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경험할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러기에 그 느낌을 전달할 수 없고 단지 추측할 뿐이다. 아마도 죽음이 두려운 것은 경험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인간의 막연함 때문은 아닐까?
인간은 삶을 통해 배우고 익히며 경험으로 자신의 잣대를 만든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자의식은 강해지고 ‘다름’의 경우를 ‘틀림’으로 확정 짓는 능력이 있다. 진리의 양면성을 애써 무시하며 무아독존의 잘못된 해석으로 자신을 변론한다.
이번 주는 한 사람의 일생을 통해 그간 걸어온 나의 인생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책의 저자인 비욘 나티코는 엘리트의 삶을 살다가 태국 불교에 귀의하여 17년간 승려 생활을 한 비구승이었다. 이후 스님의 삶을 마무리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일반인의 삶을 살게 된다. 그러나 17년간의 사회적 공백은 범인의 삶에 요구되는 모든 영역의 필요를 느끼게 했고, 결국 공황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때 지금의 배우자를 만나 다시 용기를 내고, 멀어졌던 사회에 적응해 나간다. 그러나 불행의 그림자는 그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고령의 아버지는 존엄사로 그의 곁을 떠났고, 본인은 루게릭병을 앓게 되며 죽음을 대면하게 되었다.
“겉으로 영리하고 그럴듯해 보이는 데 집착하느라 현재에 진정으로 존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잊고 사는 것입니다.” (17)
“이때 한 가지 중요한 것을 배웠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고 그들을 돕는 일은 그 자체로 저에게 무한한 보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42)
“떠오르는 생각을 다 믿지는 말라. 살면서 이보다 더 도움이 됐던 말은 별로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 타고난 초능력을 간과한 채로 살아갑니다. 자기 생각에 의심을 품으며 조금은 거리를 두거나 우스갯거리 삼아 가볍게 접근한다면 자기답게 살아가기가 무한히 쉬워지는데 말이지요.” (61)
“인생에서 정작 중요한 건 따로 있었지요. 현재 하는 일에 온전히 집중하기. 진실을 말하기. 서로 돕기. 쉼 없이 떠오르는 생각보다 침묵을 신뢰하기. 마침내 집에 돌아온 것 같았습니다.” (82)
“마음은 불확실성에 직면할 용기를 낼 때 성장합니다. 우리의 무지를 편견으로 가리지 않을 때, 우리 마음대로 앞일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참아낼 수 있게 될 때 우리는 가장 현명해집니다.” (194)
“우리 자신을 좀 더 너그럽고 관대하게 바라볼 수 있다면, 자연스레 주변 사람들도 똑같은 방식으로 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 자신을 계속 가혹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우리는 다른 사람들도 온전한 사랑을 베풀 수 없습니다.” (227)
그의 삶이 나와 다른 것은 무엇일까? 애정을 갈망하고 질투와 화를 느끼며 경험을 귀하게 여기는 태도, 진리를 향한 용맹정진,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 대부분이 보통의 나와 다르지 않다. 다름이 있다면 가장되지 않고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솔직함일 것이다. 누구에게나 발생하는 일련의 사건들을 과장되게 받아들이지 않고 느껴지는 감정대로 태연하게 대처한다. 기쁨과 슬픔의 깊이만큼 웃고 울며, 모든 것이 지나가는 감정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내면을 성찰한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의 우주가 있다. 그곳에서 나름의 생태계를 형성하며 질서 있게 살아간다. 책의 제목으로 남겨진 말처럼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라는 저자의 고백은 서로의 질서가 충돌할 때 적용할 수 있는 좋은 기준이 될 것이다.
나란 존재는 무궁한 우주인 동시에 단순한 에너지 뭉치이다. 꺼지지 않을 것 같지만 언젠가는 꺼지고 말 태양 같은 존재이다. 그래서 나는 과장되지 않게 나의 일상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또한 타인도 나와 같음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이 나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가장 좋은 방법 같기 때문이다.
나의 우주가 감옥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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