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이 중요한 것은 과거를 돌이켜 더 나은 미래로 나가기 위함이다.
비록 이런 거창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그때의 기억을 통해 그날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기록의 필요는 족하지 않을까?
여기 과거 정부의 의전 실무를 담당하던 탁현민 전(前) 비서관의 기록이 있어 소개하려 한다. 그가 소개한 많은 행사 중 방송을 통해 보았던 장면도 있고 전혀 새롭게 듣는 이야기도 있다.
기억에 강하게 남았던 사건과 새롭게 알게 된 몇 가지를 나열해 본다.
2021년 한미유해상호인수식을 위해 우리 F-15K 전투기가 대한민국 공군 1호기를 호위하는 장면이다. ‘국뽕’이 차고 흐른다.
“영웅의 귀환을 마중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선배님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습니다. 국가 수호신과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습니다. 국가 수호 임무는 후배들에게 맡기시고 고국의 품에서 편히 잠드시길 바라겠습니다. 지금부터 대한민국 공군이 선배님들을 안전하게 호위하겠습니다. 필승.” (책 273쪽)
2018년 63주년 현충일 추념식, 내 기억에는 없지만, 책 속에서 감동적인 장면으로 만났다.
“‘428030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현충일 추념식 제목을 그 자리에서 떠올렸다. 428030은 현충원, 호국원, 민주묘지, 신암선열공원까지 10개 국립묘지 안장자를 모두 합친 숫자로 국가를 위해 헌신한 모든 분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책 158쪽)
코로나 방역 관리를 맡았던 질병관리청장의 임명장 수여식 때의 기억은 간소한 행사였지만 잔잔한 감동과 믿음직스러운 공무원의 모습을 보고 큰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항상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질병관리본부가 청으로 승격된 사실 그 자체 그리고 또 초대 청장 임명식을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질병관리본부 여러분들과 함께 갖는 것 자체가 대통령과 국민이 여러분께 보내는 감사이며 격려의 뜻이 담겨 있다고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끝까지 역할을 잘해주시고 청으로 승격되는 것을 계기로 해서 더 큰 역할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하루빨리 우리 국민이 정상적인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시길 바랍니다.” (책 98쪽)
58주년 소방의 날 기념식에 소개된 김훈 작가의 글,
“사람만이 사람에게 달려가고 사람만이 사람을 구할 수 있다.
사람들아 기다려라.
사람들아 우리가 간다.
사람들아 조금만 견뎌라.
사람들아 죽지 마라 라고 소방차는 외치면서 달린다.
.....(중략)
나는 달리는 소방차의 대열을 향해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살려서 돌아오라. 그리고 살아서 돌아오라.” (책 176쪽)
이 밖에도 판문점 회담 당시의 이야기(그때는 정말 통일의 희망을 품기도 했다), 누리호 1차 발사 실패 이야기,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식 이야기 등이 있다.
마치 업무일지를 보며 과거를 회상하는 기분이다. 멀지 않은 과거였는데 매우 오래된 기분이다.
굳이 특별한 훈화(訓話)를 찾지 않아도 기록에 담겨있는 진정성과 아쉬움을 통해 이를 갈음할 수 있었다. 대부분이 대통령을 돋보이려는 행사였지만, 대통령의 모습보다는 의전 전문가로서 분주한 탁현민의 모습이 더욱 진하게 남는다.
정치적 입장을 잠시 내려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우리가 함께했던 각종 장면을 추억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차고 넘치는 국뽕이 있음을 염두에 두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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