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法治)는 도덕의 한계 위에 세워진다. 사회를 유지하려는 계약이 인간의 본심과 관련된다지만, 선악의 선택을 떠나 자유의 한계를 설정하는 것은, 자유를 더욱 넓게 누리려는 구성원의 합의임이 분명하다.
법으로 자유로운 인간의 행위를 제한하려면, 원인을 이루는 세부 구성요건이 결과와 인과관계가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이는 매우 형식적이어서 행위자의 진심을 반영하지 못하고, 그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는 기술자들의 자의만이 가득할 수 있음을 안다.
그래서 법은 상식에 근거한 제정 이유가 있어야 하며 심판관 앞에서 공격과 방어가 공정하게 이루어지는 절차를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만드는 이와 집행하는 이 그리고 심판하는 이를 별도로 두어 힘의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이렇게 구성된 시스템을 통해 사회를 운영해 보자는 약속이 법치이다.
법치를 장황하게 설명한 것은, 공자의 말씀을 통해 작금에 법치주의를 빌미로 자신의 기득권만을 유지하려는 정치세력을 비판하고 싶어서이다. 법치주의가 가진 본령을 훼손하며 화려한 기술을 통해 법을 자신의 권력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천박한 위정자들의 행태는 예나 지금이나 비루하다.
자왈, 도지이정(道之以政)하고 제지이정(齊之以刑)이면 민면이무치(民免而無恥)이나, 도지이덕(道之以德)하고 제지이례(齊之以禮)면 유치차격(有恥且格)이니라. <논어> 위정, (책 69쪽)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법률로 인도하고 형벌로 다스리면 백성은 형벌만을 면하고자 할 뿐 부끄러움이 없으나, 덕으로써 인도하고 예로써 다스리면 부끄러움을 알고 옳음에 이른다.
다시 말하지만, 법률의 적용은 매우 기술적이어서 능숙한 기술자의 손을 타면 죄의 구성요건을 배제하는 다양한 조각사유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결국 가해자는 없고 ‘올곧이 피해자만 있는’ 결과를 탄생시킨다. 반대로 기술자들의 뜻대로 생산된 증거를 통해 없는 죄도 만들 수 있음을 우리는 배워 알고 있다.
그러니 자신을 바로 세우지 못하고, 사회를 감시하지 않는다면 법률 만능이 가진 이면의 칼날에 잠재적 피해자로 살게 된다.
자유는 공존의 전제에서 지켜지는 최고의 가치이다. 이를 규제할 수 있는 것은 사회적 합의로 이루어진 계약으로만 가능하다. 그러기에 그 계약은 구성원이 받아들일 수 있는 공정과 지향하는 정의로움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이 옳다.
그 옛날 공자 시대에도 이것이 문제였나보다.
작금에 유행어처럼 통용되는 법과 원칙, 공정과 상식, 자유와 연대에도
본질이 살아남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책에는 총 100개의 인생 문장이 있다. 그중 인상 깊었던 몇 개를 소개한다.
불가이유협야(不可以有挾也) - <맹자>, 만장 하 (책 78쪽)
자신 말고 믿고 기대는 것이 있어서는 안 된다.
불치하문(不恥下問) - <논어>, 공야장 (책 87쪽)
자기보다 아랫사람에게 모르는 걸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행불유경(行不由經) - <논어>, 옹야 (책 160쪽)
길을 다닐 때는 지름길만 찾아다니지 않는다.
세한 연후지송백지후조야(歲寒 然後知松柏之後彫也) - 논어, 자한 (책 182쪽)
날씨가 추워진 다음에야 비로소 소나무와 잣나무가 다른 나무들보다 더 늦게 시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불역사 불억불신(不逆詐 不億不信) - <논어>, 헌문 (책 216쪽)
남이 나를 속일까 미리 짐작하지 않으며, 남이 믿어주지 않을까 미리 억측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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