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와 트레이딩의 개념을 굳이 구별하자면, 투자는 씨를 뿌리고, 물을 주며, 자라는 세월을 기다리는 농사라 생각하는 반면에 트레이딩은 (크게 대상이 가리지 않고) 이문이 남는 조건이면 빠르게 실행하여 수익을 실현하는 행위로 순발력과 지구력이 동시에 요구되는 고된 활동이라 본다.
오늘 소개할 <주식시장에서 살아남는 심리투자 법칙>은 투자보다는 트레이딩에 최적화된 책으로 트레이더의 심리, 시장의 분석, 거래 대상에 내포된 위험의 유형과 그 통제 방법, 트레이더의 자기 관리를 다루고 있다. 저자 알렉산더 엘더는 의학박사이자 프로 트레이더로 트레이더의 스승으로 평가받고 있다.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었고 여전히 어려운 손실제한(Stop loss) 설정과 관련해 저자의 글을 인용하여 그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아래는 책 522~534쪽의 일부를 인용 및 요약한 부분이다.)
손실제한이 없는 트레이딩은 도박이다.
짜릿한 기분을 즐기고 싶다면 카지노로 가라. 장기적으로 살아남아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손실제한은 필수다. 하지만 대다수 트레이더는 손실제한을 설정하는 것을 꺼린다. 트레이더라면 누구나 이런 불쾌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주식을 샀는데 손실제한을 건드려 손해를 보고 빠져나오니 그제야 주가가 방향을 틀어 기대한 대로 주가가 오르는 경우 말이다. 손실제한을 걸어두지 않았더라면 손실이 아니라 이득을 봤을 게 분명하다는 생각에 입술이 바짝바짝 마른다. 이렇게 속임수 신호에 몇 번 당하고 나면 손실제한이라면 넌덜머리를 내게 된다.
이런 일을 몇 번 겪으면 손실제한 없이 트레이딩하는데 익숙해진다. 한동안은 잘 통할 수도 있다. 이제 속임수 신호도 없다. 상황이 불리하면 손절제한 없이 그냥 빠져나오면 된다. 이제 그만한 절제력은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큰 규모의 트레이딩이 잘못되기 시작하면 이 같은 행복은 한순간에 끝난다. 수익을 더 남기고 청산하려고 조금 더 상승하기를 기다리지만, 주가는 계속 떨어진다. 상어의 입질에 뜯겨 나간 듯 날이 갈수록 계좌는 쪼그라든다. 얼마 못 가 생존이 위태해지고 자신감은 산산조각 난다. 손실제한 없이 트레이딩하면 상어에 물리는 건 시간문제이다. 손실제한이 고통스러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손실제한 없이 트레이딩하는 것보다는 나은 차악이다.
안전지대 손실제한
손실제한을 너무 가깝게 잡으면 의미 없는 주가 변동에 손실제한이 걸리게 된다. 손실제한을 너무 멀리 잡으면 보호막이 너무 엷어진다. 안전지대의 손실제한은 시장이 노이즈를 측정해 여러 번 노이즈가 일어난 수준보다 손실제한을 멀리 두는 방법이다. 주가가 촘촘한 가운데 최근 두드러지게 툭 튀어나온 저점이 있으면 그 수준 바로 밑에 손실제한을 설정하고 싶어진다. 문제는 대다수 트레이더가 이 지점에 손실제한을 설정하므로 이 부근에 손실제한이 몰려 손실제한이 쉽게 걸린다는 것이다. 시장은 이처럼 눈에 띄는 저점으로 다시 재빨리 하락하는 불길한 버릇이 있어 손실제한을 건드린 뒤 반전해 새로운 상승 추세가 시작되는 경향이 있다.
빤한 수준에는 손실제한을 설정하지 마라. 시장 수준과 가깝게 설정하거나 눈에 두드러진 저점보다 더 아래 손실제한을 설정하라. 시장 수준과 가깝게 설정하면 손실 위험은 줄어들지만 속임수 신호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훨씬 아래 손실제한을 설정하면 가짜 돌파는 피할 수 있지만 손실제한에 걸리면 손실이 커진다. 따라서 단기 스윙 트레이더라면 손실제한을 좁게 설정하고, 장기 포지션 트레이더라면 손실제한을 넓게 설정하는 편이 낫다. (손실제한을 넓게 설정하면 트레이딩 규모를 줄여야 한다.)
수익 포지션이 손실 포지션이 되도록 내버려 두지 마라.
수익이 짭짤한 오픈 포지션이 손실 포지션이 되도록 내버려 두면 안 된다. 트레이딩에 진입하기 전에 어느 수준에서 수익을 보호할지 계획하라. 예를 들어, 수익 목표가 1,000달러라면 300달러 정도의 수익은 보호해야겠다고 결심하는 것이다. 오픈 포지션의 평가이익이 300달러로 불어나면 손실제한을 손익분기점 수준으로 옮긴다. 나는 이렇게 옮기는 것을 ‘트레이딩에 수갑을 채운다’고 표현한다.
