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논어를 만나 심란해졌다.
안타깝게도 이번 독서에서는 껄끄러운 허들에 걸리고 말았다. 책을 읽고 미련의 잔상으로 남는 것은 메타인지와 임계점의 한계이다. 앎의 초석, 과거의 나보다 나아지는 법, 그 즐거움에 동참하는 것은, 올곧이 나를 알고, 나의 한계를 초월하려는 끈기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을 되새기게 되었다.
일반 대기압에서는 섭씨 100도에 이르기 전에는 물이 끓지 않는다. 99도와 100도 사이에 큰 차이, 바로 임계점이 가지는 놀라운 진리다. 임계점에 달한 물은 기화를 하면서 그 형태를 탈바꿈한다. 어떤 물질이 다른 형태로 변한다는 것은, 이렇듯 일정의 한계점까지 에너지가 더해져야 가능한 것이다.
인간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지금의 생김새를 다른 모습으로 바꾸고 싶다면, 그만큼의 에너지를 자신의 가진 한계치 이상으로 투입해야 한다. 그 한계는 서로가 다르기에 나름의 노력이 필요하다. 가령 5분만 책을 읽어도 졸린 사람이라면 졸기 직전까지 책을 읽어보고 그 시간을 늘려나가는 방법처럼 말이다.
즐거움의 경지는 지금의 한계를 조금씩 극복하는 자신의 모습과 ‘알아감’이 결합하였을 때 나타나는 감정의 형태일 것이다. 그래서 논어를 만나 행복해졌다는 저자의 말은 더욱 분발하라는 질책으로 들렸다.
인상 깊었던 문구를 인용해보면,
“덕을 닦지 않는 것, 학문을 전수하지 않는 것, 의로움을 듣고도 옮기지 않는 것, 선하지 않은 걸 고치지 못하는 것이 바로 나의 걱정거리이다!”
: 자기 자신을 상대방을 평가하듯 객관적으로 살펴봐야 내 안의 선하지 않은 부분들을 발견할 수 있다. (책 32쪽)
“거친 밥을 먹고 물을 마신 뒤 팔을 굽혀 베니 즐거움이 그 가운데 있다. 의롭지 않은 부와 귀한 것은 나에게는 뜬구름과 같다!”
: 행복은 내면의 만족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행복을 느끼는 능력을 갖추었다면 거친 음식을 먹고 차가운 냉수를 마신 뒤 팔베개를 하는 것에서도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책 82쪽)
“공자는 낚시는 해도 그물질은 하지 않았고, 주살질은 해도 둥지에 있는 새는 쏘지 않았다.”
: 목적을 달성하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미래에 해가 될 수 있는 일은 피해야 한다. 수단과 방법은 가려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삶을 살아가는 기본적인 도리이자 예인 것이다. (책 119쪽)
“재능이 있으면서 재능이 없는 사람에게 묻고, 아는 게 많으면서 아는 게 적은 사람에게 물으며, 있으면서 없는 것처럼 하고, 가득 차 있으면서 텅 비어 있는 것처럼 하며 잘못을 해도 따지지 않았다.”
: 사람의 내면이 겸손해야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 겸손함은 위장할 수 없고 명성, 지위, 직함에 신경 쓰지 않고 겸손하게 행동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책 164쪽)
“우러러볼수록 더욱 높아지고 뚫을수록 더욱 견고해진다. 바라보면 앞에 있더니 어느새 뒤에 가 있다.”
: 한 사람의 인생은 임곗값을 돌파하는 과정이다. 안회, 자공, 자로가 오랜 시간 배웠음에도 공자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던 이유는 공자와 달리 임곗값을 돌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책 247쪽)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뒤늦게 시든다는 걸 알 수 있구나!”
: 먼 길을 가야 말의 힘을 알 수 있고, 세월이 오래되어야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 (책 3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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