 학살한 범인은 독일이 아니라 헝가리 사람들이었다. 독일 군대가 소련군에 밀려 부다페스트를 떠나자 나치당의 헝가리 버전인 ‘화살십자당’의 살라시가 권력을 장악하고 1944년 11월부터 소련군이 들어온 1945년 2월까지 다뉴브 양편 둑에서 1만 명 넘는 유대인을 총살했다.” (책 143쪽, 부다페스트)
“카프카는 <변신>, <유형지에서>, <심판>, <성> 같은 작품을 삼십 대에 썼다. 그는 자신의 글이 인간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가 되기를 바랐다. 카프카의 작품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그가 자신의 의도를 초지일관 밀고 갔다는 데 동의할 것이다. 위대한 작품을 남겼으나 외로움과 고통으로 얼룩진 인생을 살았던 사람, 그 사람이 머물렀다는 것 말고는 아무 특별함도 없는 곳에서 지구 곳곳에서 온 관광객들이 해맑게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책 223쪽, 프라하)
“마르틴 루터 동상이 있는 ‘노이마르크트’ 광장과 성모교회 주변의 외관을 구경하며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 북적였다. 하지만 우리는 교회 안으로 직진했다. 교회 내부를 눈으로 훑으면서 예배용 나무 의자에 앉아 심호흡을 했다. 특별한 건 없었다. 반구 형태의 천장, 천장의 성화, 중앙설교대, 오르겔, 성가대석, 촛불이 켜진 기도대, 길다란 예배 의자, 여느 교회와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누군가의 품에 든 것처럼 안온했다.” (책 257쪽, 드레스덴)
새로운 경험은 두렵지만 설레는 일이다.
기행문을 통해 루터와 카프카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몰랐던 헝가리의 국호( ‘머저르공화국’, 우리 대한민국을 ‘한국’으로 부르는 것처럼, 그 나라 국민도 익숙한 헝가리로 부른다)를 확인하게 되었고, ‘가난한 사람들의 까사 밀라’가 어떤 의미인지도 알게 되었다.
이렇듯 새로운 도시를 여행하며 그곳의 역사와 문화를 살피는 것은 또 다른 시선을 제공한다. (비록 독서란 차선책이겠지만) 인생이 경험의 연속이라면 책은 직접 경험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훌륭한 도구가 된다.
글 속에 남아있는 도시의 이미지를 현실의 경험이 되를 기대해 보자.
언젠가 도나우강의 석양을 바라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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