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후감

자신의 이름을 지킨 개 이야기 -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엄지영 옮김

by 박종인입니다. 2022. 7. 10.
728x90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프마우, 개다.

 

무슨 사연인지 모르겠으나, 눈밭 위에 홀로 남겨진 강아지 한 마리를 재규어가 물어다 인간 마을에 놓고 가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인디오 마푸체족들과 평안한 삶을 살아가던 아프마우는 그들의 터전을 침입한 낯선 외지인들(윙카)에게 강제로 끌려간다. 이후 아프마우는 고된 시련을 겪으며 새로운 주인의 명령에 따라 도망자를 쫓는 도구로 전락한다.

 

그러던 어느 날, 무리를 탈출한 인디오를 잡기 위해 추격자들과 함께 길을 나서는데, 아프마우는 바람에 실려 오는 냄새로 도망 중인 인디오가 어린 시절을 함께 한 인간 친구, 아우카만임을 알아차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도망자였던 친구는 아프마우의 눈앞에서 다리에 총을 맞고 쓰러진다. 간신히 몸을 일으켜 숲속으로 달아난 그때, 아프마우는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에 이끌려 추격자의 무리를 벗어나 친구를 뒤쫓았고 드디어 어린 시절의 동반자와 재회한다.

 

아프마우! 그는 나를 와락 껴안으며 소리친다. 그제야 하는 수평선과 수직선이 엇갈린 그림이 그려진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는다. 아우카만이 폰초를 벗어 내 몸에 덮어 주자, 달콤한 양털 냄새가 나를 휘감는다. 반쯤 감긴 눈 사이로 위엄과 용기를 상징하는 폰초의 색깔이 어렴풋하게 보인다. 아우카만은 그 상자를 열어 하얀 가루를 상처에 뿌린 다음, 하얀색 천으로 다리를 감는다. 그러자 마치 내 상처를 치료하기라도 한 것처럼 더 이상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 천천히 공기가 멈춘다. 더 이상 내 폐 속으로 들어올 필요가 없으니까 말이다.” (96)

 

기쁨도 잠시, 친구의 총상을 치료하기 위해 아프마우는 다시 외지인들의 야영지로 향한다. 그곳에서 기억해 두었던 구급함을 물고 돌아설 때 침입자가 쏜 총탄이 아프마우의 가슴을 관통한다. 죽을힘을 다해 친구에게 도착한 아프마우는 그의 품에서 행복한 기억으로 숨을 거둔다.

아프마우의 시선으로 그려진 소설은, 읽는 내내 동물의 시선으로 자연과 인간을 바라볼게 해 주었다. 인간이 얼마나 두려움에 약한 존재인지를 느낄 수 있었고, 자연은 절대 필요 이상을 탐하지 않으며 생존할 만큼만 소비한다는 점을 상기하였다.

 

책에서 억지스럽게 교훈을 찾지 않는 이상, 편안하고 훈훈하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다. 저자 루이스 세풀베다의 또 다른 책,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준 고양이>, <생쥐와 친구가 된 고양이>, <느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달팽이>도 찾아 읽어봐야겠다.

 

일요일이 한가로운 분이라면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며 읽어주는 책으로 들어도 너무 좋을 듯하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