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책을 읽는데 2주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쉽지 않은 책을 붙잡고 씨름하면서 공식을 만들어낸 모든 지식인에게 경의를 표하게 되었다. 나름 이과 출신에 ‘수학의 즐거움’을 맛본 사람임에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사실 구체적인 수학 공식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책을 편저한 ‘양자학파’는 자연과학 분야에 중점을 둔 플랫폼으로 100,000개 이상의 자연과학 관련 글을 게시하며 중국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교육 플랫폼이라 한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몇 가지 대목을 소개해 본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
밀폐된 상자에 고양이 한 마리를 가둔다. 상자 안에는 방사성 물질이 든 핵이 있고 이 핵이 붕괴되면 방사선을 탐지하는 기계가 자동으로 독이 든 유리병을 깨뜨리게 된다. 결국 방사선 핵이 붕괴되면 고양이가 죽고 반대로 붕괴가 일어나지 않으면 고양이는 살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여지없이 죽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상자를 열어보기 전까지 고양이는 죽거나 사는 상태이지, ‘죽음’에 이른 상태는 아니다. 이것은 ‘삶과 죽음’의 중첩상태로 양자 세계의 특이한 기능이기도 하다. 이 실험으로 슈뢰딩거는 인류 최고의 지혜를 대표하는 과학자들을 조롱하기 시작했다. 고양이 몸에서 거시세계의 인과율은 무너져 내려 확률파만이 남게 되었다. 확률적으로 이 고양이는 죽어있기도 하고 살아있기도 한 것이다. (책 226~227쪽)
블랙-숄즈 방정식
“나는 천체가 움직이는 궤적을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
당시 왕립 조폐국 국장이었던 뉴턴은 모두가 열광하는 영국 남해회사의 주식을 사게 된다. 그러나 결국 버블 붕괴로 2만 파운드의 손실을 보게 된다. 엄청난 손해를 본 뒤 이처럼 한탄한 것이다. 아무리 명석한 두뇌를 가졌을지라도 인간의 심리로 좌지우지되는 경제는 측정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한 말이다. 하지만 블랙과 숄즈는 ‘경제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고 수학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금융의 대가라고 할 수 있는 블랙과 숄츠는 1966~1969년 사이에 옵션거래 데이터를 분석해 ‘옵션 정가와 회사채무’라는 글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1973년 옵션 가격 공식을 제시해 금융 마녀만이 발견할 수 있는 비밀을 만들었다. 이 공식은 두 사람의 이름을 따서 ‘블랙-숄츠 공식’이라고 불리게 된다. 이 공식은 경제의 표면적 현상이 얼마나 복잡하든 간에 수학은 이런 복잡함을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증명했다. (책 292~293쪽)
켈리의 공식
켈리의 공식은 1회 베팅비율이 전체 자금의 25%를 차지할 때 가장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답을 들려준다. 켈리는 최적의 배팅 비율을 선택해야 장기적으로 최대 이익을 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로써 우리는 켈리 공식의 계산에 근거하여 항상 가진 돈의 25%를 배팅한다. 켈리의 공식은 근거 없이 생각해낸 것이 아니다. 이 수학 공식은 이미 월가에서 검증된 모델로 카지노에서 ‘승리 논리’로 추앙받으면서 동시에 자금관리의 신기로 불렸다. 빌 그로스 등 투자 대가들의 사랑을 받아 왔으며 워런 버핏도 이 공식에 의존해 많은 수익을 올렸다. (책 369~375쪽)
이 외에도, 실명의 고통 속에서도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공식을 만든 오일러, 천부적인 재능을 알아본 선생님의 추천으로 대(大)수학자가 된 리만, 19세기를 풍미하며 인류를 전기시대로 접어들게 한 맥스웰까지, 많은 수학 대가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수많은 공식 중에 올곧이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도 없었다. 수학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변명은 하지 않겠다. 단지, 지적 흥미를 끌기에 난도가 높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처음 산을 타는 초보 등반가에게 암벽을 맛을 알려주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수학 애호가들에게는 매우 재미있는 개론처럼 평가되리라 본다.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을 가졌던 케리의 공식은 10번 이상을 읽어보았다. 그 외에도 엔트로피,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 등은 매우 흥미 있는 대목이었다.
공식이란 많은 실험을 통해 얻은 지식의 응집이다. 삶의 지혜이며 문명의 계단이다. 비록 나 같은 범인이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일 수 있겠지만 지식의 축적은 다음 세대의 풍요를 뒷받침하는 밑거름이다.
이해가 힘든 책이지만, 잘 읽고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아무쪼록 이 책을 선택한 분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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