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 읽은 책은 심리학자 설기문 박사님의 <내 마음과 거리 두기>이다. 우선 제목만으로는 무슨 내용인지 짐작할 수 없었다. 내 심리에 빗대어 책을 읽어 갈수록 한 가지 의문에 집착하게 되었다.
생각과 감정의 차이,
이것이 내가 책을 읽으면서 고민했던 부분이다. ‘생각’은 나로부터 출발하는 능동적 명령이라면 ‘감정’은 수동적 반응으로 느껴지는 기분 정도로 이해된다. 둘은 같은 곳에서 출발하여 ‘행동’의 동기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본질에서 다른 유형의 에너지이다.
인간은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그 상황을 판단하고 느껴지는 감정을 통해 행동에 이르게 된다. 예를 들어 무거운 짐을 지고 계단을 오르는 할머니를 발견할 경우 나의 행동을 상상해 보면 좋을 것이다.
책의 내용과는 별개로, 감정(측은지심)이 생각(할머니를 도우려는 마음)을 움직이는 동력이라 여겨 보지만 감정 없이도 어떤 사건이 전개되는 것을 보면 꼭 감정이 생각을 견인한다고 볼 순 없었다. 책에서는 브룩 가스티요(Brooke Castillo)의 CTFAR의 원리를 소개하며 “생각이 감정을 지배한다. 그래서 생각이 달라지면 감정도 달라진다”라고 말한다. (책 63페이지)
CTFAR란 상황(Circomstance), 생각(Thought), 감정(Feeling), 행동(Action), 결과(Result)의 머리글자 조합으로 생각을 바꿈으로 감정과 행동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원리이다. 맘에 안 드는 배우자의 행동이 서로 다른 성장 과정 때문임을 이해한다거나 맨발로 시뻘건 숯불 위를 걷는 경험, 원효대사가 해골바가지 물을 마시고 일체유심조를 읊은 사연 등은 생각이 감정을 통제하는 모습일 수 있다. 이는 부정적인 생각은 부정적인 감정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가 쉽게 부정적 감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긍정적 생각의 틀을 확장해야 한다.
저자는 또한 자의식을 ‘주관적 자기’와 ‘객관적 자기’로 구분하고 “스스로를 바라보는 데에는 언제나 실제와 다르게 좀 더 좋게 보려는 경향성이 있기 때문에 주관적 자기는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비해 객관적 자기는 타인에게 객관적으로 인식되는 것이기 때문에 좀 더 나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스스로 보는 ‘나’와 타인이 보는 ‘나’가 일치되는 방향으로 가는 게 가장 정상적인 것”이라 설명하며 지나친 자기 매몰을 경계한다. (책 192페이지)
책 제목이 말하는 <내 마음과 거리 두기>란 지극히 주관적인 내 마음을 좀 더 객관적 사실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도록 스스로를 도우라는 메시지로 느껴진다.
결국 감정은 생각의 검열을 거쳐 자신에게 전달된다. 그러므로 생각의 틀이 긍정적이고 객관적일수록 부정적인 주관화의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지속적이지 못하다면 용수철처럼 다시 돌아가 주관적 자아에 매몰되어 맘의 고통은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훈련을 통해 지금의 걱정이 사실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님을 인식할 수 있으면 좋겠다. 또한 이를 통해 마음껏 자신을 타인에게 개방하더라도 부정적 감정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나름 내가 깨달은 바는 ‘생각의 틀을 경유한 감정은 계속해서 그 틀의 모양에 영향을 준다.’라는 것이다.
내가 새롭게 얻은 것이 저자의 주요 메시지는 아닐 수 있겠지만 온전히 저자의 글을 읽고 의심하고 고민한 결과이다. 의미 있고 고마운 글이다. 이 책을 접할 분들 역시 즐거운 고민에 빠져보시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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