손익분기점에 손실제한을 옮기고 평가이익의 3분의 1을 보호하기로 결심했다고 하자. 위의 설명한 포지션의 평가이익이 600달러로 불어나면 손실제한을 다시 옮겨 200달러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 트레이딩은 위험을 관리하는 행위이다. 수익이 나는 포지션을 위험/보상 비율이 서서히 나빠지면 위험을 줄이기 시작해야 한다. 평가이익 일부를 보호하면 위험/보상 비율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손실제한을 옮길 때는 트레이딩한 방향으로만 옮겨라
자제력 있는 트레이더가 주식을 매수한 뒤 매수가보다 낮은 수준에 손실제한을 설정한다. 주가가 올라 평가이익이 짭짤하다가 주가가 갑자기 주춤한다. 주가가 소폭 하락하더니 다시 소폭 하락하다 매수가보다 낮아지며 손실제한을 향해 움직인다. 차트를 연구해보니 바닥을 다지고 있는 것 같고 강세 다이버전스로 강력한 반등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자, 이제 어떻게 하겠는가?
먼저, 소실제한을 옮기지 않은 실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한참 전에 손익분기점으로 손실제한을 옮겼어야 했다. 손실제한을 옮기지 않아서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말았다. 손실이 얼마 안 될 때 받아들이고 나중에 다시 진입하든지 아니면 계속 보유하라. 문제는 전혀 계획하지 않았던 세 번째 선택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즉, 손실제한을 더 낮추고 포시션에 ‘여지를 더’ 두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이는 절대로 금물이다! 포지션에 ‘여지를 더’ 두는 건 헛꿈일 뿐이다. 진지한 트레이더의 도구 상자에는 이런 연장이 없다.
재난 대비 손실제한
호숫가로 이사한 나는 카약을 구매하자마자 구명조끼를 사러 갔다. 합법적으로 카약을 타려면 아무리 싸구려 고물이라도 구명조끼만 입으면 된다. 그래도 포근하고 노를 저을 때 거치적거리지 않게 상당한 지출을 감수하고 괜찮은 구명조끼를 샀다. 내가 미리 계획한 일이라고는 호수 위를 조용하게 노 저어 가면서 급류 가까이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실제로 구명조끼가 필요한 경우가 생길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괜히 돈만 버린 걸까? 하지만 모터보트가 와서 부딪히기라도 하면 괜찮은 구명조끼 때문에 생사가 갈릴 수도 있다. 손실제한도 마찬가지다. 손실제한은 성가시며 종종 돈을 날리기도 한다. 하지만 손해제한 덕분에 계좌의 목숨을 부지할 날이 있을 것이다.
포지션 청산으로 모든 자산이 사라졌을 때 느껴지는 공포와 절망감은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손해제한은 이런 거친 풍랑 속에서 내 생명을 구할 구명조끼와 같은 것이다.
트레이딩에는 대단한 지능이 필요 없다. 시가, 고가, 저가, 종가, 거래량만 다루면 된다. 트레이딩이 어려운 이유는 바로 심리 때문이다. 트레이딩의 실패는 탐욕과 공포에 기인한다. 좀 더 많은 돈을 벌어보려는 욕심에 하락이 예견된 상승에 진입하는 것이고, 예상치 못한 급격한 하락에 팔지 말아야 할 시점인 줄 알면서도 던져 버리는 것이다.
아마추어 트레이더인 나에게 이 책은 참고서 이상의 것이다. 책은 실전 트레이더만이 느낄 수 있는 상황의 감정을 상세히 분석하고, 그 현실적 대응 방법을 조언해준다. 또한 탐욕과 공포 속에서 허우적거릴 땐 가이딩라이트가 되어 외로운 트레이더의 동반자가 돼 주었다. 특히 큰돈을 청산 당했을 때나, 트레이딩 원칙을 수정할 때, 거래의 반성이 필요할 때는 초반 1~2부(개인과 집단의 심리)를 여러 번 읽으며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약한다.
트레이딩은 실전을 통해 익히는 외로운 활동이다. 그러나 이 길을 걸었던 성공한 사수의 조언이 있다면 얼마나 든든하겠는가? 아무쪼록 트레이더를 꿈꾸는 많은 이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며 그들의 승리를 기원한다.
'독후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존감 수업 - 윤홍균 지음 / 인간은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0) | 2022.05.08 |
---|---|
돈과 시간에서 자유로운 인생, 1인 기업 - 이승준, 유지은 지음 / 희망이 필요할 때 (0) | 2022.05.01 |
진달래꽃(김소월 시선집) - 김소월 / 이 봄이 가기 전에, (0) | 2022.04.17 |
호미 - 박완서 / 봄이 왔다. (0) | 2022.04.10 |
동물농장 - 조지 오웰 지음, 안경환 옮김 /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욱 평등하다. (0) | 2022.04.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