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후감

HEAR - 야마네 히로시 지음, 신찬 옮김 / 잘 들어주는 것은 뛰어난 화술보다 더 강력한 무기가 된다

by 박종인입니다. 2023. 3. 6.
728x90

 

듣는다라는 것은 말한다와 더불어 대표적인 의사 표현 행위이다. 자신의 의사를 정확히 전달하려면 듣는 사람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간결해야 한다. 또한 듣는 이 역시 집중과 호응을 통해서 말하는 내용을 주의 깊게 들어야 그 뜻을 정확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듣기는 기다림을 전제로 한다. 누군가와 대화를 시작했다면 상대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주의를 기울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미리 상대가 이야기할 내용을 추측하지 말고 주의 깊게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한다.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쾌락이다.” (47) 는 말처럼 내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욕구가 강해질수록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닫게 되므로 대화를 시작했다면 들어야 한다.’

 

상대가 이야기할 때 대부분의 사람은 이해하려고 듣는 게 아니라 답하려고 듣는다.” (10) 내 경우를 살펴봐도 종종 상대가 이야기할 때 나의 이야기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인다. 나의 뜻을 분명히 전달해야 할 때, 상대가 내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을 때는 특히 이런 태도를 보이게 된다.

 

저자는 상대가 무슨 말을 하든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그렇군이라 말한다.” (37) 고 한다. 이러한 태도는 자칫 잘못 생각하면 굴욕스러운 태도나 진정성 없는 무성의한 태도로 비쳐질 수 있으나 상대가 방어적 자세를 풀고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하는 태도, 호응으로 들린다.

 

듣기함부로 조언하지 않음을 전제로 한다. 대화의 상대방이 나의 조언을 요청하지 않는 한 상대를 향한 조언은 적절한 대화법이 아니다. 조언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하기에 상대에게 적합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경험이 많다는 이유로, 많이 배웠다는 이유로 상대가 원하지도 않는 조언을 남발하는 것은, 생각의 강요를 범할 수 있으므로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나도 알아요는 상대에게 다가가려는 마음이 앞선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말입니다. 하지만 잘 들을 줄 아는 사람은 나도 알아요라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상대의 심정을 알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93)

 

듣는 기술은 본질적으로 내가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가 아니라 상대가 어떻게 이야기하게 만들 것인가?’ (9) 상대방의 마음을 열게 하려면 그 태도에 진정성이 느껴져야 한다. ‘내가 당신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마음을 열고 기다리고 있으니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보라.’ 준비된 자의 표정과 감정은 상대방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가치관이 확고하면 싸움을 거는 듯한 상대의 말도 편안히 수용할 수 있을 여유가 생깁니다.” (176)

 

정말 기술적인 조언은 이것이었다. (자신의 확고한 가치관을 전제로) 가치관을 배제하고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정치적, 종교적, 이념적 시각이 다르더라도 투명한 시각으로 상대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상처받은 가슴을 달래고 존중감을 느낄 수 있는 훌륭한 대화 기술일 것이다.

 

책 제목이 ‘HEAR’이어서 ‘LISTEN’과 구별해보려 노력하였다. 그러나 저자가 ‘HEAR’에 방점을 둔 이유는 여전히 궁금하다. 핵심은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당연한 이치이리라.

사람은 말하고 듣는 과정을 통해서 생각을 전달한다. 내 생각이 전달되어 누군가를 설득하고 내 생각에 동조하기를 바라는 것은 역사의 원동력이다. 그러기에 누군가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줄 사람을 찾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행동은 끝없이 진행될 일상이다.

 

듣기는 쉽지 않다. 특히 주의를 기울여 잘 듣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연습과 기술이 필요하다.

 

신이 우리에게 (입은 하나를 주시고) 두 개의 귀를 주신 이유는 아마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잘 들어주는 것은 뛰어난 화술보다 더 강력한 무기가 된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