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는 책을 모아두는 물리적 장소이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모르던 것을 알게 될 때 느끼는 희열 때문이다.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펴 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임을 공감한다면 읽고 난 책은 사실 다른 이에게 전달되는 것이 효용적일 것이다. 그러나 마치 전리품처럼 늘어나는 책들을 보며 일종의 소유욕을 향유하는 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서재는 나의 자랑거리임이 분명하다.
금주에 읽게 된 <서재의 마법>을 통해 다른 이들의 책을 대하는 태도를 경험할 수 있었다. 역시 고민이 된다. 서재가 갖는 의미가 마치 신발이나 향수의 수집과 무엇이 다를까 하는 고민을 해본다.
저자는 서재를 일종의 베이스캠프라고 말한다. 인생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해 계속되는 도전은 정상을 향한 등산가들의 등반에 비유할 수 있다. 클라이머들에게 베이스캠프는 지친 몸과 마음을 정비하는 장소이며 정상의 기상 조건과 등반 정보 등을 공유하는 정보센터이자 전략회의실이다. 서재란 독서의 영향력을 통해 삶의 동기를 부여하고 때론 지친 영혼의 안식을 선사하는 휴식처라 할 수 있다.
독서로 타인의 삶을 돕는다.
“꼭 필요한 사람에게, 꼭 필요한 시기에, 꼭 필요한 책을 소개해 주는 것입니다.”
“결국 사람을 돕기 위해 이 서재가 존재하는 것이군요.”
“한 사람을 가르치고 키우는 것은 1천 명을 살리는 것과 같습니다. 교육을 바로 세우는 것은 나라를 살리는 길입니다. 저는 한 명의 학생을 컨설팅하는 일도, 1천 명의 사람들을 앞에 두고 강의하는 일도 함께합니다. 그런데 책을 쓰면 수만 명의 사람이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제가 지식을 추구하는 목적입니다.”
저자가 작성한 ‘독서 편지’를 보면서 ‘참, 신선하다.’라는 생각을 하였다. 독자로서 글쓴이가 되어 이 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전하는 편지글 형식이다. 물론 책을 쓴 저자의 정확한 뜻을 독자가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겠지만 나름의 통찰을 통해 다른 독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참고 책 98~102페이지, ‘저는 스펜서 존슨입니다’로 시작되는 편지글)
독서로 지친 감성을 회복한다.
이철환 작가의 <곰보빵> 일부의 내용이다. 과일 장사를 하는 형주가 절친의 결혼식장에 자신의 부인에게 참석을 부탁하며 자신이 오늘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함을 미안하게 여기며 진심 어린 편지글을 전한다.
“철환아, 형주다.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 장사이기에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굶어야 한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천 원이다. 하지만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아지랑이 몽기 몽기 피어오르던 날 흙 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 너와 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내겐 있었으니까.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기쁘다.
‘철환이 장가간다. 철환이 장가간다. 너무 기쁘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 들려 보낸다. 지난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 가서 먹어라.
친구여, 오늘은 너의 날이다.
이 좋은 날, 너와 함께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해다오.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다.”
(책 112~113페이지, ‘해남에서 형주가’)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다양한 서재 구성 방식이 소개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고 문화, 과학, 예술, 역사, 철학 등의 분류를 기본으로 오랫동안 작성해온 지식 바인더의 내용이 상세하게 소개된다.
책을 읽는 내내 한 가지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서재를 가진다는 것이 물리적인 한계를 설정하여 또 다른 번뇌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독서의 궁극적 목적이 자칫 책을 사 모으려는 욕심에 퇴색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아무튼 서재가 독서가들의 베이스캠프임은 넉넉히 동의할 수 있다.
<서재의 마법>은 좋은 책이다. 생각할 기회를 만들어 준다는 의미에서 나에게 좋은 책이었다. 저자는 서재란 좋은 독서, 탁월한 독서, 위대한 독서를 만들어내는 지혜의 공간이라 이야기한다. 이 책을 선택한 많은 이들에게도 저자의 마법을 통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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