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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내일, 내가 다시 좋아지고 싶어 - 황유나 / 반타 블랙

by 박종인입니다. 2022.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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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빛을 모두 흡수하여 가장 진한 검은색을 내는 물질, 반타 블랙

“우울감에 색깔을 입힌다면 ‘반타 블랙’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상에서 가장 검다는 ‘반타 블랙’. 이 색이 칠해진 곳은 깊이나 높이에 상관없이 평면처럼 보인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반타 블랙에 자칫 발을 헛디디는 순간 허공이고 나락이다. 배꼽 언저리가 저릿하게 조여 오며 떨어지고 있다는 느낌에 지배당한다. 붙잡고 버틸 만한 것이 그 어디에도 없는 막막함. 그 안에 갇혀버린다.” (책 24~25쪽)

절망은 숨 쉬는 것조차 불규칙하게 만드는 불안이다. 디딜 곳 없는 허공으로 등을 떠밀리는 느낌, 행여나 찾아온 짧은 평안함이 사라질까 두려워지는 불안의 규칙스러운 반복이다.

애착의 크기만큼 나락으로 떨어지는 중력의 무게는 현실과 관념의 세계를 오가며 몸과 정신을 분리한다. 있는 힘껏 허우적대며 수면 위로 올라가려는 발버둥이 한계에 달아 숨줄을 놓을 때쯤, 버려진 미련의 무게만큼 아주 조금씩 수면 위로 떠 오른다. 그때가 돼서야 시간의 소중함이 소리 없이 흐르는 눈물이 되고, 무거운 눈꺼풀로 스며드는 가느다란 햇살이 된다.

여전히 현실과 꿈의 경계선에서 선체, 꿈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으려는 강력한 몸부림으로 -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 한없이 나약하고 솔직해진 자신에게 던진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는 것이 어쩌면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일 수도 … 그러나 이 애절한 경험은 희미해지는 꿈처럼 다시 일상으로 흡수되어 안개처럼 사라진다.

개인적으로 19개의 에피소드 중 첫 번째 소재<크리스마스의 구원_아프도록 공감하는 것의 어려움>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이웃의 주검을 목도하고 겪게 되는 트라우마, 막을 수도 있었다는 안타까움, 살아남은 자가 느끼는 죄책감, 아마도 얼마 전 경험한 용산의 희생이 투영되어 더욱 뇌리에 남았을 것이다.

저자는 누구든 한 번쯤은 겪을 법한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아픔과 상처가 있음에도 다시 좋아질 수 있다는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 마지막 주,
짙은 반타 블랙 위에 희망의 하늘색으로 내일의 나를 그려보자.

하늘에는 영광, 땅 위에는 평화!
낮은 곳으로 임하신 아기 예수를 소망하며,
모두 수고하셨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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