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의 가장 기본적인 정의는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라 한다. 이 책을 선택한 사람들은 아마도 자존감이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일 것이다. 지금에야 내 자존감이 낮음을 인정할 수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 낮은 자존감을 들키기 싫어 애써 가면을 쓰고 살았다. 가까운 사람들과 웃고 즐기며 분위기를 이끌지만 헤어지고 나면 공허해지고 몹쓸 우울감이 가득했다. 의사결정을 진두 하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지만 속으로는 책임의 무게에 맘 편할 날이 없었다. 그럴 때마다 ‘그 정도면 잘했어.’란 주문을 되뇌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감정을 고르라면 난 여지없이 자존감을 선택한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며, 모든 가치의 기준은 내가 되기 때문에, 나 자신을 판단하는 시각은 너무나 중요한 요소이다. 이처럼 소중한 감정이 여려 이유로 뒤틀릴 때면 난 이 책을 읽는다. 윤홍균 박사의 <자존감 수업>은 제목처럼 자존감을 끌어 올리는 훈련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이 책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메시지는 바로 ‘자존감을 끌어올리는 5가지 실천’(책의 Part 7) 방법이다. 저자의 글을 요약, 인용하여 정리해 본다.
하나. 자신을 맹목적으로 사랑하기로 ‘결심하기’
사랑은 무슨 조건을 갖추어야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사랑할 만한 외모를 갖추거나 좋은 성격과 인품을 갖출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자존감을 모두 회복한 다음에, 당당해진 다음에 나를 사랑해야지’하고 미룰 필요가 없다. 그저 오늘부터 지금의 나를 사랑하겠다고 결심하면 된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나의 성격과 행동, 사소한 버릇 하나하나를 다 사랑하기로 한다. 그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다.
둘. 자신을 사랑하기
자존감이 낮은 채로 오랜 시간을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자신을 미워하거나 다그치는 것이 익숙하고 편하다. 우리 마음속에는 ‘나’가 세 명 있다. 첫째는 ‘자존감 낮은 나’, 두 번째는 자존감 낮은 나를 ‘다그치는 나’, 세 번째는 자존감 낮은 나를 ‘사랑하는 나’, 이렇게 각기 다른 내가 존재한다. 우리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랑하는 나’가 점점 소멸되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저편으로 사라진 ‘사랑하는 나’를 불러오는 일이다. 그래서 ‘자존감이 낮은 나’와 ‘사랑하는 나’를 결혼시키면 된다. 본인 혹은 치료자가 주례가 되어 “자존감이 낮은 나와 사랑하는 나는 평생 동안 헤어지지 말고 서로 사랑하라”라는 말을 들려주면 된다.
셋.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기
우리는 자꾸 남에게 의존한다. 주체성이 중요하단 걸 알면서도 결정을 미룬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따르려 하지 않는다. 도대체 왜 그럴까.
결정에는 책임이 따른다. 남이 결정을 내려주거나 남이 결정에 참여하면 잘못된 결과에 대한 아픔이 덜하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판단을 믿지 않으려고 한다. 낮은 자존감이 방어기제로 작용한다. 권위가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만큼 책임을 회피하게 되는 셈이다. 중요한 건, 결정을 미룰 때마다 자신의 입지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존재감이란 달리 말하면 그 사람이 많은 것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스스로 결정하는 일이 없거나 큰 의미 없는 결정이라면 자존감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자기 인생에서 자기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으니, 자존의 바탕이 사라지는 셈이다. 따라서 자존감을 끌어올리려면,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정을 존중하는 법을 훈련해야 한다. 자존감은 감정적으로는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이성적으로는 스스로 결정하고 자신의 결정을 존중하는 능력이다.
넷. ‘지금, 여기’에 집중하기
과거에 집착하면 후회스럽고, 미래에 몰입하면 혼란스럽다. 과거는 되돌릴 수가 없으니 답답하고, 미래는 오지 않았으니 모른다. 그것이 바로 과거와 미래의 본질이다. 건강한 사람의 머릿속엔 과거, 현재, 미래의 비중이 비슷하거나 현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자존감이 약한 사람은 과거나 미래 문제에 편중되어 있다. 문제 해결은 현재에 더 집중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정신과 의사들이 ‘here and now’라고 부르는 원칙이다. 지나간 문제나 앞으로 닥칠 문제를 생각하지 말고 지금 당장 할 일에 집중하라는 것. 현재에 집중하면 문제 해결을 앞당길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이득을 얻는다. 그것은 바로 ‘매력’이다. 현재에 몰두한 사람은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인다. 자존감을 높이면서 현재에 몰두할 수 있고, 매력도 함께 얻게 되는 것이다.
다섯. 패배주의를 뚫고 전진하기
패배주의에 빠진 사람들은 확신이 있다. 자신은 잘 안 될 것이라는 확신이다. 그리고 근거를 제시한다. ‘나는 이러이러해서 안 될 거야. 약을 먹어도 소용없을 거고, 상담을 해도 소용없어. 결국 내가 바뀌어야 하는데, 내가 바뀔 리가 없거든.’ 자존감이 약한 사람들이 우유부단하고, 결정을 못 내려 갈팡질팡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선입견이다. 이들은 확고하다. 본인이 잘 안 될 거라는 믿음만큼은 말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건 이들이 부정적인 사료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약점, 상처, 결여, 잘 안 된 경력만 상기한다. 부정적 근거를 바탕으로 부정적 결론을 강화시킨다. 패배주의에 익숙한 사람들은 말하자면 돌보지 않아 엉망진창인 집에 익숙한 사람과 다름없다. 문틈으로 황소바람이 들어오고 천장은 곧 무너져 내릴 듯 위태롭다. 그들은 변화하려 하지 않는다. 발전보다는 익숙한 것을 택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자존감은 변할 수 있다. 걷기, 표정 짓기, 혼잣말하기. 이 세 가지를 염두에 두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이 세 가지 행동을 할 때 활발하게 기능한다. 뇌가 가장 활발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일 때 자존감을 향상시키면 변화가 이루어진다.
여전히 자존감을 높이는 일은 힘들다. 어떤 이유로든 낮아진 자존감이 자기 자리를 잡는 데는 큰 노력이 요구된다. 인간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한다. 말뿐인 위로가 아닌 게, 눈을 감고 나의 탄생기를 상상해 본다면 알 수 있다. 수많은 정자와 난자 중 한 쌍이 만나 수정되고, 열 달을 엄마의 배 속에서 자라 세상 빛을 보던 순간, 갓난아이가 초등학생이 되고, 청년기를 거쳐 성인이 되는 과정을 돌아본다면 분명히 인간은 그 자체로 존중받을 존재임이 분명하다.
조물주가 인간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은 ‘자립’이라 생각한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고, 책임지고, 우리 각자는 분명 거대한 우주임이 틀림없다. 흔들리더라도 부러지진 말자. 서두에 말했듯이 자존감은 훈련이 필요한 감정이다. 혹시 자존감이 무너지는 증상을 경험하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잠시나마 쉬어감이 어떨까, 긴 인생길에 훌륭한 에너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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