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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 2 - 천위안 지음, 이정은 옮김 / 우리는 역경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라 절망 때문에 죽는다

by 박종인입니다. 2022.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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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적 사고는 자기 의지를 갉아 먹는다.

 

인간이 비관적 사고에 빠지는 근본적 이유는 모르겠으나, 비관적 사고를 통해 위태로움을 즉시하고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려는 생존 본능임은 의심하지 않는다.

 

비관적 사고에 갇히게 되면 자신을 비난하고 더 깊숙한 곳으로 숨어 현실에서 도피하려 한다. 유비도 조조와의 전쟁에서 패한 후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병력을 보며 자신감을 잃었고 자신을 추종하는 장군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긴다.

 

보통은 일정 시간이 흐르면 감정이 회복되어 다시 심기일전하게 되지만 그러기 위해선 트리거가 필요하다. 대부분은 (긍정의 에너지를 끌어올릴 자신만의) 방법이 있지만, 경우에 따라선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유비에겐 손건이 있었다. 유비가 패배의 절망감에 빠져 진영의 붕괴를 직감하고 있을 때 손건이 나서 유비를 설득하고 유표에게 달려가 위기에 빠진 유비 진영을 구하게 된다.

 

잠시 전투 장면을 상상해 보았다. 잘 훈련된 수십만 조조 군사를 상대로 전투에 임해야 하는 병사들의 떨린 목소리가 들린다. 죽음 앞에서 당당했던 장수들이 쓰러져 간다. 이제는 퇴로까지 막혀 진퇴양난이 되었다. 멘붕이다.

 

유비는 오로지 강한 인내심으로 모든 고난을 견뎌왔다. 그 인내심마저 바닥나자 더는 버틸 수 없었다. 유비는 길게 탄식하고 수하들에게 말했다.

 

자네들은 모두 군왕을 섬겨야 할 인재들인데 하필 나 같은 위인을 만나 고생만 하는구려. 내 팔자가 박복하여 모두를 힘들게 했소. 이제 나는 비를 피할 기와 한 조각도, 발을 디딜 땅 한 뼘도 없는 신세가 되었으니 자네들의 앞날에 누가 될까 심히 걱정되오. 모두 어서 훌륭한 주인을 찾아 공을 세우고 부귀를 누리시구려” (109)

 

이때 손건이 나선다.

 

주공께서는 염려하지 마십시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형주가 있습니다. 유표는 천하의 영웅이고 또 한실종친이 아닙니까. 그에게로 가서 의탁하시지요

잠시 생각하던 유비가 고개를 저었다.

그가 나를 받아줄지 걱정이오.”

손건이 말했다.

저를 먼저 보내주십시오. 반드시 유표가 직접 주공을 맞이하도록 만들겠습니다!” (110)

 

우리는 역경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라 절망 때문에 죽는 것이라 한다. 난관에서 희망을 찾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희망을 품어야 어려움을 이겨낼 방법을 고민하고 빠져나갈 문을 찾게 된다.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간절함, 그 용기, 그 노력만이 나를 수렁에서 건질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역경을 극복할 강한 의지나 우울감에서 빠져나올 나름의 방법이겠지만 난 손건을 친구로 둔 유비가 부럽다. 절망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삶의 동아줄을 던져 줄 그런 벗을 가진다는 것은, 내 삶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것이며,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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